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대주한음증동로자(對酒閑吟贈同老者) - 백거이(白居易)
술을 마시며 시를 읊다 함께 늙어가는 이에게
人生七十稀(인생칠십희) : 세상에 나와 일흔 살 사는 사람 드문데도
我年幸過之(아년행과지) : 내 나이 다행스럽게 그 나이를 넘고 보니
遠行將盡路(원행장진로) : 멀리 걸어 온 길도 이제 곧 끝날 테고
春夢欲覺時(춘몽욕각시) : 덧없는 봄날 꿈도 깨어날 때 되었네.
家事口不問(가사구불문) : 집안일은 입 있어도 물어보려 하지 않고
世名心不思(세명심불사) : 세상의 명예 따위 생각도 하지 않는데
老旣不足嘆(노기부족탄) : 늙고 보니 탄식조차 기운 딸려 못하겠고
病亦不能治(병역불능치) : 병이 생겨도 젊었을 때처럼 얼른 낫지 않아서
扶侍仰婢僕(부시앙비복) : 하인들에게 몸을 기대 부축을 받고
將養信妻兒(장양신처아) : 몸 보신도 처자식들에게 내맡겨둔 채
飢飽進退食(기포진퇴식) : 배고프면 상 들이고 배부르면 상 물리며
寒暄加減衣(한훤가감의) : 추우면 옷 껴입고 더우면 옷을 벗네.
聲妓放鄭衛(정기방정위) : 기녀들의 간드러진 노랫소리 들으면서
裘馬脫輕肥(구마탈경비) : 가벼운 옷을 입고 살찐 말 위에 올라
百事盡除去(백사진제거) : 번잡한 일들일랑 하나같이 제쳐두니
尙餘酒與詩(상여주여시) : 남는 것은 술과 시가 있을 뿐이라
興來吟一篇(흥래음일편) : 흥이 나면 시 한 편 흥얼거리고
吟罷酒一卮(음파주일치) : 읊고 나선 또 한잔 술을 마시니
不獨適情性(부독적정성) : 그것이 꼭 성정에 맞아서만 아니라
兼用扶衰羸(겸용부쇠리) : 늙고 약해진 몸에도 보탬이 되니
雲液灑六腑(운액쇄육부) : 맛 좋은 술 몸 속으로 들어가고 나면
陽和生四肢(양화생사지) : 두 팔과 두 다리가 따뜻해지고
於中我自樂(어중아자락) : 그 속에서 내 스스로 즐거워지니
此外吾不知(차외오부지) : 내가 아는 건 그것 밖에 아무것도 없노라
寄問同老者(기문동로자) : 함께 늙어가는 그대에게 물어보고 싶소.
舍此將安歸(사차장안귀) : 이것을 버리고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냐고
莫學蓬心叟(막학봉심수) : 그러니 천박한 늙은이 배울 생각 마시오.
胸中殘是非(흉중잔시비) : 마음속에 시비 거리 남아 있으니
시문은 길어 보이지만 백거이의 시문은 언어가 평이하고 통속적이라는 평가 그대로 마지막 두 구절에서 만난 ‘봉심(蓬心)’이란 말 하나를 빼고는 읽기 어려운 곳 없이 편하게 읽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시문에서 말하는 것들을 알아듣는 나이가 된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 蓬心은 견해가 천박하여 이치에 통달하지 못한 사람을 가리키는데 나중에는 자신에 대한 겸사(謙辭)로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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