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병중조춘(病中早春) - 백거이(白居易)
병중의 이른 봄날
今朝枕上覺頭輕(금조침상각두경) : 오늘 아침 잠자리에 머리 가벼워진 듯해
强起堦前試脚行(강기계전시각항) : 억지로 일어나 계단 앞을 걸어본다.
羶膩斷來無氣力(전니단내무기력) : 기름진 요리 먹지 못해 기력이 없고
風痰惱得少心情(풍담뇌득소심정) : 풍담으로 괴로우니 마음도 울적하다.
暖銷霜瓦津初合(난소상와진초합) : 포근함에 지붕의 서리 도랑으로 모이고
寒減冰渠凍不成(한감빙거동불성) : 추위 사그라져 개울엔 얼음 얼지 않는데
唯有愁人鬢間雪(유유수인빈간설) : 오직 수심겨운 내 머리에만 남은 서리는
不隨春盡逐春生(불수춘진축춘생) : 봄이 다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생겨난다.
이 작품은 백거이가 44세 때에 강주로 좌천되기 바로 전에 창작한 것이다. 백거이는 하규(下邽)에서 돌아와 장안에서 지내며 太子左贊善大夫를 역임하고 있었는데, 당시 두통과 풍담으로 심리적으로 울적한 상황이었다. 한동안 두통에 시달렸던 백거이는 시를 쓴 당일 아침에는 머리가 개운해짐을 느껴 밖으로 나와 걸어본다. 그러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력이 쇠하고 두통과 풍담으로 인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주위의 경물은 봄의 기운을 받아 생기를 되찾아 가는데 유독 본인만 수심에 잠겨 흰머리가 계속 늘어가고 있다고 탄식한다. 사실 두통과 풍담은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심각한 질병은 아니다. 당대에 건강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질병은 ‘전염병’, 특히 ‘瘧疾’이었다. 그 다음으로 심혈관계통ㆍ소화기계통ㆍ비뇨기계통ㆍ난산 등의 순이었기 때문에 백거이는 이런 고위험군의 질병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든 상황을 힘들어하며 탄식ㆍ좌절하는 모습은 앞 절에서 살펴본 ‘달관의 심태’와는 다른 면이며, 이것은 만년에 백거이가 생로병사에 통달의 관념을 가지고 낙천적인 태도를 견지했다고 하는 것과도 상반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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