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독선경(讀禪經) - 백거이(白居易)
불경을 읽고 나서
須知諸相皆非相(수지제상개비상) : 모든 상이 상 없는 것을 알아야 하니
若住無餘却有餘(약주무여각유여) : 무여열반도 머물면 유여열반이 되고 마네.
言下忘言一時了(언하망언일시료) : 말 중에 말을 잊어 단번에 깨달아야 할 터인데
夢中說夢兩重虛(몽중섦오양중허) : 횡설수설 하다 보면 겹겹이 헛것이네.
空花豈得兼求果(공화기득겸구과) : 헛것 속에서 어떻게 수행의 과보를 얻겠으며
陽焰如何更覓魚(양염여하갱멱어) : 신기루 속에서 어떻게 고기를 찾을 수 있겠는가?
攝動是禪禪是動(섭동시선선시동) : 몸을 다스리는 것이 ‘선禪’이니 ‘선禪’이 바로 ‘동動’이지만
不禪不動卽如如(불선부동즉여여) : ‘선禪’도 아니고 ‘동動’도 아닌 곳에 참 진리가 있다네.
* 禪經(선경) : 불경(佛經)
* 諸相(제상) : 모든 사물의 겉으로 드러난 형태를 가리킨다.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제자품弟子品》에서 ‘法常寂然, 滅諸相故(법은 항상 고요하니 모든 형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법은 항상 고요한 것이니 모든 형상을 없애 버린 때문이며 無餘却有餘(무여각유여) : 생을 마침으로써 이뤄지는 무여열반(無餘涅槃)과 아직 몸이 살아 있는 동안의 해탈을 이르는 유여열반(有餘涅槃)을 가리킨다.
* 言下(언하) : 말을 하고 있는 동안
* 夢中說夢(몽중설몽) : 횡설수설하다. 허황한 것을 가리킨다. 《대반야바라밀다경大般若波羅密多經》에서 ‘復次善勇猛, 如人夢中說夢所見種種自性. 如是所說夢境自性都無所有. 何以故? 善勇猛, 夢尙非有, 況有夢境自性可說(또 선용맹아, 꿈속에 꾼 꿈에서 자성을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꿈속에 본 자성은 모두 없는 것이다. 왜 그런가? 선용맹아, 꿈조차도 있지 않은 것인데 하물며 꿈속의 자성이 말할 수 있는 것이겠느냐)?’이라고 했다.
* 空花(공화) : 공중의 꽃. 눈병이 있는 사람이 마치 공중에 꽃이 있는 것처럼 헛것을 보는 것을 말한다. 망령된 마음으로 분별하여 보는 모든 것에 실체가 없음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다.
* 陽焰(양염) : 대승십유(大乘十喩) 중 하나. 햇빛이 쏟아지는 광야에서 만들어지는 환상으로 목마른 사람들이 보게 되는 신기루 같은 것을 가리킨다.
* 攝動(섭동) : 몸가짐이나 몸의 상태를 고르게 다스리다. 태양계의 천체가 다른 행성의 인력으로 인하여 타원궤도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가리키는 물리용어로도 사용한다.
* 豈得(기득) : 어찌 ~할 수 있으랴.
* 如如(여여) : 항구 불멸하는 진여(眞如). 제법(諸法)이 평등불이(平等不異)한 법성이체(法性理體), 즉 항구불멸의 진여(眞如)를 가리킨다. ‘如’는 ‘理’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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