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무가내하가(無可奈何歌) - 백거이(白居易)
어쩔 도리가 없구나.
無可奈何兮(무가내하혜) : 어쩔 도리가 없구나.
白日走而朱顔頹(백일주이주안퇴) : 세월이 흘러 고운 얼굴 윤기를 잃고
少日往而老日催(소일왕이노일최) : 젊은 날은 지나가고 늙는 날은 다급하며
生者不住兮死者不回(생자부주혜사자불회) : 산 사람은 잡아둘 수 없고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네.
况乎寵辱豐悴之外物(황호총욕풍췌지외물) : 하물며 영욕과 성쇠 같은 내 몸 밖의 것들은
又何常不十去而一來(우하상불십거이일래) : 어째서 열을 잃고 하나도 얻기 힘든가
去不可挽兮來不可推(거불가만혜래불가추) : 가는 것은 붙잡아 말릴 수 없고 오는 것은 빨리 오게 할 수 없으니
無可奈何兮, 已焉哉(무가내하혜, 이언재) : 어찌 해볼 수 없기는 이곳도 마찬가지네
惟天長而地久(유천장이지구) : 오로지 하늘과 땅만이 영원할지니
前無始兮後無終(전무시혜후무종) : 앞에서는 시작이 없고 뒤에서는 끝이 없네.
嗟吾生之幾何(차오생지기하) : 아! 그 안에 나의 삶이 얼마일지 헤아려보니
寄瞬息乎其中(기순식호기중) : 눈 깜짝하거나 숨 한 번 쉴 만큼 머무는 것인데
又如太倉之稊米(우여태창지제미) : 큰 창고 속 곡식 중에 좁쌀 한 톨 같고
委一粒於萬鐘(위일립어만종) : 만종의 녹봉 중에 작은 한 알 같구나.
何不與道逍遙(하불여도소요) : 어찌하여 소요의 도를 따르지 않고
委化從容, 縱心放志, 泄泄融融(위화종용, 종심방지, 설설융융) : 침착과 여유의 경계를 이해하지 않고, 뜻에 따라 할 수 있게 맡겨두지 않고, 스스로 화목하고 쾌적하게 하지 않는가?
胡爲乎分愛惡於生死(호위호분애오어생사) : 어째서 삶과 죽음에서 사랑과 미움을 가르고
繫憂喜於窮通(계우희어궁통) : 실패와 성공에서 슬픔과 기쁨에 얽매이는가?
倔强其骨髓, 齟齬其心胸(굴강기골수, 저어기심흉) : 고집을 피우고 익숙해하지 않으며
合氷炭以交戰, 祗自苦兮闕躬(합빙탄이교전, 지자고혜궐궁) : 얼음과 장작이 싸우게 하고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며 스스로 힘들어하는가?
彼造物者, 云何不爲(피조물자, 운하불위) : 조물주가 어찌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며
此與化者, 云何不隨(차여화자, 운하불수) : 변화자는 어찌하여 따르지 아니할 것인가?
或喣或吹, 或盛或衰(혹후혹취, 혹성혹쇠) : 바람은 느리게도 급하게도 불고 기운은 번성하기도 하고 쇠약해지기도 하고
雖千變與萬化, 委一順以貫之(수천변여만화, 위일순이관지) : 경계가 비록 수천 번 수만 번 변화해도 순리에 따르는 마음 하나로 그것을 관통하네.
爲彼何非, 爲此何是(위피하비, 위차하시) : 어째서 저것은 그르다 하고 어째서 이것은 바르다 하고
誰冥此心, 夢蝶之子(수명차심, 몽접지자) : 누가 이런 마음을 깊이 생각 했는가 나비가 되는 꿈을 꿨던 장자가 그 사람이네.
何禍非福, 何吉非凶(하회비복, 하길비흉) : 어째서 재앙을 복이 아니라 하고 어째서 길한 것을 흉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지
誰達此觀, 喪馬之翁(수달차관, 상마지옹) : 이것에 대해 달관했던 이 누구인가 변경에 살면서 말을 잃어본 노인이라네.
俾吾爲秋毫之杪, 吾亦自足, 不見其小(비오위추호지초, 오역자족, 불견기소) : 나를 가을터럭의 끝처럼 작은 것이라 해도 자족하면서 그것을 작게 보지 않고
俾吾爲泰山之阿, 吾亦無餘, 不見其多(비오위태산지아 오역무여, 불견기다) : 나를 태산처럼 큰 것이라 해도 가진 것이 더 없으니 그것을 크게 보지 않네.
是以達人靜則吻然與陰合迹(시이달인정즉문연여음합적) : 그러므로 통달한 사람은 세상이 안정되었을 때 음의 기운과 하나 되고
動則浩然與陽同波(동즉호연여양동파) : 세상이 요동칠 때 망설이는 마음 없이 양의 기운과 함께하네.
委順而已, 孰知其他(위순이이, 숙지기타) : 순리를 따르면 그뿐 알아야 할 다른 게 무엇인가
時邪命邪, 吾其無奈彼何(시야명야, 오기무내피하) : 운명, 나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고
委邪順邪, 彼亦無奈吾何(위야순야, 피역무내오하) : 순종, 그것도 나에 대해 마땅한 방법이 없는데
夫兩無奈何, 然後能冥至順而合太和(부양무내하, 연후능명지순이합태화) : 이렇게 둘이 서로 어쩔 수 없는 걸 알고 난 뒤 순리를 생각하며 자연의 기운과 하나될 수 있어서
故吾所以飮太和, 扣至順, 而爲無可奈何之歌(고오소이음태화, 구지순, 이위무가내하지가) : 순리를 박자 삼고 자연의 기운을 술 삼아 「무가내하가」를 지어 부르네.
* 無可奈何(무가내하) : 어쩔 도리가 없다. 방법이 없다. 막무가내.
* 寵辱(총욕) : 영욕(榮辱)
* 豐悴(풍췌) : 성쇠(盛衰)
* 外物(외물) : 신외지물(身外之物), 즉 명예(名譽)와 이익(利益) 같은 것들을 가리킨다.
* 何常(하상) : 결코 ~하지 않다(并不) 또는 아직 ~하지 않다(未曾) 같은 반문의 어기를 가진 말이다. ‘何嘗’으로도 쓴다.
* 稊米(제미) : 돌피. 여기서는 좁쌀로 새겨 읽었다.
* 萬鐘(만종) : 후한 봉록(俸祿)을 가리킨다. ‘鍾’은 분량을 재는 단위이다.
* 委化(위화) : 자연의 변화에 맡겨 따르다.
* 縱心放志(종심방지) : 마음이 가는 대로 맡겨두다.
* 倔强(굴강) : 고집스럽고 거만하게 다른 사람에게 쉽게 굴복하지 않는 것
* 骨髓(골수) : 마음 깊은 곳
* 齟齬(저어) : 위아래 이가 들어맞지 않는 것. 의견이 다른 것. 들쭉날쭉 가지런하지 않은 것. 벼슬길이 순탄하지 않은 것.
* 泄泄融融(설설융융) : 화락(和樂)하며 기뻐하는 모양
* 闕躬(궐궁) : 머리나 허리 등 몸을 굽히는 것.
* 喣吹(후취) : ‘喣’는 느린 바람을, ‘吹’는 급하게 부른 바람.
* 吻然(문연) : 생각이나 의지, 행동 등이 하나가 된 모양.
* 委順(위순) : 자연이 부여한 온순한 기운
* 太和(태화) : 천지간의 온화한 기운. 사람의 정신, 원기. ‘大和’라고도 한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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