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야귀(夜歸) - 백거이(白居易)
밤중에 돌아와서
半醉閑行湖岸東(반취한행호안동) : 술 취해 느릿느릿 호수 동쪽 길을 가며
馬鞭敲鐙轡瓏璁(마편고등비롱총) : 채찍으로 등자를 치니 쇠와 옥이 부딪는 소리
萬株松樹靑山上(만주송수청산상) : 푸른 산에는 만 그루 솔이 서있고
十里沙堤明月中(만리사제명월중) : 십 리 길 모랫둑은 달빛 아래 뻗어있네.
樓角漸移當路影(누각점이당로영) : 누문의 처마 끝 그림자 길 위에서 옮아가고
潮頭欲過滿江風(조두욕과만강풍) : 바다는 바람과 싸우며 강을 거슬러 오르는데
歸來未放笙歌散(귀래미방생가산) : 돌아오는 길에 시키지 않은 생황소리 흩어지고
畵戟門開臘燭紅(화극문개납촉홍) : 화극문을 열었더니 촛불이 집을 밝히고 있네.
* 瓏璁(농총) : 쇠와 옥이 부딪쳤을 때 나는 소리를 가리킨다. ‘鐙轡’는 말의 등자鐙子와 고삐를 가리킨다.
* 沙堤(사제) : 모래와 돌로 쌓은 제방을 가리킨다. 당대唐代에 재상이 탄 수레와 말이 통행할 수 있도록 모래를 깔아둔 큰 길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나중에는 중신들이 다니는 길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樓角(누각) : 높은 누각의 처마를 가리킨다. 누문의 한쪽을 가리킨다. 두보杜甫는 「東樓」란 시에서 ‘樓角臨風迥, 城陰帶水昏(누문의 처마는 바람 맞아 하늘 높이 치솟고 / 성 남쪽은 빗물에 젖어 침침해졌네)’이라고 했다.
* 當路(당로) : 길을 막다. 통행을 방해하다. 길 위에. 길 중간에. 소순흠蘇舜欽은 「獨遊輞川」이란 시에서 ‘暗林麋養角, 當路虎留踪(컴컴한 숲에서 사슴들은 뿔을 키우고 / 길 위에는 호랑이 발자국을 남아 있네)’이라고 했다.
* 潮頭(조두) : 바닷물이 강을 거슬러 오를 때 이는 물결의 봉우리를 가리킨다.
* 笙歌(생가) : 생황을 불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가리킨다. 생황에 맞춰 부르는 노래를 가리킨다. ‘放’은 ‘讓’ 또는 ‘使’와 같다.
* 蠟燭(납촉) : 밀랍으로 만든 초를 가리킨다. ⟪세설신어世說新語ㆍ아량雅量⟫에서 ‘周仲智飮酒醉, 瞋目還面謂伯仁曰: 君才不如弟, 而橫得重名!” 須臾, 擧臘燭火擲伯仁. 伯仁笑曰: 阿奴火攻, 固出下策耳(주중지가 술을 마시고 취해서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형인 백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형은 나보다 재능이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생각 밖으로 큰 명성을 얻었어!” 그러고는 촛불을 들어 백인을 향해 던져버렸는데 백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우가 화공을 쓴 것은 하책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항주자사(杭州刺史)로 있던 장경(長慶) 2~4년(822~824) 사이에 쓴 작품이다.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畵戟門’은 ‘극(戟)’을 늘어놓은 문을 말하는 것으로, 당나라 때는 3품 이상 고관들의 집 문 앞에 ‘戟’을 줄지어 세워두는 것을 의식으로 삼았는데, 나중에는 지체 높은 사람의 집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다.
‘戟’은 베는 용도의 ‘戈’와 찌르는 용도의 ‘矛’ 두 종류의 창을 합하여 하나로 찌르기와 자르기를 병행할 수 있게 만든 창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여포呂布의 방천화극方天畵戟이 잘 알려진 극戟인데, 나중에는 의식용 병기로만 사용되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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