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십이월이십삼일작 겸정회숙(十二月二十三日作 兼呈晦叔) - 백거이(白居易)
섣달 스무사흘 짓다(회숙에게 보낼 겸 해서)
案頭曆日雖未盡(안두역일수미진) : 책상 위에 일력이 다하지 않았다 하지마는
向後唯殘六七行(향후유잔육칠행) : 앞으로 남은 것은 겨우 예닐곱 줄뿐이고
床下酒甁雖不滿(상하주병수불만) : 책상 아래 술병에는 술이 차 있지 않지마는
猶應醉得兩三場(유응취득양삼장) : 아직도 두세 차례 취하기에는 충분하네.
病身不許依年老(병신불허의연로) : 몸 아프면 늙은 날 기댈 수도 없는데
拙宦虛敎逐日忙(졸환허교축일망) : 시원찮은 벼슬살이 날짜에 쫓기며 바삐 사니
聞健偸閑且勤飮(문건투한차근음) : 건강할 때 틈 내서 술이라도 마시고
一杯之外莫思量(일배지외막사량) : 술 마실 때는 술잔 말고 다른 생각 하지 마소.
* 晦叔(회숙) : 헌종(憲宗) 원화(元和) (806~820) 초기에 감찰어사를 지낸 뒤 밀주(密州)와 흡주(歙州), 호주(湖州) 세 곳의 자사를 지냈다. 백거이ㆍ최군(崔群)과 교유한 최현량(崔玄亮 768~833)의 자(字)이다.
* 曆日 : 역서. 일력.
* 拙宦(졸환) : 벼슬길이 순탄치 않은 것을 가리킨다. 겸사(謙辭)로도 쓴다. 백거이는 「初罷中書舍人」이란 시에서도 ‘自慚拙宦叨淸貴, 還有痴心怕素餐(부실한 이력으로 자리 욕심 내면서 / 공도 없이 봉록을 축내는 게 부끄럽네)’이라
* 逐日 : 날마다.
* 聞健 : 건강할 때를 가리킨다. 건강하다는 말을 들을 때의 뜻으로 새겨 읽었다. ‘勤’을 ‘勸’으로 쓴 자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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