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화죽가병인(畵竹歌并引) - 백거이(白居易)
화죽가(서문과 함께)
協律郞蕭悅善畵竹, 擧時無倫. 蕭亦甚自秘重, 有終歲求其一竿一枝而不得者.
협율랑 소열은 대나무를 잘 그리는데 세상에 그를 당할 사람이 없다. (그러나) 소열이 솜씨를 드러내기를 좋아하지 않아 한 해가 다 가도록 대나무 그림 한 점 얻을 수가 없었다.
知予天與好事, 忽寫一十五竿, 惠然見投.
하늘이 내 바람을 알았는지 좋은 일이 생겼는데 느닷없이 친절하게 대나무가 열다섯 줄기나 그려진 그림을 보내주었다.
予厚其意, 高其藝, 無以答貺, 作歌以報之, 凡一百八十六字云.
내가 그 뜻을 크게 알고 그 예술적 재능을 높이 여겨 선물로 답하는 대신 백팔십 여섯 글자로 된 시를 지어 그에 답한다.
植物之中竹難寫식물지중죽난사) : 식물 중에 대나무는 그리기가 어려워서
古今雖畵無似者고급수화무사자) : 예로부터 그림을 그려도 닮은 것이 없었는데
蕭郞下筆獨逼眞(소랑하필독핍진) : 소랑이 붓을 들면 유독 진짜와 다르지 않으니
丹靑以來唯一人(단청이래유일인) : 수많았던 화가 중에 그 사람 하나뿐이로다.
人畵竹身肥擁腫(인화죽신비옹종) : 사람들이 그린 대는 살이 쪄서 통통하나
蕭畵莖瘦節節竦(소화경수절절송) : 소랑의 대는 줄기와 마디 마르고도 우뚝하고
人畵竹梢死羸垂(인화죽초사리수) : 사람들이 그린 대는 생기 없이 쳐졌지만
蕭畵枝活葉葉動(서화지활엽엽동) : 소랑의 대는 가지와 잎이 하나하나 살아있네
不根而生從意生(불근이생종의생) : 뿌리에 기대 생기지 않고 뜻에 기대 생겼고
不笋而成由筆成(불순이성유필성) : 죽순에 기대 되지 않고 붓 끝이 이뤄낸 것이거니
野塘水邊碕岸側(야당수변기안측) : 집 밖에 있는 연못가 구불구불 굽은 언덕 위에
森森兩叢十五莖(삼삼양총십오경) : 두 무더기로 빽빽하게 열다섯 줄기가 그려져 있네.
嬋娟不失筠粉態(선연부실균분태) : 고우면서 대나무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았고
蕭颯盡得風烟情(소삽진득풍연정) : 바람소리와 풍진의 정까지 모두 담아냈으니
擧頭忽看不似畵(거두홀간불사화) : 고개 들어 얼핏 보면 그린 그림 같지 않고
低耳靜聽疑有聲(저이정처의유성) : 귀를 대고 들어보면 소리까지 들릴 것 같네
西叢七莖勁而健(서총칠경경이건) : 서쪽에 있는 일곱 줄기 날카롭고 꿋꿋하여
省向天竺寺前石上見(성향천축사전석상견) : 돌이켜보니 천축사 앞 돌 위에서 본 것 같고
東叢八莖疏且寒(동총팔경소차한) : 동쪽에 있는 여덟 줄기 성근데다 서늘하여
憶曾湘妃廟裏雨中看(억증상비묘리우중간) : 생각해보니 비 오는 날 상비묘에서 본 것 같네.
幽姿遠思少人別(유자원사소인별) : 우아한 태도와 깊은 생각 알아보는 이가 적어
與君相顧空長嘆(여군상고공장탄) : 그대와 둘이 서로를 보며 긴 탄식을 늘어놓네.
蕭郞蕭郞老可惜(소랑소랑노가석) : 소랑이여 소랑이여 늙는 것이 아깝도다.
手顫眼昏頭雪色(수전안혼두설색) : 침침한 눈과 떨리는 손에 머리까지 세었고
自言便是絶筆時(자언변시절필시) : 스스로 말하듯 이제 그만 붓을 놓을 때라 하니
從今此竹尤難得(종금차죽우난득) : 이제부터 대나무그림 얻기가 더 어려워지겠네.
* 協律郞(협율랑) : 관직명. 태상시(太常侍)에 속하며 음률을 담당하는 악관(樂官)이다. ‘蕭悅’은 난릉蘭陵(현재의 산동山東 창산현蒼山縣 난릉진蘭陵鎭) 사람으로 대나무를 잘 그렸다. 항주(杭州)에 머물던 시기에 백거이와 긴밀하게 교유했다고 전한다.
* 擧時無倫(거시무륜) : 온 세상에 필적할 사람이 없다. ‘倫’은 순서를 가리킨다.
* 答貺(답황) : 선물을 받은 것에 답하다. 보통은 선물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글을 쓰는 것을 가리킨다.
* 擁腫(옹종) : 비대하다. 쓸모가 없다. 너무 크다. 바르지 않다.
* 碕岸(기안) : 구불구불 굽은 강기슭
* 森森(삼삼) :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모양
* 嬋娟(선연) : 아름다운 자태
* 筠粉(균분) : 살아 있는 대나무 마디 위에 나타나는 하얀 분말의 모습
* 蕭颯(소삽) : 바람이나 빗줄기가 초목을 때릴 때 나는 소리.
* 風煙(풍연) : 바람과 연기(또는 운무). 흐릿한 풍경을 가리키기도 하고 전란戰亂을 나타내기도 한다.
* 湘妃廟(상비묘) : 상산사(湘山祠). 순시 중 세상을 뜬 순(舜) 임금의 두 비가 슬피 울다 상수(湘水)에 몸을 던져 죽은 것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祠堂)이다.
* 幽姿(유자) : 우아한 자태
* 遠思(원사) : 깊고 원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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