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조음취중제하남윤칙도(早飮醉中除河南尹敕到) - 백거이(白居易)
아침 일찍 술을 마시고 취해 있을 때 하남윤으로 제수한다는 조서가 당도해서
雪擁衡門水滿池(설옹형문수만지) : 대문은 눈에 막히고 연못에는 물이 가득 찼는데
溫爐卯後暖寒時(온로묘후난한시) : 추위를 잊으려고 아침부터 화롯불 앞에 앉아
綠醅新酎嘗初醉(녹배신주상초취) : 새로 빚은 술 몇 잔 맛을 보다 취해서
黃紙除書到不知(황지제서도부지) : 벼슬을 내리는 조서가 당도한 것도 몰랐네.
厚俸自來誠忝濫(후봉자래성첨람) : 후한 녹봉 참으로 황송하고 외람되며
老身欲起尙遲疑(노신욕기상지의) : 몸도 늙어 나아가기 망설여지지만
應須了却丘中計(응수료각구중계) : 물러나 살아갈 방도 찾아봐야 하겠고
女嫁男婚三徑資(여가남혼삼경자) : 아이들 짝 지운 뒤 쉴 곳도 마련해야 하겠네.
* 暖寒(난한) : 추위를 몰아내기 위해 따뜻한 것을 취하는 것을 가리킨다. 백거이는 「老去」란 시에서도 ‘煖寒從飮酒, 衝冷少吟詩(추위를 이기려고 술을 마시고 / 추위를 쫓으려고 시도 조금 읊어보네)’라고 했다.
* 綠醅(녹배) : 푸른빛이 도는 미주(美酒)를 가리킨다.
* 黃紙(황지) : 조정에서 황제의 조서를 쓸 때 사용하던 노란 빛깔의 종이(=황마지黃麻紙)를 가리킨다.
* 除書(제서) : 벼슬을 내릴 때 사용했던 문서를 가리킨다.
* 遲疑(지의) : 머뭇거리다. 망설이다. 주저하다.
* 丘中計(구중계) : 벼슬을 내려두고 물러날, 즉 귀은(歸隱)하려는 뜻을 가리킨다. ‘了却’은 해결하다.
* 三徑(삼경) : 귀은(歸隱)한 사람의 정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 시는 태화(太和) 4년(830), 낙양(洛陽)에 있을 때 쓴 것이다. 조서를 받은 날은 섣달 스무여드렛 날이다.
백거이는 태화 7년(833) 4월에 풍병(風病)으로 스스로 하남윤에서 물러나 다시 태자빈객동도분사(太子賓客東都分司)가 되었는데, 결국에는 오래 있지도 않은 하남윤을 제수받을 때의 백거이의 마음이 젊은 날 혈기 왕성하게 큰 뜻을 품고 있던 때의 백거이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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