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곡강감추이수(병서)曲江感秋二首(并序) - 백거이(白居易)
가을날 곡강에서 지은 2수(서문과 함께)
并序
元和二年三年四年, 予每歲有曲江感秋詩, 凡三篇, 編在第七集卷.
원화 2년부터 4년까지 내가 해마다 「곡강감추」란 시를 지었는데
그 시 세 편이 내 문집 제7권에 실려 있다.
是時予爲左拾遺翰林學士. 無何貶江州司馬, 忠州刺史.
그때 내 직위는 좌습유 한림학사였는데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까닭 없이 강주사마와 충주자사로 좌천되었다.
前年遷主客郞中, 知制誥. 未周歲, 授中書舍人.
(그러다가) 작년에 (장안으로 돌아와) 주객낭중 지제고가 되었고
일 년이 되지 않아 중서사인에 제수되었다.
今遊曲江, 又値秋日, 風物不改, 人事屢變. 況予中否後遇, 昔壯今衰, 慨然感懷, 復有此作.
오늘 또 가을 곡강에 놀러 와서 보니
눈에 보이는 풍물은 달라진 게 없는데 사람의 일은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더구나 나는 도중에 어려운 일을 겪으며 정정했던 때를 지나 쇠약해져 있어서
생각할수록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감회가 일어 또 다시 시를 짓게 되었다.
噫! 人生多故, 不知明年秋又何許也? 時二年七月十日云耳.
아! 인생에는 변고가 하도 많아서 내년 가을에는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다.
때는 장경 2년(822) 칠월 초열흘날이다.
其一
元和二年秋(원화이년추) : 원화 2년 가을에
我年三十七(아년삼십칠) : 내 나이 서른일곱
長慶二年秋(장경이년추) : 장경 2년 가을에
我年五十一(아년오십일) : 내 나이 쉰하나
中間十四年(중간십사년) : 그 사이에 흘러간 십사 년 중에
六年居譴黜(육년거견출) : 여섯 해를 조정에서 쫓겨나 지내지만
窮通與榮悴(궁통영영췌) : 잘나가거나 막히거나 잘 되거나 못 되거나
委運隨外物(위운수외물) : 운명 따위는 자연과 천운에 맡겨버렸네.
遂師廬山遠(수사여산원) : 일찍부터 여산의 혜원을 스승으로 삼았고
重吊湘江屈(중조상강굴) : 상강에서는 굴원에게 두 번이나 제 지냈고
夜聽竹枝愁(야청죽지수) : 밤에는 시름 젖어 「죽지사」를 듣다가
秋看灔堆沒(추간염퇴몰) : 가을에는 물에 잠긴 염여퇴를 바라보네.
近辭巴郡印(근사파군인) : 최근에는 파릉군의 관직을 내려놓고
又秉綸闈筆(우병윤위필) : 중서성에서 붓 놀리는 자리 하나 얻었는데
晩遇何足言(만우하족언) : 만년 출세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白髮映朱紱(백발영주불) : 흰머리와 붉은 폐슬 얼비치기 때문이네.
銷沉昔意氣(소침석의기) : 애초에 가진 의기 이미 시들어버렸고
改換舊容質(개환구용질) : 몸과 마음도 모두다 변해버렸지만
獨有曲江秋(독유곡강추) : 가을날 다시 만난 곡강 너만은
風烟如往日(풍연여왕일) : 바람과 안개 지난날과 다름없구나.
* 曲江(곡강) : 곡강지(曲江池)라고도 하는데 장안성 남쪽(지금은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에 속함)에 있었다. 진한(秦漢) 시기에 이미 제왕의 유락 장소였다. 진(秦)은 이곳에 의춘원(宜春苑)을 세웠고, 한(漢)은 이것을 고쳐 낙유원(樂游苑)이라 했는데, 왕망(王莽)이 궁전을 없애고 낙유묘(樂游廟)라는 사당을 세웠다. 수문제(隋文帝)가 이곳에 연못을 파고 부용원(芙蓉苑)을 지었고, 당현종(唐玄宗) 시대에 이르러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되었는데 연못 남쪽에 부용원(芙蓉苑), 행원(杏園), 자운루(紫雲樓), 낙유묘(樂游廟), 자은사(慈恩寺) 등의 명승지가 있었다. 당시 장안성의 독서인들은 항상 이곳에 나와 경치를 즐겼는데, 특히 명절 때에는 일반 백성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고 전한다. 황제도 이곳에서 수시로 군신들을 모아 연회를 베풀었다.
* 元和(원화) : 당헌종(唐憲宗) 이순(李純)의 연호(806~820)
* 無何(무하) : 까닭 없이. 어떠한 인위(人爲)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낙토를 가리키는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을 줄인 말이기도 하다. 아무 일도 없는 것을 가리킨다.
* 江州(강주) : 지명
* 周歲(주세) : 한 해
* 中否(중부) : 중도에 몰락하는 것을 가리킨다.
* 何許(하허) : 어느 때. 어느 곳. 어떻게.
* 云耳(운이) : 문장 끝에 쓰여 앞에 나온 말을 돕는 어조사
* 長慶(장경) : 당목종(唐穆宗) 이항(李恒)의 연호(821~824)
* 譴黜(견출) : 강직되다. 좌천되다.
* 窮通榮悴(궁통영췌) : ‘窮通’은 어려움에 처하는 것과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가리키고, ‘榮悴’는 영고성쇠(榮枯盛衰)를 가리킨다.
