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관사소정한망(官舍小亭閑望) - 백거이(白居易)
관사에 있는 작은 정자에서 말없이 먼 곳을 바라보며
風竹散淸韻(풍죽산청운) : 바람 지나는 대숲에서 맑은 소리 들려오고
烟槐凝綠姿(연괴응록자) : 홰나무 두른 안개 푸른빛으로 물들더니
日高人吏去(일고인리거) : 해가 높이 떠오르고 일하는 이들 나간 뒤에
閑坐在茅茨(한좌재모자) : 나만 혼자 초가집에 조용히 앉아있네
葛衣禦時暑(갈의어시서) : 올 성근 갈옷으로 더운 여름 이겨내고
蔬飯療朝飢(소반료조기) : 푸성귀뿐인 밥상으로 아침 허기 달래지만
持此聊自足(지차료자족) : 이렇게 살면서도 스스로 만족하니
心力少營爲(심력소영위) : 힘으로든 맘으로든 애쓸 곳이 별로 없네.
亭上獨吟罷(정상독음파) : 정자에 홀로 앉아 시를 몇 수 읊고 나면
眼前無事時(안전무사시) : 그 뒤로는 아무것도 해야 할 일 없어서
數峰太白雪(수봉태백설) : 태백산 봉우리에 쌓인 눈을 바라보다
一卷陶潜詩(일권도잠시) : 도연명의 시권을 손에 들고 읽어보네.
人心各自是(인심각자시) : 사람들은 맘속으로 자기가 바르다 생각하고
我是良在玆(아시양재자) : 나 자신의 올바름은 이곳에 있으니
回謝爭名客(회사쟁명객) : 명성을 다투는 이들을 생각하며 말해두려네.
甘從君所嗤(감종군소치) : 그대가 웃는다 하더라도 달게 감수하겠다고
* 時暑 : 여름 더위를 가리킨다.
* 朝飢 : 이른 아침 공복일 때 느껴지는 속이 빈 느낌을 가리킨다.
* 營爲 : 애써 일하다.
* 太白 : 산 이름. 산시(陝西) 미현(眉縣) 동남쪽에 있다.
* 爭名 : 명망이나 명예를 다투는 것을 가리킨다.
원화(元和) 원년(806), 원진과 함께 교서랑에서 물러난 낙천은 둘이 함께 화양관(華陽觀)으로 들어가 바깥출입을 끊은 채 책문 75편을 쓰고 황제 앞에서 치러지는 재식겸무명어체용과(才識兼茂明於體用科)에 응시하여 전례대로 1, 2위 없는 3, 4위로 동반 급제한 뒤에 이듬해인 원화 2년(807)에 주질현위(盩厔縣尉)가 되었다.
이 시는 낙천이 주질현에 있을 때 쓴 것인데, 3위로 실질적인 장원을 차지한 원진이 청관(淸官)인 문하성 좌습유로 임명된 것과 달리 자신은 주질현 현위로 임명된 것에 대한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던 게 아닌가 싶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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