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죽창(竹窗) - 백거이(白居易)
대나무 그늘진 창
常愛輞川寺(상애망천사) : 언제나 망천에 있는 절을 사랑하여
北窗東北廊(북창동북랑) : 북쪽에 창문과 회랑을 만들었네.
一別十餘載(일별십여재) : 헤어진 뒤 십 년이 지나는 동안
見竹未曾忘(견죽미증망) : 대숲을 보며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네.
今春二月初(금춘이월초) : 해 바뀌어 봄이 오고 2월 초순에
卜居在新昌(복거재신창) : 신창리에 살 만한 터를 구한 뒤
未暇作廐庫(미가작구고) : 쉴 틈 없이 가축의 우리와 창고를 짓고
且先營一堂(차선영일당) : 더하여 사람 살 집 한 채를 들였네.
開窗不糊紙(개창불호지) : 창문에는 종이를 바르지 않고
種竹不依行(종죽불의행) : 대나무도 줄 맞추지 않고 심었는데
意取北檐下(의취북첨하) : 바라던 대로 북쪽 처마 밑에 창문을 내서
窗與竹相當(창여죽상당) : 창과 대숲이 서로 마주볼 수 있게 했네.
繞屋聲淅淅(요옥성석석) : 댓잎들이 서걱대는 소리가 집을 감싸고
逼人色蒼蒼(핍인색창창) : 푸른 대나무 빛깔이 사람까지 물을 들이며
烟通杳靄氣(연통묘애기) : 굴뚝에서는 아스라이 연기가 피어오르고
月透玲瓏光(월투영롱광) : 달이 뜨면 영롱한 달빛이 숲을 비추네.
是時三伏天(시시삼복천) : 시절은 바야흐로 삼복중이라
天氣熱如湯(천기열여탕) : 날마다 뜨거운 물속에 있는 것만 같은데
獨此竹窗下(독차죽창하) : 혼자 이곳 대숲 가까운 창문 밑에서
朝回解衣裳(조회해의상) : 궁에서 돌아와 위아래 옷 모두 벗은 뒤
輕紗一幅巾(경사일폭건) : 바람 통하는 얇은 건 하나 남긴 채
小簟六尺床(소점육척상) : 사람 키 만한 돗자리 위에 누워 있으면
無客盡日靜(무객진일정) : 하루 종일 찾아오는 이 없어 조용한 중에
有風終夜凉(유풍종야량) : 바람까지 불어 밤새도록 서늘하기까지 하네.
乃知前古人(내지전고인) : 그런 중에 옛사람 살림을 알게 되는데
言事頗諳詳(언사파암상) : 그들이 했던 말이며 일까지 분명해지니
淸風北窗臥(청풍북창와) : 맑은 바람 부는 북쪽 창 아래 누워 있으면
可以傲羲皇(가이오희황) : 복희 때 걱정 없었던 사람들이 조금도 안 부럽다네.
* 輞川(망천) : 산시성(陝西省) 남전현(藍田縣) 진령(秦嶺) 북쪽 기슭에서 시작되어 현 남쪽 패수(㶚水)로 합류되는 망곡수(輞谷水)를 가리킨다. 물줄기들이 모여드는 모양이 마치 수레바퀴의 테와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왕유(王維)가 별장을 지어 잘 알려진 곳이다.
* 卜居(복거) : 집 지을 땅을 고르는 것을 가리킨다.
* 未暇(미가) : ~를 고려할(돌아볼) 시간이 없는 것을 가리킨다.
* 廐庫(구고) : 가축의 우리와 창고를 가리킨다.
* 淅淅(석석) : 비나 바람 소리 또는 물체를 비빌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낸다.
* 逼人(핍인) : 위협하다. 침입하다.
* 烟通(연통) : 굴뚝
* 小簟(소점) : 댓자리. 돗자리.
* 諳詳(암상) : 상세하게 잘 알다.
* 羲皇(희황) : 전설시대 인류의 시조이기도 하고 창세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복희씨(伏羲氏)를 가리킨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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