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감학(感鶴) - 백거이(白居易)
학을 생각함
鶴有不群者(학유불군자) : 학 중에 무리 짓지 않는 놈이
飛飛在野田(비비재야전) : 들의 논밭 사이를 한가하게 날아다니네.
饑不啄腐鼠(기불탁부서) : 굶어도 썩은 쥐는 쪼아 먹지 않고
渴不飮盜泉(갈불음도천) : 목이 말라도 盜泉(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아
貞姿自耿介(정자자경개) : 곧바른 자질은 절로 강직한데
雜鳥何翩翾(잡조하편현) : 잡새들은 팔짝거리기 이를 데 없네.
同遊不同志(동유부동지) : 뜻은 달랐지만 함께 놀았으니
如此十餘年(여차십여년) : 이와 같이 십여 년이 지났어라.
一興嗜慾念(일흥기욕념) : 한 번 욕심이 일어난 탓에
遂爲矰繳牽(수위증격견) : 마침내 주살에 묶이게 되었다네.
委質小池內(위질소지내) : 몸은 잡히어 작은 연못에 살아가며
爭食群鷄前(쟁식군계전) : 여러 닭들과 먹이를 다투었다네.
不唯懷稻粱(불유회도량) : 쌀과 기장을 얻으려할 뿐만 아니라
兼亦競腥羶(겸역경성전) : 더불어 비린 고기도 경쟁하였다네.
不唯戀主人(불유연주인) : 먹이 주는 주인을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兼亦狎烏鳶(겸역압오연) : 까마귀와 솔개와도 더불어 친하였다네.
物心不可知(물심불가지) : 동물의 마음은 알 수 없고
天性有時遷(천성유시천) : 천성도 때로는 변하는 것
一飽尙如此(일포상여차) : 한 번 배가 불러 보니
況乘大夫軒(황승대부헌) : 大夫(대부)의 수레마저 타려고 하네.
고결한 鶴(학)이 타락을 비유로 처음에는 고결하였으나 나중에는 세태에 물든 선비를 비판한 詩인데 마지막 句와 관련해 위 의공(衛 懿公)은 학을 좋아하였는데 학 가운데는 수레를 타는 놈도 있었다는 左傳(좌전)의 기록이 있는데 이는 관직을 두고 경쟁함을 비유한다고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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