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낙양유우수(洛陽有愚叟) - 백거이(白居易)
낙양 사는 어떤 어리석은 늙은이
洛陽有愚叟(낙양유우수) : 낙양에 어리석은 늙은이 있는데
黑白無分別(흑백무분별) : 검은 것과 흰 것을 가릴 줄 모르고
浪跡雖似狂(낭적수사광) : 정처 없이 떠도는 게 미친 듯 보여도
謀身亦不拙(모신역부졸) : 제 몸 위하는 것을 보면 모자란 데 없네.
點檢盤中飯(점건반중반) : 밥 차려진 상을 보면
非精亦非糲(비정역비려) : 곱지도 그렇다고 거칠지도 않았고
點檢身上衣(점검신상의) : 몸에 걸친 옷가지를 살펴보자면
無餘亦無闕(무여역무궐) :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 보였네.
天時方得所(천시방득소) : 하늘의 적절한 때 아는 게 있어
不寒複不熱(불한부불열) : 춥다고도 덥다고도 하지 않았고
體氣正調和(체기정조화) : 몸의 기운 바르고 조화로워서
不饑仍不渴(불기잉불갈) : 배고프거나 목말라 하지 않았네.
閑將酒壺出(한장주호출) : 한가로이 술병 챙겨 들고 나갔다가
醉向人家歇(취향인가헐) : 취하면 남의 집이라도 편히 쉬었고
野食或烹鮮(야식혹팽선) : 들녘에서 밥 먹고 물고기 먹으며
寓眠多擁褐(우면다옹갈) : 바깥에서 잠잘 때도 베옷 입고 잠들었네.
抱琴榮啟樂(포금영계락) : 거문고 껴안으면 영계기 처럼 즐거워하고
荷鍤劉伶達(하삽유영달) : 삽 들고 다닌 유령처럼 삶의 이치 통달했네.
放眼看靑山(방안간청산) : 눈 크게 뜨고서 청산을 바라보고
任頭生白髮(임두생백발) : 머리 희게 세는 것은 상관하지 않았네.
不知天地內(부지천지내) : 하늘과 땅 사이에 알 수 없는 것
更得幾年活(갱득기년활) :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지
從此到終身(종차도종신) : 이제라도 이 목숨 다할 때까지
盡爲閑日月(진위한일월) : 한가로이 날과 달 보내야 하리
* 浪跡(낭적) : 정해진 곳 없이 떠돌다.
* 謀身(모신) : 자신을 위해 하다.
* 野食(야식) : 들녘에서 밥을 먹다.
* 烹鮮(팽선) : 생선을 요리하다. 노자老子가 《도덕경道德經》 하상공장(河上公章)에서 ‘治大國若烹小鮮(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고기를 불에 굽는 것 같이 해야 한다)’라고 한 이후, 이 말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백성들을 편하게 하는 정치적 기술을 비유적으로 가리키게 되었다.
* 榮啟(영계) : 인명. 춘추시대의 은자 영계기(榮啟期)를 가리킨다.
* 荷鍤(하삽) : 위진(魏晉) 시기 죽림칠현(竹林七賢) 중의 한 사람인 유령(劉伶)을 가리키는데, 그가 항상 술병을 들고 사슴수레를 타고 다니면서 삽을 든 사람을 따르게 하고 그에게 자기가 죽으면 바로 땅에 묻으라고 하였다, 는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 放眼(방안) : 눈길 닿는 데까지 멀리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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