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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樂天 白居易 詩

경조부신재련(京兆府新栽蓮) - 백거이(白居易)

by 산산바다 2021.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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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조부신재련(京兆府新栽蓮) - 백거이(白居易)

          경조부에서 새로 연꽃을 심으며

 

 

汚沟貯濁水(오구저탁수) : 더러운 연못에 혼탁한 물 채워져 있고

水上葉田田(수상엽전전) : 물 위에는 수초 잎이 둥둥 떠 있어

我來一長嘆(아래일장탄) : 와서 보고 나도 몰래 탄식했던 건

知是東溪蓮(자시동계련) : 동쪽 시내 연꽃인 걸 알았기 때문

下有靑泥汚(하유청니오) : 아래는 진흙으로 더럽혀져서

馨香無復全(형향무부전) : 멀리 가던 향기가 전 같지 않고

上有紅塵撲(상유홍진박) : 위에는 붉은 먼지로 덮여 있어서

顔色不得鮮(안색부득선) : 제가 가진 산뜻한 빛 내지 못하네

物性猶如此(물성유여차) : 사물의 성질이 이렇게 되는 것처럼

人事亦宜然(인사역의연) : 사람 하는 일 또한 이와 같을 테니

托根非其所(탁근비기소) : 뿌리 내린 자리가 마땅하지 않다면

不如遭棄捐(불여조기연) : 버려지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네

昔在溪中日(석재계중일) : 지난날엔 도랑 안에 해가 떠 있고

花葉媚淸漣(화엽미청련) : 꽃잎들도 사랑스럽게 찰랑댔을 것인데

今來不得地(금래부득지) : 지금은 마땅한 자리 잡지 못한 채

憔悴府門前(초췌부문전) : 관부의 문 앞에서 시들고 있네

 

 

* 田田(전전) : 물 위에 수초 잎이 떠다니는 모습을 가리킨다. 연잎이 무성하게 펼쳐져 있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 馨香(형향) : 멀리까지 흩어지는 향기를 가리킨다.

* 宜然(의연) : 마땅히 이와 같다.

* 其所(기소) : 적합한 곳 또는 정해진 자리를 가리킨다.

* 棄捐(기연) : 폐기하다. 제쳐두다. 묵살하다. 사람이 때를 만나지 못하거나 부인이 남편에게 버림받는 것을 가리킨다.

* 淸漣(청련) : 맑은 물이 미세하게 일렁이는 것을 가리킨다. 두보杜甫重題鄭氏東亭이란 시에서 崩石倚山樹, 淸漣曳水衣(무너져 내린 바위는 나무에 기대 있고 / 맑은 연못 잔물결 물에 뜬 이끼를 흔들고 있네)’라고 했다.

* 得地(득지) : 당시의 구어체 말로 其所’, (있어야 할) 적당한 자리를 얻은 것을 가리킨다.

* 憔悴(초췌) : 시들다. 생기가 없다. 쇠미해지다.

 

낙천은 정원貞元 15(799),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과거 공부를 시작했지만 이듬해인 정원 16(800)에 곧바로 진사가 되었고, 이태 뒤인 정원 18(802)에는 이부吏部에서 실시하는 임용고시인 서판발췌과(書判拔萃科)에 급제하여 비서성교서랑(秘書省校書郞)이 되었으며, 원화(元和) 원년(806)에는 원진과 함께 교서랑에서 물러난 뒤 둘이 같이 화양관(華陽觀)으로 들어가 바깥출입을 끊고 책문 75편을 썼다. 그리고 황제 앞에서 치러지는 재식겸무명어체용과(才識兼茂明於體用科)에 응시했는데, 이때도 함께 시험을 치른 원진과 동반 급제한 뒤 이듬해인 원화 2(807)에 주질현위(盩厔縣尉)가 되었다.

 

이 시는 낙천이 자주(自注)에서 밝힌 것처럼 주질현 현위 발령을 받고 임지에서 쓴 것(時爲盩厔縣尉趨府作)이다. 경조부(京兆府)는 개원(開元) 원년(713)에 장안(長安)에 있던 옹주(雍州)를 개편 설치한 것으로, 경조윤(京兆尹)이 관할하는 만년(萬年)을 비롯한 22개 현()이 속해 있었는데 낙천이 발령을 받은 주질현도 그 중 한 곳이었다.

흔히들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상징으로 진흙 속에서 꽃을 피워 내는 연꽃을 예로 들지만 낙천은 그런 연꽃조차도 있어야 할 합당한 자리가 있다고 하면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진흙이 꽃의 꽃다움을 드러내는 긍정적 요소라면 바뀌지 않는 물과 혼탁한 공기, 그리고 소란한 주변 환경 등은 꽃이 가진 꽃다움을 잃게 하는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말하고 있다.

새 주인을 만난 주질현 현청 앞 연못과 연꽃이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바람에 실려 온 연꽃 향기가 코끝을 지나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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