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여제객공복음(與諸客空腹飮) - 백거이(白居易)
여러 객들과 함께 빈 속에 술을 마시다
隔宿書招客(격숙서초객) : 간밤에 서신으로 손님들을 부르고
平明飮暖寒(평명음난한) : 동틀 때까지 추위 잊고 술을 마셨네.
麴神寅日合(국신인일합) : 누룩은 칠월 상인일에 만든 것이고
酒聖卯時歡(주성묘시환) : 애주가들은 속 빈 묘시 반가워하네.
促膝纔飛白(촉슬재비백) : 가까이 앉아 흰머리 날리고는 있지만
酡顔已渥丹(타안이악단) : 술에 취한 붉은 얼굴 윤기 잘잘 흐르고
碧籌攢采椀(벽주찬채완) : 술잔이 돌 때마다 주산(酒算)이 그릇에 모이고
紅袖拂骰盤(홍수불투반) : 여인들의 붉은 소매 놀이판을 스쳐가네
醉後歌尤異(취후가우이) : 술 취해 부르는 노래 어설퍼지고
狂來舞可難(광래무가난) : 미친 듯 아무렇게나 춤도 추는데
抛盃語同坐(포배어동좌) : 술잔을 내던지고 함께 앉아 하는 말
莫作老人看(막작노인간) : 늙은이들 하는 짓으로 보지 말기를
* 暖寒(난한) : 겨울에 술을 마심으로써 추위를 몰아내는 것을 가리킨다.
* 麴神(국신) : 누룩을 가리킨다. 주신(酒神)을 가리킨다. 약재(藥材)를 가리키기도 한다.
* 寅日 : ‘寅’은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세 번째 것으로, ‘甲日’은 갑일(甲日)로부터 세 번째 되는 날을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寅日’은 특히 칠월(七月)의 첫 번째 ‘인일’을 가리킨다. 가사협賈思勰은 ⟪제민요술齊民要術ㆍ조신국병주등造神麴并酒等⟫에서 ‘又神麴法: 以七月上寅日造, 不得令鷄狗見及食(누룩을 만드는 법: 칠월 첫 번째 인일에 만들어 닭이나 개가 보거나 먹지 않도록 한다).’이라 했고, 백거이는 「咏家酝十韻」이란 시에서도 ‘井泉王相資重九, 麴蘖精靈用上寅(물은 왕의 상을 지닌 중양절 것을 쓰고 / 누룩은 칠월 첫 인일에 만든 것을 쓰네)’이라고 했다.
* 酒聖 :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애주가. 호주가. 이백(李白)은 「月下獨酌」이란 시에서 ‘所以知酒聖, 酒酣心自開(이렇게 나는 애주가로 알려져 있고 / 술을 마시면 마음이 절로 유쾌해지네)’라고 했다.
* 卯時 : 아침 5시에서 7시 사이를 가리킨다.
* 飛白 : 서법(書法)의 일종이다. 필획에 실낱을 풀어놓은 것처럼 흰 부분이 드러나고 필세가 나부끼는 것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酡顔(타안) : 술을 마시고 붉어진 얼굴을 가리킨다. ‘渥丹’은 발그레하고 윤기 있는 얼굴을 가리킨다.
* 碧籌 : 초록빛의 주주(酒籌), 즉 술잔이 돌아가는 순배의 횟수를 기록하는 것을 가리킨다. ‘酒算’ 또는 ‘酒枚’라고도 한다.
* 鶻盤(골반) : 주사위를 던지는 도구를 가리킨다. ‘鶻盆’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놀이판’으로 새겨 읽었다.
* 尤異 : 어설퍼지다.
* 舞不難 : 어렵지 않게 춤을 추다. 아무렇게나 춤을 추다.
장경(長慶) 2년(822), 항주자사(杭州刺史)로 부임한 이후에 쓴 작품이다. 칠월에 발령을 받은 뒤 항주에 도착한 것이 시월이었는데, 제2구의 ‘暖寒’이란 시어를 감안하면 겨울에 들어선 뒤에 벌어진 술자리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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