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동야대주기황보십(冬夜對酒寄皇甫十) - 백거이(白居易)
겨울밤 술을 마주 하고 황보서(皇甫曙)에게 보내며
霜殺中庭草(상살중정초) : 서리는 안마당의 풀을 죽이고
冰生後院池(빙생후원지) : 얼음은 후원 연못에서 생기네.
有風空動樹(유풍공동수) : 나무를 흔드는 바람은 있어도
無葉可辭枝(무엽가사지) : 가지에서 떨어질 낙엽은 없네.
十月苦長夜(십월고장야) : 지금은 시월 괴롭고도 긴 밤
百年強半時(백년강반시) : 백년 인생 과반을 지난 나이
新開一瓶酒(신개일병주) : 이제 금방 술 한 병을 열자니
那得不相思(나득불상사) : 어찌 그대가 생각나지 않겠나.
이 시는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66세 때인 837년 낙양에서 태자소부 분사(太子少傅分司)라는 한직에 있을 때 지은 시이다. 이 시의 수신자인 황보십(皇甫十)은 황보서(皇甫曙)를 말한다. 황보서는 행정 관료이면서 시인으로는 백거이, 유우석과 교제가 깊었다. 당시 그는 하남 소윤(河南少尹)으로 있었다. 참고로 백거이는 831년에 하남 윤(河南尹)을 한 적이 있다. 소윤은 조선 시대로 치면 서윤(庶尹)과 같은 관직으로 평양부윤, 한성부윤 이런 관직의 부(副)가 되는 관직인 셈이다.
황보서(皇甫曙)는 황보 낭중(皇甫郎中)이나 황보십의 형태로 백거이 시에 나오며 백거이가 쓴 자전인 <취음선생전(醉吟先生傳)>에는 숭산의 승려 여만(如滿)은 공문우(空門友 불교의 벗), 평천의 객 위초(韋楚)는 산수우(山水友 산수의 벗), 팽성(彭城)의 유몽득(劉夢得 유우석)은 시우(詩友)라고 한 뒤에 안정(安定)의 황보 랑(皇甫郞)는 주우(酒友)라고 되어 있다. 황보 랑이 바로 황보서이며 이 시에는 황보 십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주우(酒友)는 조선시대에도 쓴 말인데 지금도 ‘술친구’라고 많이 쓰는 말이다. 백거이는 이런 사람들을 매일 만나 같이 노느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잊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이 <취음선생전>을 67세에 쓴 것이니 바로 이 시의 상황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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