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지상축량이수(池上逐凉二首) - 백거이(白居易)
더위를 피해 나온 연못가에서 지은 시 2수
其一
靑苔地上消殘暑(청태지상소잔서) : 이끼 낀 땅 위에서 사라진 남은 더위
綠樹陰前逐晩凉(녹수음전축만량) : 푸른 숲 그늘 앞에 저녁 바람을 좇아가네.
輕屐單衣薄紗帽(경극단의박사모) : 가벼운 신발과 홑옷에 박사로 만든 건을 쓰고
淺池平岸庳藤床(천지평안비등상) : 얕은 연못 고른 땅 낮은 등나무 평상에 누워보네.
簪纓怪我情何薄(잠영괴아정하박) : 귀한이들 날 모르는 탓할 맘이 없어지고
泉石諳君味甚長(천석암군미심장) : 산림에서 임금 일 모르는 좋은 맛도 알았으니
遍問交親爲老計(편문교친위노계) : 두루 묻고 사귀는 걸 늙는 날의 낙으로 삼아
多言宜靜不宜忙(다언의정불의망) : 말 많은 걸 줄여가며 바쁘지 않게 살아야지.
其二
窗間睡足休高枕(창간수족휴고침) : 창문사이에서 푹 잔 뒤에 누워 쉬다가
水畔閑來上小船(수반한래상소선) : 느릿느릿 물가를 걸어 작은 배에 오른 뒤에
棹遣禿頭奴子撥(도견독두노자발) : 머리 벗겨진 노복에게 노를 맡겨 젓게 하고
茶敎纖手侍兒煎(다교섬수시아전) : 손이 고운 아이 시켜 차를 달이네.
門前便是紅塵地(문전편시홍진지) : 문 나서면 버글대는 세상이 있고
林外無非赤日天(임외무비적일천) : 숲 밖은 온 세상이 이글거리는 해와 같네.
誰信好風淸簟上(수신호풍청점상) : 돗자리 위의 시원한 바람을 누가 믿을까
更無一事但翛然(갱무일사단유연) : 일도 없고 마음에도 걸리는 것 없어야지.
* 逐凉(축량) : 더위를 피해 서늘한 바람을 쐬다. ‘乘凉’이라고도 한다.
* 靑苔(청태) :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는 푸른 이끼. 물때를 뜻할 때도 있다.
* 泉石(천석) : 산수(山水)를 가리킨다.
* 簪纓(잠영) : 고대 관리들의 관식 관식(冠飾)을 가리킨다. 지위가 높은 사람을 가리킨다.
* 不宜(불의) :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부적합하다. 적절하지 않다.
* 纖手(섬수) : 여인의 가늘고 고운 손을 가리킨다.
* 侍兒(시아) : 시중을 드는 하녀를 가리킨다.
* 紅塵(홍진) : 수레와 말들이 일으키는 흙먼지를 가리킨다. 번화한 곳을 가리킨다. 속세俗世를 가리킨다.
* 無非(무비) : ~아닌 것이 없다.
* 淸簟(청점) : 대나무로 엮은 시원한 자리를 가리킨다.
* 翛然(소연) : 매임이 없는 모양. 초탈(超脫)한 모양. ⟪장자莊子ㆍ대종사大宗師⟫에서 ‘翛然而往, 翛然而來而已矣(걸림 없이 가고 걸림 없이 올 따름이다).’라고 하였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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