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방도공구택(訪陶公舊宅) - 백거이(白居易)
도연명의 옛집을 찾아서
余夙慕陶淵明爲人, 往歲渭上閒居, 嘗有效陶體詩十六首.
나는 일찍부터 도연명이란 사람의 됨됨이를 사모해왔고,
지난해에는 위수 근처에 거처를 마련한 뒤 도연명의 시체(詩體)를 본떠 시 16수를 지었다.
今游廬山, 經柴桑, 過栗里, 思其人, 訪其宅, 不能默默, 又題此詩云.
이번에 여산을 유람하면서 시상현을 지나게 되어
도연명을 생각하며 율리에 있는 고택을 찾아가 보았는데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어서 이 시를 지었다.
垢塵不汚玉(구진불오옥) : 먼지는 옥돌을 더럽히지 못하고
靈鳳不啄膻(영봉불탁전) : 봉황은 비린 고기를 쪼아 먹지 않는다네.
嗚呼陶靖節(오호도정절) : 오호라 도연명 선생께서는
生彼晉宋間(생피진송간) : 진과 송 교체기에 세상에 나와
心實有所守(심실유소수) : 진실로 마음으로 지키고 싶은 게 있었지만
口終不能言(구종불능언) : 입으로는 끝끝내 말할 수가 없어서
永惟孤竹子(영유고죽자) : 오랫동안 고죽국의 백이와 숙제
拂衣首陽山(불의수양산) : 수양산으로 들어가 산 것을 생각하였네.
夷齊各一身(이제각일신) : 백이와 숙제는 두 사람 다 홀몸이라서
窮餓未爲難(궁아미위난) : 배고픈 것을 어려운 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先生有五男(선생유오남) : 선생에게는 아들이 다섯이나 있어서
與之同飢寒(여지동기한) : 추위와 배고픔을 함께 겪느라
腸中食不充(장중식불충) : 먹을 것으로 뱃속을 채울 수가 없었고
身上衣不完(신상의불완) : 옷가지도 제대로 갖춰 입을 수 없었으나
連徵竟不起(연징경불기) : 조정에서 불러도 끝내 나아가지 않았으니
斯可謂眞賢(사가위진현) : 이야말로 참다운 현자라고 할 것이네.
我生君之後(아생군지후) : 선생보다 내가 늦게 세상에 나와
相去五百年(상거오백년) : 우리 둘의 시대 차이 오백 년이나 되지만
每讀五柳傳(매독오류전) : 선생의 《오류선생전》을 읽을 때마다
目想心拳拳(목상심권권) : 눈을 감고 마음 깊이 공경하였고
昔常咏遺風(석상영유풍) : 옛날에는 선생의 시를 읊어대다가
著爲十六篇(저위십육편) : 시 열여섯 편을 본떠서 지은 적도 있는데
今來訪故宅(금래방고택) : 오늘 이렇게 옛집을 찾아와 보니
森若君在前(삼약군재전) : 엄숙한 모습이 눈앞에 있는 듯하네.
不慕樽有酒(불모준유주) : 술 좋아했던 것을 부러워하는 게 아니고
不慕琴無弦(불모금무현) : 줄 없는 금 타는 것도 따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慕君遺榮利(모군유영리) : 공명과 관록 모두 내던진 뒤에
老死此丘園(노사차구원) : 고향에서 늙어 죽은 것은 부러워할 일이네
柴桑古村落(시상고촌락) : 시상은 오래된 옛날 마을이고
栗里舊山川(율리구산천) : 율리도 옛 산천이 남아 있어서
不見籬下菊(불견이하국) : 울타리 밑에 핀 국화꽃은 볼 수 없지만
但餘墟中烟(단여허중연) : 밥 짓는 연기는 옛날처럼 피어오르네.
子孫雖無聞(자손수무문) : 선생의 자손 중에 알려진 사람은 없지만
族氏猶未遷(족씨유미천) : 문중 사람들 떠나지 않고 남아 있어서
每逢姓陶人(매봉성도인) : 도씨 성 가진 이를 만날 때마다
使我心依然(사아심의연) : 내 안에서 공경하는 마음이 일어나곤 하네.
* 陶公(도공) : 도잠(陶潛)을 가리킨다.
* 爲人(위인) : 사람의 됨됨이. 《논어論語ㆍ학이學而》에서 ‘其爲人也孝弟, 而好犯上者, 鮮矣(사람됨이 부모님 잘 모시고 형제간에 우애 돈독하며 공손하면서 윗사람 범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고 했다.
* 陶體(도체) : 도잠(陶潛)의 담박하고 자연스러운 시체(詩體)를 가리킨다.
* 柴桑(시상) : 지명. 도잠(陶潛)의 고향이다. 《송서宋書ㆍ은일전隱逸傳ㆍ도잠陶潛》에서 ‘潛晩年隱居故里柴桑, 有脚疾, 外出輒命二兒以籃輿舁之(도잠은 만년에 고향 시상에 은거했는데 다리가 아파서 밖에 나갈 때는 아들에게 가마를 들게 했다).’라고 했다.
* 垢塵(구진) : 먼지. (몸이나 물건에 끼는) 때.