* 委運(위운) : (자신의 운명을) 자연에 따르고 천명에 맡기는 것을 가리킨다.
* 外物(외물) : 몸 밖의 것, 즉 이익을 탐하는 마음과 공명(功名)을 바라는 마음 등을 가리킨다.
* 遂師廬山遠(수사여산원) : 백거이가 줄곧 진(晉)나라 때 고승 혜원(慧遠)의 풍도를 마음속으로 흠모한 것을 가리키는데, 그는 일찍이 동림사(東林寺) 남쪽에 초당을 짓고 나서 쓴 「초당기草堂記」에서 ‘昔永遠宗雷輩十八人, 同入此山, 老死不返. 去我千載, 我知其心以是哉(지난날 진나라 고승 혜영 慧永, 혜원 慧遠, 명유 종병 宗炳, 뇌차종 雷次宗 등 열여덟 명이 함께 이곳 여산으로 들어와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비록 내가 살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들의 마음이 바로 이 여산의 아름다운 경치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 했고, 또 「중제重題」란 시에서는 ‘已許虎溪雲裏臥, 不爭龍尾道前行(호계의 구름 속에 누워 지내기로 한 뒤에는 / 조정의 높은 자리 다퉈보지 않았다)’이라고 하면서 혜원을 스승으로 삼아 왕생극락을 위한 염불에 전념했다고 전해진다.
* 湘江屈(상강굴) : 전국시대 때 초(楚)나라 시인 굴원(屈原 BCE339~BCE278)을 가리킨다.
* 竹枝(죽지) : 파투巴渝(현재의 쓰촨四川 동부) 일대의 민가였던 죽지곡(竹枝曲)을 가리킨다. 유우석劉禹錫이 악부곡에 삼협三峽의 풍광과 남녀 사이의 애정을 노래한 새로운 가사를 붙인 「죽지사竹枝詞」가 당시 크게 유행하였다.
* 灔堆(염퇴) : 백제성(白帝城) 아래 구당협(瞿塘峽) 입구에 있는 거석 염여퇴(灔澦堆)를 가리킨다. 연와석(燕窝石)이라고 했다.
* 巴郡(파군) : 지명. 진(秦)나라 때 설치되었고 익주(益州)에 속했다. 파동(巴東), 파서(巴西)와 함께 ‘삼파(三巴)’로 불렸다. 현재로는 가릉강(嘉陵江)과 기강(綦江) 유역 동쪽의 대부분을 가리킨다.
* 綸闈(윤위) : 윤각(綸閣). 중서성(中書省)의 대칭(代稱). 황제의 조령(詔令)을 기획하고 입안하는 곳이다.
* 晩遇(만우) : 만년에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가리킨다.
* 朱紱(주불) : 폐슬(蔽膝), 즉 조복(朝服)이나 제복(祭服)을 입을 때 앞에 늘여 무릎을 가리던 붉은 헝겊을 가리킨다. 관복(官服)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중서사인(中書舍人)의 신분을 가리킨다.
* 銷沉(소침) : 기가 죽다. 기세를 잃다. ‘消沉’과 같다.
* 용질(용질) : 심신(心身), 즉 용모와 기질을 가리킨다.
* 綠茸(녹용) : 가늘고 빽빽하게 자란 푸른 풀을 가리킨다.
* 靑房(청방) : 연밥이 들어 있는 송이를 가리킨다.
* 臨望(임망) : 높은 곳에 올라 멀리까지 바라보는 것을 가리킨다.
* 榮名(영명): 좋은 평판. 좋은 명성.
* 壯齒(장치) : 장년, 즉 기운 좋게 활발히 활동하는 시기를 가리킨다.
* 時命(시명) : 조정의 명령을 가리킨다. 불시의 명령을 가리킨다. 명운을 가리킨다. 기회를 가리킨다.
* 已先(이선) : 이전. 종전. 앞서.
* 驚悟(경오) : 좋은 시절을 그르친 데 대한 탄식과 회한을 가리킨다.
장경(長慶) 2년(822), 강주(江州) 유배를 마치고 장안(長安)으로 돌아온 뒤에 쓴 작품이다.
삼십 대 때 가봤던 경승지 곡강을 다시 찾은 감회가 남다르기는 하지만 낙천은 이때 벌써 장안에서의 출세로부터 마음이 떠나 있었고, 실제로 이 시를 지은 뒤 오래잖아 장안을 떠날 결심을 굳힌 백거이는 외직을 자청하여 같은 해 시월에 항주자사(杭州刺史)로 부임한다.
其二
疏芜南岸草,萧飒西风树。秋到未几时,蝉声又无数。
莎平绿茸合,莲落青房露。今日临望时,往年感秋处。
池中水依旧,城上山如故。独我鬓间毛,昔黑今垂素。
荣名与壮齿,相避如朝暮。时命始欲来,年颜已先去。
当春不欢乐,临老徒惊误。故作咏怀诗,题于曲江路。
曲江感秋
沙草新雨地,岸柳涼風枝。
三年感秋意,並在曲江池。
早蟬已嘹唳,晚荷復離披。
前秋去秋思,一一生此時。
昔人三十二,秋興已雲悲。
我今欲四十,秋懷亦可知。
歲月不虛設,此身隨日衰。
暗老不自覺,直到鬢成絲。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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