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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樂天 白居易 詩

불능망정음(不能忘情吟) - 백거이(白居易)

by 산산바다 2021. 2. 15.

산과바다

번소(樊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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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능정음(不能忘情吟) - 백거이(白居易)

              정을 잊을 수 없어

 

 

樂天旣老, 又病風, 乃錄家事. 會經費去長物.(낙천기로, 우병풍, 내록가사. 회경비거장물)

낙천이 늙어 풍까지 앓게 되어 집안일에 대해 적어보기로 하고

쓸 수 있는 돈들을 모으고 필요 없거나 남는 것들은 없애기로 하였다.

 

妓有樊素者, 年二十餘, 綽綽有歌舞態, 善唱楊枝, 人多以曲名名之, 由是名聞洛下.

(기유번소자, 연이십여, 작작유가무태, 선창양지, 인다이곡명명지, 유시명문낙하)

가기 중에 나이가 스물이 조금 넘은 번소란 아이가 있는데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아리땁고 「양류지사」를 특히 잘 불렀는데

사람들이 노래 제목 ‘양류’로 이름을 삼아 그 이름이 낙양에 자자하였다.

 

籍在經費中, 將放之. 馬有駱者, 駔壯駿穩, 乘之亦有年.(적재경비중, 장방지. 마유락자, 장장준온, 승지역유년)

하지만 내 살림과 상관없이 번소란 아이를 보내주기로 했다.

말 중에는 몸이 튼튼하고 균형이 잘 잡힌 ‘낙’이란 녀석이 있는데

이 말을 탄 지도 몇 년이 되었다.

 

籍在經物中, 將鬻之, 圉人牽馬出門, 馬驤首反顧一鳴,(적재경물중, 장죽지, 어인견마출문, 마양수반고일명)

그러나 이 말도 내다 팔기로 하고 말을 키우는 하인이 말을 끌고 문을 나서려 하자

말이 고개를 쳐들고 돌아보더니 소리를 내서 우는데

 

聲音間似知去而旋戀者, 素聞馬嘶, 慘然立且拜, 婉孌有辭(: 辭具下.), 辭畢, 泣下.

(성음간사지거이선연자, 소문마시, 참연립차배, 완련유사(: 사구하), (사필, 읍하)

그 소리가 마치 떠나는 것을 알고 가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말이 우는 소리를 들은 번소가 슬픈 표정으로 선 채로 절을 하고

나긋나긋 고운 소리로 작별인사를 하더니 말을 마치고는 눈물을 흘렸다.

 

予聞素言, 亦憫默不能對, 且命回勒反袂.(여문소언, 역민묵불능대, 차명회륵반몌)

나도 번소가 하는 말을 듣고 말을 못하다가 돌아서게 하고는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飮素酒, 自飮一杯, 快吟數十聲, 聲成文, 文無定句, 句隨吟之短長也, 凡二百五十五言.

(음소주, 자음일배, 쾌음수십성, 성성문, 문무정구, 구수음지단장야, 범이백오십오언)

번소가 따라준 술을 마시고 내가 따른 술도 한 잔 마시고

빠르게 수십 마디 소리를 읊었는데 소리가 글이 되었다.

틀이 정해진 글이 아니라 읊은 소리를 따라 길이가 달랐는데 모두 이백 쉰다섯 글자였다.

 

, 予非聖達, 不能忘情, 又不至於不及情者.(, 여비성달, 불능망정, 우부지어불급정자)

아! 내가 성인의 반열에 이르지 못해 정을 잊지 못하고 모자란 정에 지극하지도 못하였다.

 

事來攪情, 情動不可柅, 因自哂, 題其篇曰不能忘情吟.(사래교정, 정동불가니, 인자신, 제기편왈불능망정음)

일이 닥치고 나서야 마음에 소용돌이가 생기고

마음에 생긴 소용돌이는 막을 수가 없어서

혼자 웃다가 글을 써서 「불능망정음」이라고 하였다.

 

不能忘情吟

鬻駱馬兮放楊柳枝, 掩翠黛兮頓金羈.(죽락마혜방양류지, 엄취대혜돈금기)

낙마는 팔고 번소는 떠나보내려고

화장을 고치고 말굴레를 손보라고 하였네.

 

馬不能言兮長鳴而卻顧. 楊柳枝再拜長跪而致辭.(마불능언혜장명이각고. 양류지재배장궤이치사)

말 못하는 말은 길게 울면서 돌아보고

번소는 두 번 절하고 꿇어앉아 작별의 말을 하네.

