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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樂天 白居易 詩

여사미진가위육운중기미지(餘思未盡加爲六韵重寄微之) - 백거이(白居易)

by 산산바다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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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사미진가위육운중기미지(餘思未盡加爲六韵重寄微之) - 백거이(白居易)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생각을 육운시로 한 편 더 지어 미지에게 보내다

 

 

題注: 一作微之整集舊詩及文筆爲百軸, 以七言長句寄樂天, 樂天次韵酬之, 餘思未盡, 加爲六韵.

미지가 전에 지은 시문과 문장을 모두 모아 두루마리로 백 개 분량이나 되는 것들을 칠언시로 지어 낙천에게 보냈는데, 낙천이 이에 대해 차운하여 답시를 지은 뒤에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생각들을 육운시로 한 편 더 지었다.

 

 

海內聲華并在身(해내성화병재신) : 나라 안 자자한 명성 두 사람 모두 얻었으니

篋中文字絶無倫(협중문자절무륜) : 궤짝 속에 든 시문들이 모두 뛰어났을 테지

遙知獨對封章草(요지독대봉장초) : 산 같은 글 읽었을 걸 멀리서도 알겠는데

忽憶同爲獻納臣(홀억동위헌납신) : 생각해보니 둘이 함께 충언하는 신하였고

走筆往來盈卷軸(주필왕래영권축) : 글 쓰고 시를 지어 주고받은 것도 많았고

除官遞互掌絲綸(제관체호장사륜) : 조정에서는 순서를 바꿔가며 조서 관장했었지

制從長慶辭高古(제종장경사고고) : 장경체 문장은 고상한데다 예스럽고

詩到元和體變新(시도원화체변신) : 시문에서도 원화체로 새로움을 추구했네.

各有文姬才稚齒(각유문희재치치) : 그대와 나 문희 닮은 어린 딸이 있으니

俱無通子繼餘塵(구무통자계여진) : 두 사람 다 아들 통해 뒤를 잇진 못해도

琴書何必求王粲(금서하필구왕찬) : 시와 노래 뭣 때문에 왕찬일 필요가 있겠는가?

與女猶勝與外人(여녀유승여외인) : 딸아이와 함께해도 남들보다는 나을 텐데

 

 

* 海內(해내) : 온 나라. 사해지내(四海之內)의 생략형이다.

* 聲華(성화) : 영예로운 명성(名聲)을 가리킨다. 백거이는 晏坐閑吟이란 시에서도 昔爲京洛聲華客, 今作江湖老倒翁(그 옛날 도성에서 명성 자자했던 사람이 / 지금은 강호의 늙은이가 되었네)’이라고 읊었다.

* 文字(문자) : 시문(詩文)을 가리킨다.

* 絶無倫(절무륜) : 비할 바 없다.

* 遙知(요지) : 멀리서도 사정을 훤히 알다.

* 章草(장초) : 진한(秦漢) 연간에 예서(隸書)가 변형되어 이루어진 표준 초서(草書)를 가리키는데, 동한(東漢) 말에 생겨난 금초(今草)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 獻納臣(헌납신) : 충언을 올리는 신하를 가리킨다.

* 朱筆(주필) : 빠르게 갈겨쓰다.

* 卷軸(권축) : 배접을 해서 둘둘 말 수 있게 만든 서적이나 그림 등을 가리킨다.

* 除官(제관) : 벼슬을 제수하다. 벼슬에서 물러나게 하다.

* 遞互(체호) : 교체하다. 바꾸다.

* 絲綸(사륜) : 제왕의 조서(詔書)를 가리킨다. 예기禮記치의緇衣에서 王言如絲, 其出如綸. 王言如綸, 其出如綍(왕의 말이 실 같아도 나오면 인끈처럼 굵어지고, 왕의 말이 인끈 같아도 나오면 동아줄처럼 굵어진다).’이라고 했다. 낚싯줄을 가리키기도 한다.

* 制從(제종) : 복종하다.

* 長慶(장경) : 오래도록 번창하다. 여기서는 당목종(唐穆宗)의 연호(821~824)를 가리키는 동시에 백거이와 원진의 문집 백시장경집白氏長慶集원씨장경집元氏長慶集을 가리킨다. 그 두 사람의 시체를 원백체(元白體) 또는 장경체(長慶體)라고도 한다.

* 高古(고고) : 고상하고 예스럽다. 백거이(白居易)與元九書란 글에서 以康樂之奧博, 多溺於山水; 以淵明之高古, 偏放於田園(강락의 시는 심오하고 넓지만 산수에만 탐닉했고, 연명의 시는 고아하고 예스러웠지만 전원만 좋아하였네).’이라고 했다.

* 元和體(원화체) : 당헌종(唐憲宗) 원화 연간(806~820)에 백거이와 원진(元稹) 등에 의해 주도된 시풍(詩風)을 가리킨다. 그들은 시에서 고관대작에서부터 하층 백성들까지 모두를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다.

* 文姬(문희) : 채옹(蔡邕)의 딸이자 동사(董祀)의 부인으로 박학하고 말재주가 좋았으며 음률에도 밝았다.

* 稚齒(치치) : 아동. 소년. 뜻을 담아 시를 짓는 것을 가리킨다.

* 通子(통자) : 여기서는 아들을 통해 대를 잇는 것을 뜻한다. 도잠(陶潛)의 아들의 이름을 가리키기도 한다. 도잠이 責子란 시에서 通子垂九齡, 但覓梨與栗(통자 녀석 아홉 살 다 될 때까지 / 배와 밤 같은 먹을 것만 찾아다니네.)’이라고 읊었는데, 이후 이 말이 자식에 대해 시를 짓는 전고(典故)가 되었다.

* 餘塵(여진) : 남의 뒤(=後塵). 여기서는 가문의 대를 잇는 뜻으로 읽었다.

* 琴書(금서) : 거문고와 책을 가리킨다. 거문고를 타는 것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 王粲(왕찬) : 인명. 동한(東漢) 말기의 문학가로 건안칠자(建安七子) 중 한 사람이다. 조식(曹植)과 더불어 조왕(曹王)으로 불렸다.

* 外人(외인) : 타인. 다른 사람. 친분관계가 없는 사람.

 

짐작해 보건대 미지가 낙천에게 보낸 시문 속에 아마도 아들이 없는 낙천을 위해 후처를 들일 것을 권유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던 모양이다.

아들로 하여금 가문을 잇게 하는 것을 당연시했던 시대를 생각하면 무리한 권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낙천에게는 미지의 권유를 따를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낙천의 딸 사랑은 참으로 대단하여 처음 얻은 딸 금란(金鑾)을 온갖 사랑을 다 쏟아 키웠고, 어린 나이에 금란을 잃은 뒤 다시 얻은 딸 아라(阿羅)(아명=羅兒) 역시 품에서 거의 내려놓지 않고 키웠을 정도라고 하는데 낙천은 끝내 후처를 들여 대를 잇는 방법을 따르지 않았고 결국은 형의 아들 경수(景受)를 양자로 들여 대를 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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