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재계(齋戒) - 백거이(白居易)
재계(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不淨한 일을 멀리함)
每因齋戒斷葷腥(매인재계단훈성) : 재계 때마다 고기 같은 걸 안 먹었더니
漸覺塵勞染愛輕(점각진로염애경) : 번뇌와 애욕 줄어드는 게 느껴지는데
六賊定知無氣色(육적정지무기색) : 육적도 반드시 안색을 잃을 것을 알겠고
三尸應恨少恩情(삼시응한소은정) : 삼시도 마땅히 정 없는 나를 원망하리라
酒魔降伏終須盡(주마항복종수진) : 주마도 굴복 받아 술 생각나지 않게 되고
詩債塡還亦欲平(시채전환역욕평) : 시로 진 빚도 모두 갚아 마음 편해졌으니
從此始堪爲弟子(종차시감위제자) : 이제부터는 제자가 된다는 당찬 마음으로
筑乾師是古先生(축건사시고선생) : 천축에서 오신 부처님 스승으로 모시리라
* 齋戒(재계) : 여기서는 불교에서 특정한 날 여덟 가지를 금지하는 팔관재계(八關齋戒)를 말함.
* 葷腥(훈성) : 매운 맛이 나는 야채와 핏기 있는 고기와 비린내 나는 물고기 등을 가리킨다. 나중에는 어육(魚肉)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塵勞(진로) : 번뇌(煩惱). ⟪무량수경無量壽經⟫에서 ‘散諸塵勞, 壞諸欲塹(모든 번뇌를 흩어지게 하고, 욕망의 구덩이를 무너뜨린다)’이라고 했다.
* 六賊(육적) : 즉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 등 육진(六塵)을 가리킨다.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생각을 매개로 법재(法財)를 빼앗고 선성(善性)을 해친다고 해서 생긴 호칭이다.
* 三尸(삼시) : 三尸蟲을 말한다. 도교(道敎)에서 말하는 사람의 몸 안에 있다는 벌레 세 마리를 가리키는데, 이것들이 경신일(庚申日) 밤에 나와서 그 사람의 잘못을 몰래 천제(天帝)에게 알린다고 한다. ‘三神’이라고도 한다.
* 酒魔(주마) : 전설에 나오는 주충(酒蟲)을 가리킨다. 백거이는 「寄題廬山草堂兼呈二林寺道侶」란 시에서도 ‘漸伏酒魔休放醉, 猶殘口業未抛詩(술 마시는 건 참아내며 취하지 않게 되었지만 / 입으로 짓는 버릇 남아 시는 버리지 못했다오)’라고 하였다.
* 終須(종수) : 결국. 필경.
* 詩債(시채) : 시를 지어달라는 부탁 또는 화답을 해야 할 시를 짓지 못해 빚이 되어버린 것을 가리킨다. 백거이는 「晩春欲携酒尋沈四著作先以六韻寄之」란 시에서도 ‘顧我酒狂久, 負君詩債多(술 취해 지낸 오랜 날들 돌아봤더니 / 그대에게 답하지 못한 시가 적지 않구려)’라고 하였다.
* 塡還(전환) : 갚다. 보상하다.
* 竺乾(축건) : 천축(天竺), 즉 고대 인도의 별칭이다. 불법(佛法)을 가리키기도 한다.
백거이는 「唐撫州景雲寺故律大德上弘和尙石塔碑銘」에서 ‘我聞竺乾古先生出世法, 法要有三曰戒淨慧(내가 천축의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셔서 가르치신 것을 들었는데 중요한 것이 계ㆍ정ㆍ혜 세 가지였다).’라고 하였다.
* 古先生(고선생) : 노자(老子)가 천축으로 가서 붓다가 되었다는 동한(東漢) 때의 전설 이후 이 말이 부처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태자소부동도분사(太子少傅東都分司)로 있던 문종(文宗) 개성(開成) 4년(839)에 지은 것인데, ‘東都分司’는 낙양에 있는 전관에게 예우로 주는 명예직 같은 관직이다.
이 시가 ⟪백씨장경집白氏長慶集⟫에서 「見敏中初到邠寧秋日登城樓詩, 詩中頗多鄕思, 因以其和」란 시 다음에 들어 있는 걸 보면 이 시는 9월 재계월에 쓴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齋戒’는 종교적 의식이나 제사 등을 치르기 위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정한 일을 멀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술을 마시지 않고 핏기가 있거나 비린내 나는 육식을 하지 않으며 부부간에 동침하지 않고 오락 활동 등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만년에 불교에 심취한 백거이가 삼장재월(三長齋月인) 1ㆍ5ㆍ9월 석 달과
육재일(六齋日)인 8ㆍ14ㆍ15ㆍ23ㆍ29ㆍ30일에 지켰을 팔관재계(八關齋戒)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不杀生。살아 있는 목숨을 죽이지 마라.
2. 不偷盗。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훔치지 마라.
3. 不淫欲。음행(淫行)하지 마라.
4. 不妄语。거짓말하지 마라.
5. 不饮酒。음주(飮酒)하지 마라.
6. 不坐高大。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마라.
7. 不著华鬘。몸에 패물을 달거나 화장하지 말며 노래하거나 춤추지 마라.
8. 不非时食。제때가 아니면 먹지 마라.
팔관재계(八關齋戒)는 고대 인도인들이 육재일에 몸을 씻고 계를 지키며 오전 한 끼만 먹고 저녁에는 식사를 하지 않던 것이 원형으로, 출가수행자와 달리 세속에서 살아가는 재가신도들을 위해 마련된 것인데, 신라와 고려에서 거국적인 행사로 이뤄진 팔관회도 이것과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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