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대경음(對鏡吟) - 백거이(白居易)
거울 앞에서
白頭老人照鏡時(백두노인조경시) : 머리 흰 노인이 거울에 비쳐본 뒤
掩鏡沉吟吟舊詩(엄경침음음구시) : 거울을 덮어두고 옛날에 지은 시를 중얼대네.
二十年前一莖白(이십년전일경백) : 스무 해 전만 해도 한 올뿐이었던 흰머리가
如今變作滿頭絲(여금변작만두사) : 지금은 몽땅 변해 흰머리로 가득 찼네.
吟罷回頭索杯酒(음파회두색배주) : 시 읊기를 마친 뒤 술 한 잔 찾아 마신 뒤에
醉來屈指數親知(취래굴지수친지) : 술 취한 손가락 꼽아가며 친구 숫자 헤아려보니
老於我者多窮賤(노어아자다궁천) : 나보다 늙은이들 옹색하고 궁핍해져
設使身存寒且飢(설사신존한차기) : 몸은 살아 있더라도 추위와 굶주림 못 면하고
少於我者半爲土(소어아자반위토) : 나보다 젊은이도 반 넘어 땅에 묻혀
墓樹已抽三五枝(묘수이추삼오지) : 무덤에 심어 키운 나무 가지들이 생겨났네.
我今幸得見頭白(아금행득견두백) : 내가 지금 다행인 건 흰머리가 있다 하나
祿俸不薄官不卑(농복불박관불비) : 녹봉이 적지 않고 관직도 이름 값할만해서
眼前有酒心無苦(안전유주심무고) : 눈앞에 있는 술 마시며 걱정거리 없으니
只合歡娛不合悲(지합환오불합비) : 즐겁다 할 순 있어도 슬프다고는 할 수 없네.
* 沈吟(침음) : 깊은 생각에 빠지다. 낮은 소리로 음미하다. 낮은 소리로 말하다.
* 親知(친지) : 친척과 친구
* 窮賤(궁천) : 빈궁하고 비천하다.
* 設使(설사) : 만약. 만일. 가령. 설령~하더라도.
* 三五(삼오) : 열다섯을 가리킨다. 수를 헤아림에 있어 그다지 많지 않은 숫자를 가리킨다. 이백李白은 「魯郡堯祠送竇明府薄華還西京」이란 시에서 ‘遂將三五少年輩, 登高遠望形神開(여남은 소년들을 함께 데리고 / 높이 올라 멀리 보니 후련하고 상쾌하네)’라고 읊었다.
* 行得(행득) : 다행히. 운 좋게.
백거이는 시를 짓고 스스로 주를 달아서 거울 속 흰머리 가득한 자신의 모습을 본 반갑지만은 않은 속내를 밝혔다.
余二十年前曾有詩云 : 스무 해 전에 일찍이 내가 시를 지어 말한 적이 있었다.
白髮生一莖, 朝來明鏡裏. 勿言一莖少, 滿頭從此始.
머릿속에 흰머리 한 오라기 생겨나 아침에 보니 거울 속에 들어있었네.
한 오라기 적다고 말하지 말게 머리 가득 차는 게 이제부터 시작이니
今則滿頭矣.(금즉만두의.) - (그랬더니) 지금 머리에 (흰머리가)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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