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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창삼우(北窗三友) - 백거이(白居易)

by 산산바다 2021.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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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창삼우(北窗三友) - 백거이(白居易)

              북창가의 세 벗

 

 

今日北窗下(금일북창하) ː 오늘도 북창 아래 한가로이 앉아서

自問何所爲(자문하고위) ː 해야 할 게 무엇인가 혼잣말하듯 물어보네.

欣然得三友(흔연득삼우) ː 생각만 해도 즐거운 벗 셋이나 생겼는데

三友者爲誰(삼우자위수) ː 어떤 것들을 세 벗이라 하는 것인가?

琴罷輒擧酒(금파첩거주) ː 칠현금 타다 끝이 나면 술을 마시고

酒罷輒吟詩(주파첩음시) ː 술잔 비운 뒤에는 시를 지어 읊는데

三友遞相引(삼우체상인) ː 세 벗이 서로 번갈아 서로의 손을 잡아끌어

循環無已時(순환무이시) ː 몇 번을 돌아도 끝날 기색 보이지 않네.

一彈愜中心(일탄협중심) ː 칠현금을 한 번 타면 맘속까지 흡족해지고

一咏暢四肢(일영창사지) ː 시를 한 수 읊으면 온 몸이 편안해지는데

猶恐中有間(유공중유간) ː 그 사이에 감흥이 끊어지기라도 할까 봐

以酒彌縫之(이주미봉지) ː 잔에 술을 가득 채워 그 사이를 없애주네.

豈獨吾拙好(기독오졸호) ː 졸렬한 것을 좋아한 사람 어찌 나 하나뿐일까?

古人多若斯(고인다약사) ː 옛날에도 이런 사람 꽤나 많이 있었으니

嗜詩有淵明(기시유연명) ː 시를 좋아했던 사람 도연명이 있었고

嗜琴有啓期(기금유계기) ː 칠현금 좋아했던 영계기가 있었으며

嗜酒有伯倫(기주유백륜) ː 술 좋아했던 사람으로도 유령이 있었으니

三人皆吾師(삼인개오사) ː 그 세 사람 모두가 나의 스승이라네.

或乏儋石儲(혹핍담석저) ː 누구는 모아둔 게 곡식 한 항아리뿐이고

或穿帶索衣(혹천대삭의) ː 누구는 노끈을 허리띠로 쓰지만

弦歌復觴咏(현가부상영) ː 칠현금 뜯고 술 마시고 시를 지어 읊으며

樂道知所歸(낙도지소귀) ː 인생을 즐기며 가야 할 길 잘 알고 있네.

三師去已遠(삼사거이원) ː 세 스승은 이미 죽어 먼 곳에 있고

高風不可追(고풍불가추) ː 옛 선인의 고아한 풍격에 이를 수는 없지만

三友游甚熟(삼우유심숙) ː 세 벗과의 교유가 지극하고 돈독하여

無日不相隨(무일불상수) ː 하루라도 함께 놀지 않는 날이 없었네.

左擲白玉卮(좌척백옥치) ː 왼손에 들고 있던 백옥잔을 내려놓고

右拂黃金徽(우불황금휘) ː 오른손으로 칠현금을 연주하다가

興酣不疊紙(흥감불첩지) ː 흥 오르면 줄도 없는 종이 펼치고

走筆操狂詞(주필조강사) ː 종잡을 수 없는 말을 내갈겨 쓰네.

誰能持此詞(수능지차사) ː 누구라도 맘에 들어 이 글 지닌 뒤

爲我謝親知(위아사친지) ː 나를 위해 친지들에게 고맙다고 말해주면

縱未以爲是(종미이위시) ː 그것이 내게 좋은 일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豈以我爲非(기이아위비) ː 어찌하여 나쁜 일이 되기야 하겠는가?

 

 

* 欣然(흔연) : 흔연히. 기꺼이.

* 愜中心(협중심) : 마음속으로 만족함을 느끼는 것을 가리킨다.

* 彌縫(미봉) : 봉합하다. 보완하다. 좌전(左傳)희공이십육년(僖公二十六年)에서 桓公是以糾合諸侯, 而謀其不協, 彌縫其闕, 而匡救其灾, 昭日職也(제환공이 이 일로 제후들을 규합하여 협의를 통해 서로의 알력을 해결하고 그들의 허물을 봉합하여 그들이 당한 재난을 도왔는데 이것은 제나라 대공이 원래 해야 할 일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했다. 일의 빈 구석이나 잘못된 것을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주선하여 꾸며대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 () : 처세술이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 淵明(연명) : 동진(東晉) 말기의 전원시인(田園詩人) 도연명(陶淵明)을 가리킨다. 古今隱逸詩人之宗으로 불린다.

* 啓期(계기) : 춘추시대의 은사(隱士) 영계기(榮啓期)를 가리킨다. () 연주에 뛰어났다고 전해지는데, 스스로는 공자(孔子)가 말한 군자삼락(君子三樂)에 빗대어 사람으로 태어난 것과 남자로 태어난 것, 그리고 나이 아흔에 이르기까지 살아 있는 것을 자신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고 말하여 후대 사람들에게 지족자락(知足自樂)의 전고가 되었다.

* 伯倫(백륜) : 위진(魏晉) 시기의 명사로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사람인 유령(劉伶)을 가리킨다. 취후(醉侯)로 불릴 만큼 술을 좋아하여 주덕송(酒德頌)을 지어 남길 정도였다.

* 儋石(담석) : ‘은 두 섬을 담을 수 있는 항아리를 가리킨다. 한 섬을 이라 하고 두 섬을 이라 하여 한 사람이 질 수 있는 무게라 했다는 설명도 있다. 곡식의 양이 적은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 帶索(대삭) : 끈으로 허리띠를 대신할 정도로 사는 것이 빈한하고 입성이 초라한 것을 가리킨다. 열자列子천단天端에서 孔子游於太山, 見榮啓期行乎郕之野, 鹿裘帶索, 鼓琴而歌(공자가 태산을 유람하다가 성읍의 교외에서 영계기가 걸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사슴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허리를 끈으로 매고 있던 영계기가 금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다).’라고 했다.

* 樂道(낙도) : 성현의 가르침을 좋아하는 樂道은 인생을 즐기는 것으로, 돌아가야 할 곳을 뜻하는 所歸는 삶의 진행방향을 이끌고 가야 할 길의 뜻으로 새겨 읽었다.

* 高風(고풍) : 고상(高尙)하고 고아(高雅)한 지조(志操)와 풍격(風格)을 가리킨다.

* 黃金徽(황금휘) : 금으로 장식된 금을 가리킨다. 옥휘玉徽와 함께 금의 미칭으로 쓰인다.

* 不疊紙(불첩지) : ‘을 글씨를 쓸 때 줄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종이를 접어 가상의 줄()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이해하여 아무 표시도 되지 않은 맨 종이라는 뜻으로 새겨 읽었다.

 

* 이 시는 대화大和 8(834), 낙양(洛陽)에 살 곳을 정한 낙천이 하는 일 없이 금()과 술()과 시() 세 가지를 벗 삼아 유유자적 살아갈 때 쓴 것이다.

제목으로 쓴 北窗은 북쪽으로 낸 창문을 뜻하기도 하지만 도연명(陶淵明)이 쓴 어미를 비롯한 자식들이 새기기를 바라며 남기는 글에서 유래하여 한적하고 편안하며 여유로운 삶(淸閑自適)’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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