* 靈鳳(영봉) : 봉황(鳳凰)
* 靖節(정절) : 도잠(陶潛) 사후 그와 가깝게 지내던 이들이 정절징사(靖節徵士)란 호를 지어주었다.
* 永惟(영유) : 깊이 생각하다. 늘 생각하다.
* 孤竹(고죽) : 《장자莊子ㆍ양왕讓王》에서 ‘昔周之興, 有士二人, 處於孤竹, 曰伯夷叔齊(옛날에 주나라가 일어났을 때 고죽국에 백이와 숙제라는 두 현인이 있었다).’라고 했다. ‘孤竹子’는 고죽군(孤竹君)의 아들, 즉 백이와 숙제를 가리킨다.
* 拂衣(불의) : 옷을 떨치고 떠나다. 귀은(歸隱)을 가리킨다.
* 夷齊(이제) : 백이(伯夷)와 숙제(叔弟)를 가리킨다. 이백李白은 「梁園吟」이란 시에서 ‘持鹽把酒但飮之, 莫學夷齊事高潔(소금 안주에 술잔 들어 마시더라도 / 백이와 숙제 고결한 옛일 배우지 마라)’이라고 읊었다.
* 先生有五男(선생유오남) : ‘先生’은 도잠(陶潛)을 가리킨다. 도잠의 「責子」란 시에 다섯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 徵(징) : 불러서 임용하는 것을 뜻한다(=徵召)
* 相去五百年(상거오백년) : 실제 도잠(365~427)과 백거이(772~846)의 생년 차이는 407년이고, 도잠의 생애 기간과 비교해도 345년으로 5백년에는 미치지 못한다.
* 五柳傳(오전) : 도잠(陶潛)의 저작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을 가리킨다. 서두를 ‘先生不知何許人也, 亦不詳其姓字. 宅邊有五柳樹, 因以爲號焉(선생은 어디 사람인지 알 수 없고 성씨 역시 알려져 있지 않은데, 집 주변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어 그것이 호가 되었다).’으로 시작한다.
* 目想(목상) :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다.
* 拳拳(권권) : 성실하고 진지한 모양. 근면한 모양. 특별히 총애하는 것을 가리킨다.
* 遺風(유풍) : 전대(前代) 혹은 전인(前人)으로부터 전해져 내려와 교화(敎化)의 근거가 되는 것을 가리킨다. ‘十六首’는 도잠陶潛의 「效陶潛體詩十六首」를 가리킨다.
* 琴無弦(금무현) : 현(弦)이 없는 금(琴)을 가리킨다.
* 榮利(영리) : 공명(功名)과 관록(官祿)을 가리킨다.
원화(元和) 11년(816), 백거이가 강주(江州)로 쫓겨나 있던 시기에 지은 것인데 도연명의 고향 시상(柴桑)ㆍ율리(栗里)가 멀지 않은 곳이었다.
백거이는 일찍부터 도연명에게 깊이 심취해 있었던 사람 인 만큼 도연명의 고향을 돌아본 뒤 그의 일생을 찬탄하는 시를 짓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도연명陶淵明(365~427)
진대(晉代)의 문학가로 청신하고 자연스러운 시문으로 시명을 얻었다. 자는 원량(元亮), 이름은 잠(潛) 혹은 연명(淵明)이다. 또 진대(晉代)에는 이름이 연명(淵明)이었다가 유송(劉宋)에 들어 잠(潛)으로 바꿨다는 견해도 있다. 당조(唐朝) 이후로는 당고조(唐高祖)의 이름을 기휘하기 위해 도심명(陶深明) 또는 도천명(陶泉明)으로 칭하기도 했다. 고향에 은거한 뒤로는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는 호를 사용했다. 심양(潯陽) 시상(柴桑)(지금의 장시성江西省 구강九江 서남쪽) 사람이다. 증조부 도간(陶侃)은 동진(東晉)의 개국공신으로 관직이 대사마에 이르렀고, 조부 도무(陶茂)와 부친 도일(陶逸)도 태수를 지냈으나 그가 태어난 동진 이후 진조(晉朝)와 송조(宋朝)의 교체기에 그의 가세는 점차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 또한 젊은 날에 받은 유가교육의 영향으로 ‘세상을 크게 구하겠다(大濟于蒼生)’는 포부를 지니고 여러 관직에 나아가 일을 했지만 그때마다 문란한 시류를 견뎌내지 못하고 사직을 반복했고, 41세 되던 해 80여 일 동안 머문 팽택현령직을 끝으로 고향으로 은거한 뒤에 스무 해 넘게 다시는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63세에 세상을 떴다. 그의 사후에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 그에게 정절선생(靖節先生)이란 시호를 주어 부르기 시작했다. 양(梁)나라 종영(鐘嶸)이 《시품詩品》에서 ‘古今隱逸詩人之宗(고금의 은일시인 가운데 첫머리)’라고 했을 만큼 그의 시풍이 중국문학사에 남긴 영향이 매우 크다. 작품 중에서는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 《도화원기桃花源記》, 《귀거래사歸去來辭》 등이 특히 많이 알려져 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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