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답객문항주(答客問杭州) - 백거이(白居易)
항주에 대해 묻는 길손에게 답하면서
爲我踟躕停酒盞(위아지주정주잔) : 잠시 망설이다가 술잔을 내려놓고
與君約略說杭州(여군약략설항주) : 그대에게 항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리다.
山名天竺堆靑黛(산명천축퇴청대) : 산 이름은 천축인데 짙푸른 빛이 아름답고
湖號錢唐瀉綠油(호호전당사녹유) : 전당이란 호수는 물빛이 항상 푸르다오.
大屋檐多裝雁齒(대옥첨다장안치) : 물가에는 큰 절과 탑들이 줄을 지어 서 있고
小航船亦畵龍頭(소항선역화용도) : 물 위에 뜬 작은 배에도 용머리가 그려져 있다오.
所嗟水路無三百(소차수로무삼백) : 낙양에서 항주로 가는 물길 많고 많은데
官繫何因得再遊(관계하인득재유) : 관직에 매여 있으니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까?
* 踟躕(지주) : 서성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 주저하다. 망설이다. 잠시 머물다.
* 約略(약략) : 대충. 대략. 자세하지 않게. 대체로. 부주의하다.
* 天竺(천축) : 산 이름. 저장(浙江) 항주(杭州) 영은산(靈隱山) 비래봉(飛來峯) 남쪽에 있는 산 이름으로, 산중에 상, 중, 하 세 개의 천축사(天竺寺)가 있다.
* 靑黛(청대) : 고대에 여인들이 눈썹을 그릴 때 사용했던 어둡고 짙은 빛깔의 푸른빛 안료를 가리킨다.
* 錢唐(전당) : 당초에는 전당현(錢唐縣)을 가리키는 지명이었으나 나중에 제방이 세워지면서 ‘錢塘’이란 명칭과 섞여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 綠油(녹유) : 녹수(綠水)를 가리킨다.
* 雁齒(안치) : 나란히 배열되어 있는 것을 가리킨다.
* 官繫(관계) : 관직에 얽매여 심신이 자유롭지 못한 것을 가리킨다.
백거이는 장경(長慶) 2년(822)부터 4년(824)까지 햇수로 3년을 항주자사로 지냈는데, 시문으로 보자면 이 시는 항주에서 낙양으로 돌아온 이후에 쓴 것으로 보인다.
백거이를 만난 누군가가 항주에서 3년을 살고 온 백거이에게 항주에 대해 물었을 테고, 풍부한 구경거리를 가진 항주를 한마디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백거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은 뒤 그렇다면 간단히 말해보겠다고 하면서 입을 떼기 시작한 것일 테다.
다섯 번째 구절 ‘大屋檐多裝雁齒’을 절(寺)과 관련된 내용으로 풀어 읽은 것은 전당호 주변에 있을 큰 건물로는 아무래도 민가보다 사원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였고, 시의 제목과 시문의 첫 두 구절을 연결해서 읽은 것은 이 시를 짓게 된 연유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서두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항주가 어떤 곳이냐고 물었던 것에 대한 백거이의 대답의 요지는 산과 호수, 거대한 사찰들과 물 위에 뜬 배들의 호화로운 정경 등을 말하고 있는 세 번째 구절에서 여섯 번째 구절까지 네 구절에 집약되어 있고 후반부 두 구절은 낙양으로 돌아온 이후 바쁜 일과에 쫓기느라 언제쯤 항주에 다시 가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탄식하고 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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