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희예경노승(戱禮經老僧) - 백거이(白居易)
독경하며 예불하는 스님을 놀리려고
香花一爐燈一盞(향화일로등일잔) : 등불을 밝히고 향을 사르며
白頭夜禮佛名經(백두야례불명경) : 한밤중에 흰머리로 예불 올리네.
何年飮著聲聞酒(하년음저성문주) : 소승불법 배운 것이 언제 적인데
直到如今醉未醒(직도여금취미성) : 지금까지 이렇게 깨어나지 못하는가?
* 禮經 : 보통은 유가(儒家) 십삼경十三經 중 하나인 ⟪의례儀禮⟫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는 독경(讀經)을 하면서 예불(禮佛)을 올리는 것
* 佛名經 : 천축승(天竺僧) 보리유지(菩提流支)가 6세기 초에 낙양(洛陽)에서 북위(北魏) 선무제(宣武帝)의 뜻을 도와 역경사업을 펼쳤는데, 그 중 경전 속에 실린 수많은 부처들의 이름을 읽고 외우면 온갖 재난에서 벗어나 삶이 편안해질 뿐만 아니라 지은 죄과를 씻고 장차 극락세계에 갈 수 있다고 설하는 ⟪불설불명경佛說佛名經⟫을 가리키는 것
* 聲聞酒 : 대승불법(大乘佛法)에 대비되는 소승불법(小乘佛法)을 뜻하는 것
노년의 낙천은 불법 속에 들어와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인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스님의 예불이나 독경이 낙천의 눈과 귀에 설었던 모양이다.
제목에 ‘戱’를 쓴 것을 보고 ‘老僧’은 기실 ‘땡중’이나 ‘땡추’ 같은 속뜻이 감춰져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聲聞酒’를 그대로 ‘술’로 새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소승불법’으로 새겼다.
요즘 세상에 승가에서 ‘술’이 ‘차’와 별반 다르지 않게 횡행하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산과바다 이계도
'*** 詩 *** > 樂天 白居易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우야면(秋雨夜眠) - 백거이(白居易) (0) | 2021.02.20 |
---|---|
위촌수이이십견기(渭村酬李二十見寄) - 백거이(白居易) (0) | 2021.02.20 |
이릉증별원미지(夷陵贈別元微之) - 백거이(白居易) (0) | 2021.02.20 |
향산피서이절(香山避暑二絶) - 백거이(白居易) (0) | 2021.02.20 |
세만(歲晩) - 백거이(白居易) (0) | 2021.02.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