산과바다
조촌행화(趙村杏花) - 백거이(白居易
조씨 마을 살구꽃
趙村紅杏每年開(조촌홍행매년개) : 조씨 마을 붉은 살구꽃 해마다 필 때
十五年來看幾回(십오년래간기회) : 십오 년 간 몇 번이나 보러왔던가
七十三人難再到(칠십삼인난재도) : 일흔 셋엔 또 오기 어려울 터라
今春來是別花來(금춘래시별화래) : 올봄은 이별 위해 여기 왔다네.
백거이는 하남(河南) 신정(新鄭)에서 태어나 안휘(安徽) 숙주(宿州)에서 자랐다. 30대 중반부터 벼슬길에 나서 임직에 따라 장안(長安), 강주(江州), 항주(杭州), 소주(蘇州) 등지를 편력했다. 그러다가 53세에 태자좌서자분사(太子左庶子分司) 직에 임명되어 낙양으로 갔다가 그곳 산천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그는 낙양 이도리(履道里)에 집을 마련하고 인생 후반의 거처로 삼았다. 하지만 낙양에 거처를 마련하고도 여러 관직을 전전한 탓에 58세 봄 다시 태자빈객분사(太子賓客分司)로 발령 받고, 이어 59세 겨울 하남윤(河南尹)에 임명되고서야 낙양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도리에서 서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조촌(趙村)이 있고, 그곳은 살구꽃으로 유명했는데 백거이는 낙양에 정착한 후 거의 매년 봄 조촌의 살구꽃을 구경하러 다녔다. 백거이의 모친이 꽃구경을 하다가 우물에 빠져 세상을 떠났음에도 백거이의 꽃 사랑은 지극하다 할 정도였다. 매화, 모란, 복사꽃 등등을 읊은 그의 시는 모두 명편으로 인구에 회자된다. 살구꽃을 읊은 이 시도 마찬가지다.
매년 만나러 오던 살구꽃을 내년에는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에 이제 이 시로 마지막 이별을 고한다. <잘 있어라! 내 사랑 살구꽃이여 안녕>
백거이는 정말 다음 해 조촌의 살구꽃을 다시 보러 오지 못하고, 그 다음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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