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유제천축영은양사(留題天竺靈隱兩寺) - 백거이(白居易)
천축사와 영은사에 시를 지어 남기다
在郡六百日(재군육백일) : 항주에서 보낸 육백 일 동안
入山十二回(입산십이회) : 영은사를 찾아간 게 열두 번인데
宿因月桂落(숙인월계락) : 잠을 자면 달에서 계수 열매가 떨어지고
醉爲海榴開(취위해류개) : 석류나무는 꽃을 피워 취하곤 했네.
(天竺嘗有月中桂子落, 靈隱多海石榴花也.)
(천축사에서는 달에서 월계수 열매가 떨어지고, 영은사에서는 석류꽃이 많이 피었다)
黃紙除書到(황지제서도) : 관직을 내리는 조서가 도착하여
靑宮詔命催(청궁조명최) : 태자궁으로 가라고 황명으로 재촉하니
僧徒多悵望(승도다창망) : 화상들은 모두가 넋 나간 듯 바라보고
賓從亦裴回(빈종역배회) : 빈객들과 하인들도 어쩔 줄을 몰라 하네
寺闇煙埋竹(사암연매죽) : 경내에 가득한 안개 대숲을 떠다니다
林香雨落梅(임향우락매) : 비가 되어 매실로 방울방울 떨어지는데
別橋憐白石(별교련백석) : 돌다리를 건너자니 흰 돌에도 마음이 가고
辭洞戀靑苔(사동연청태) : 영은동 푸른 이끼 발길이 떨어지지 않네
(石橋在天竺, 明洞在靈隱.)
(돌다리는 천축사에 있고 명동은 영은사에 있다.)
漸出松間路(점출송간로) : 영은사 솔숲 길을 나오기는 했지만
猶飛馬上桮(유비마상배) : 말 위에서 술잔을 나눈 듯 길을 찾지 못하네.
誰敎冷泉水(수교냉천수) : 누구일까 영은사에 흐르는 차가운 물을 시켜
送我下山來(송아하산래) : 영은사에서 서호까지 나를 데리고 갈 사람은
* 天竺 : 항주(杭州)에 있는 산 이름이자 절 이름이다. 천축산에 상ㆍ중ㆍ하 세 개의 천축사(天竺寺)가 있는데, 그 중 상천축사는 오대(五代) 후진(後晉)의 천복(天福) 연간에 창건되었고, 오월(吳越) 전숙(錢俶)이 중건하여 천축관음간경원(天竺觀音看經院)이라고 했다.
* 靈隱 : 항주에 있는 산 이름이자 절 이름이다. 운림사(雲林寺)라고도 한다. 동진(東晉) 함화(咸和) 원년(326)에 서인도에서 온 개산조 혜리(慧理)에 의해 창건되었다. 강남선종오산(江南禪宗五山) 중 한 곳이다. 소식(蘇軾)은 「遊靈隱寺」란 시에서 ‘溪山處處皆可廬, 最愛靈隱飛來孤(산과 계곡 곳곳마다 살기 좋은 곳이지만 / 영은산 비래봉 이곳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곳이네)’라고 했다.
* 海榴 : 석류(石榴)를 가리킨다. 고대의 시문에서 흔히 석류꽃을 가리킨다. 이백(李白)은 「詠隣女東窗海石榴」란 시에서 ‘魯女東窗下, 海榴丗所稀(산동의 여인이 동쪽 창 아래 / 세상에 드문 꽃 석류를 심었다네)’라고 했다.
* 黃紙 : 황제의 조서(詔書)를 쓰는 황마지(黃麻紙)를 가리킨다.
* 除書 : 관직을 수여하는 문서를 가리킨다.
* 靑宮 : 태자(太子)의 동궁(東宮)을 가리킨다. 음양오행 중 동쪽이 ‘木’에 속하고 색으로는 ‘靑’이라 붙여진 명칭이다. 태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 詔命 : 황제의 명령을 가리킨다.
* 洞 : 영은사에 있는 영은동(靈隱洞)을 가리킨다.
항주자사로 있던 낙천이 태자좌서자분사동도(太子左庶子分司東都)로 가라는 조서를 받고 새로운 임지인 낙양(洛陽)으로 가기 앞서 다시 찾은 영은사에서 쓴 것이다.
낙천이 항주자사로 재임한 것은 장경(長慶) 2년(822) 10월부터 장경 4년 5월까지 햇수로 3년, 날수로 6백일 정도 되는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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