 

辭曰: “主乘此駱五年, 凡千有八百日, 銜橛之下, 不驚不逸.(사왈: “주승차락오년, 범천유팔백일, 함궐지하, 불경불일)

어르신께서 이 말을 타신 것이 다섯 해인데

날수로 천하고도 팔백 일 동안 재갈을 물고도 놀라거나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素事主十年, 凡三千有六百日, 巾櫛之間, 無違無失.(소사주십년, 범삼천유육백일, 건즐지간, 무위무실)

저도 어르신을 모신 세월이 십 년인데

삼천하고도 육백 일 동안 이와 얼굴을 닦는 것에 이르기까지 잘못한 일이 없었습니다.

 

今素貌雖陋, 未至衰摧; 駱力猶壯, 又無虺隤.(금소모수루, 미지쇠최; 낙력유장, 우무훼퇴)

지금 제가 용모는 한창 때가 지났지만 아직 쇠하지는 않았고

말 역시 힘이 좋고 지치거나 병들지도 않았습니다.

 

卽駱之力, 尙可以代主一步; 素之歌, 亦可以送主一杯.(즉낙지력, 상가이대주일보; 소지가, 역가이송주일배)

말은 힘이 있어 아직도 어르신의 한 걸음을 대신할 수 있고

저의 노래도 아직은 어르신께 술 한 잔을 올릴 만합니다.

 

一旦雙去, 有去無迴. 故素將去, 其辭也苦; 駱將去, 其鳴也哀.(일단쌍거, 유거무회. 고소장거, 기사야고; 낙장거, 기명야애)

하루아침에 저희 둘을 돌아오지 못할 길로 보내시겠다 하시니

저는 떠나는 말씀을 올리기가 괴롭고 낙마는 울음소리가 애처롭습니다.

 

此人之情也, 馬之情也. 豈主君獨無情哉?”(차인지정야, 마지정야. 기주군독무정재?”)

사람인 저는 그렇다 쳐도 말 못하는 짐승도 이렇게 정이 있는데

어떻게 어르신 한 분만 이렇게도 무정하실 수 있으신가요?”

 

予俯而歎, 仰而咍, 且曰:(여부이탄, 앙이해, 차왈:)

고개를 숙인 채 그 말을 들으며 탄식을 하던 내가 고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 爾勿嘶; , 爾勿啼. 駱反廏, 素反閨.(“, 이물시; , 이물제. 낙반구, 소반규)

낙아! 낙아! 그만 울고, 소야! 소야! 너도 그만 울음을 그치 거라.

낙마는 마구간으로 돌려보내고 번소 너도 네 방으로 돌아가거라.

 

吾疾雖作年雖頹, 幸未及項籍之將死, 何必一日之內, 棄騶兮而別虞兮?”(오질수작연수퇴, 행미급항적지장사, 하필일일지내, 기추혜이별우혜?”)

내가 비록 나이 들고 몸에 병까지 많다만

다행히 아직 항우처럼 죽을 것 같지는 않으니

하루 안에 추와 우를 놔두고 떠날 일이야 있겠느냐?”

 

乃曰: “素兮素兮, 爲我歌楊柳枝. 我姑酌彼金罍, 我與爾歸醉鄕去來.”(내왈: 소혜소혜, 위아가양류지. 아고작피금뢰, 아여이귀취향거래)

그러고는 말했다.

“소야! 소야! 「양류지사」 노래 한 번 불러 보거라.

내가 먼저 이 술잔에 술을 따를 테니 우리 함께 기분 좋게 취해보자꾸나!”

 

 

 

不能忘情吟( 全唐詩·卷461)

樂天既老,又病風,乃錄家事,會經費,去長物。妓有樊素者,年二十餘,綽綽有歌舞態,善唱《楊枝》,人多以曲名名之,由是名聞洛下,籍在經費中,將放之。馬有駱者,駔壯駿穩,乘之亦有年,籍在經物中,將鬻之。圉人牽馬出門,馬驤首反顧一鳴,聲音間似知去而旋戀者。素聞馬嘶,慘然立且拜,婉孌有辭【案:辭具下。】。辭畢,泣下。予聞素言,亦愍默不能對,且命迴勒反袂,飲素酒,自飲一杯,快吟數十聲。聲成文,文無定句,句隨吟之短長也,凡二百五十五言。噫!予非聖達,不能忘情,又不至於不及情者。事來攪情,情動不可柅,因自哂,題其篇曰《不能忘情吟》。吟曰:

 

不能忘情吟

鬻駱馬兮放楊柳枝,
掩翠黛兮頓金羈。
馬不能言兮長鳴而卻顧。

楊柳枝再拜長跪而致辭。辭曰:「主乘此駱五年,凡千有八百日,銜橛之下,不驚不逸。素事主十年,凡三千有六百日,巾櫛之間,無違無失。今素貌雖陋,未至衰摧;駱力猶壯,又無虺隤。即駱之力,尚可以代主一步;素之歌,亦可以送主一杯。一旦雙去,有去無迴。故素將去,其辭也苦;駱將去,其鳴也哀。此人之情也,馬之情也。豈主君獨無情哉?」

予俯而歎,仰而咍,且曰:

駱、駱,爾勿嘶;
素、素,爾勿啼。
駱反廄,素反閨。
吾疾雖作、年雖頹,
幸未及項籍之將死,
何必一日之內,
棄騅兮而別虞兮?
乃曰:
素兮素兮,
為我歌《楊柳枝》。
我姑酌彼金罍,
我與爾歸醉鄉去來。

 

 

* 病風(병풍) : 중풍(中風).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경풍(驚風), 즉 경기(驚氣)를 가리키기도 한다. ‘病脚은 다리에 생긴 병을 가리킨다.

* 長物(장물) : 쓰고도 남을 만큼, 여유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불필요한 것들을 가리킨다. 생활용품을 가리킨다. 백거이는 銷暑란 시에서도 眼前無長物, 窗下有淸風(눈앞에 남아도는 것들이 없고 / 창 아래 맑은 바람만 있네)’이라고 했다. 승가(僧家)에서는 출가한 수행자가 규정 이외에 여분으로 지니는 물건, 예를 들면 삼의(三衣)와 일발(一鉢) 이상의 것들을 長物이라 말한다.

* 樊素(번소) : 백거이가 만년에 집에 데리고 있던 가기(歌妓)의 이름이다. 나중에는 노래를 잘 부르는 여성 예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綽綽(작작) : 너그러운 모양. 여유 있는 모양. 맵시가 있는 모양을 가리킨다.

* 楊枝(양지) : 양류지사(楊柳枝詞)를 가리킨다. 본래는 한악부(漢樂府) 횡취곡사(橫吹曲辭) 절양류(折楊柳)를 가리켰으나 당조(唐朝) 들어 교방곡(敎坊曲)이 되면서 이름이 바뀌었고, 백거이에 이르러 옛 곡에 새로운 노랫말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노래가 되었다. 백거이는 楊柳枝詞(其一)에서 古歌舊曲君休聽, 聽取新翻楊柳枝(옛날 노래 오래된 곡 이제 그만 듣고 / 바꿔 쓴 새 노래 양류지사들어보게나)’라고 하였다. 백거이가 만년에 집에 데리고 있던 가기(歌妓) 번소(樊素)를 가리키기도 한다.

* () : 몸은 희고 갈기는 검은 말을 가리킨다.

* 洛下(낙하) : 낙양성(洛陽城)을 가리킨다.

* 駔壯(장장) : 말이 튼튼하게 생긴 것을 가리킨다.

* 駿穩(준온) : 말의 생김새가 크고 균형이 잘 잡힌 것을 가리킨다.

* 圉人(어인) : 말을 방목하며 기르는 일을 관장하는 관리를 가리킨다. 보통은 말을 기르는 사람을 가리킨다.

* 驤首(양수) : 머리를 곧추 드는 것을 가리킨다.

* 婉娈(완연) : 아름답다. 미녀를 가리킨다. 정이 깊어 헤어지기 어려워하거나 헤어지기 아쉬워 연연해하는 모습을 가리킨다.

* 憫默(민묵) : 근심이 깊어 말이 없는 것을 가리킨다.

* 反袂(반몌) : 소매를 적시다. 소리 내서 우는 것을 가리킨다.

* () : 저지하다. 막다.

* () : 웃다.

* 翠黛(취대) : 눈썹의 별칭. 두보杜甫陪諸貴公子丈八沟携妓納凉이란 시에서 越女紅裙濕, 燕姬翠黛愁(월 땅의 미녀 붉은 치마 빗물에 젖고 / 연 땅의 미녀 눈썹에 시름이 깊어지네)’라고 하였다.

* 金羈(금기) : 금으로 장식한 말굴레를 가리킨다. ()을 가리킨다.

* 巾櫛(건즐) : 수건과 빗을 가리킨다. 세면용구 또는 세면을 가리킨다.

* 虺隤(훼퇴) : 너무 피곤하여 병에 이른 것을 가리킨다.

* () : 비웃다. 즐기다. 기뻐하다.

* () : 잠시(=暫且 또는 姑且). 우선.

* 醉鄕(취향) :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지거나 의식이 몽롱해지는 상태를 가리킨다.

 

개성(開成) 4(839), 낙천이 68세에 풍질(風疾)로 드러눕게 된 이후에 쓴 것이다.

남녀의 구분이 생긴 이래로 눈물 앞에 맘을 돌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테지만 오늘은 사람의 눈물에 말의 울음소리까지 더해졌으니 더 말할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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