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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작(夏日作) - 백거이(白居易)

by 산산바다 202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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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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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일작(夏日作) - 백거이(白居易)

             어느 여름날

 

 

葛衣疏且單(갈의소차단) : 칡 베옷은 헐겁고 팔도 짧으며

紗帽輕復寬(사모경부관) : 오사모는 가볍고 크기 또한 넉넉해서

一衣與一帽(일의여일모) : 칡 베옷 한 벌과 비단 건 하나면

可以過炎天(가이과염천) : 더운 날을 그럭저럭 보낼 수 있는데

止於便吾體(지어편오체) : 내 몸뚱이 하나 편케 하자고

何必被羅紈(하필피라환) : 곱고 부드러운 비단이 어찌 필요하겠는가?

宿雨林筍嫩(숙우임순눈) : 간밤에 내린 비로 숲에서는 새순이 돋고

晨露園葵鮮(신로원규선) : 밭에서 이슬 맞은 아욱도 맛이 신선해

烹葵炮嫩筍(팽규포눈순) : 부드럽고 신선한 푸성귀 삶고 구우면

可以備朝餐(가이비조찬) : 아침식사 한 끼가 거뜬할 텐데

止於適吾口(지어적오구) : 내 한 입 입맛에 맞추겠다고

何必飫腥膻(하필어성전) : 어째 꼭 기름진 고기가 필요할 것인가?

飯訖盥漱已(반흘관수이) : 밥 먹은 뒤에는 손 씻고 입을 헹구고

捫腹方果然(문복방과연) : 부른 배를 문지르며 흡족해하다.

婆娑庭前步(파사정전보) : 느릿느릿 마당 앞을 걸어본 뒤에

安穩窗下眠(안온창하면) : 편안하게 창문 아래서 잠이 드는데

外養物不費(외양물불비) : 외적 양생을 위해 물자를 쓰지 않고

內歸心不煩(내귀심불번) : 마음 안으로 돌아와도 번잡할 게 없네.

不費用難盡(불비용난진) : 소모하지 않으면 물자가 바닥나지 않고

不煩神易安(불번신이안) : 번잡하지 않으면 정신도 편안해져서

庶幾無夭閼(서기무요알) : 방해 받을 것이 거의 다 사라지고 나면

得以終天年(득이종천년) : 하늘이 준 수명을 다 누릴 수 있네.

 

 

* 葛衣(갈의) : 갈포(葛布), 즉 칡베로 만든 옷을 가리킨다. 육유(陸游)夜出偏門還三山이란 시에서 水風吹葛衣, 草露濕芒履(물가에서 부는 바람 얇은 옷 위로 불어오고 / 풀잎에 맺힌 이슬 짚신속 발을 적시네)’라고 하였다.

* 紗帽(사모) : 비단으로 만든 여름에 쓰는 두건을 말한다. 주돈유(朱敦儒)鷓鴣天이란 시에서 竹粉吹香杏子丹, 試新紗帽紵衣寬(날리는 죽분 향기롭고 살구는 붉게 읽고 / 새로 만든 비단건과 모시옷 크기는 넉넉하네)’이라고 했다. 비단으로 만든 관모(官帽)를 가리키기도 한다.

* 羅紈(나환) : 아름답고 질 좋은 비단을 가리킨다.

* 宿雨(숙우) : 밤 동안에 내린 비를 가리킨다. 며칠 동안 이어서 내리는 비를 가리킨다.

* 腥膻(성전) : 육식(肉食)을 가리킨다. 서인(徐夤)溪隱이란 시에서 絶却腥膻勝服藥, 斷除杯酒合延年(고기를 끊는 것이 약 먹는 것보다 낫고 / 오래 살려면 마시는 술도 끊어야 한다)’이라고 했다.

* 盥水(관수) : 세면하다. 세수하다. 입안을 헹구다.

* 捫腹(문복) : 배를 어루만지다. 배불리 먹은 뒤 만족해하는 모양을 가리킨다.

소식(蘇軾)寓居定惠院之東이란 시에서 先生食飽無一事, 散步逍遙自捫腹(배불리 먹은 뒤에 할 일이 없어 / 부른 배 문지르며 천천히 걸어보네)’이라고 했다.

* 婆娑(파사) : 춤추는 모양, 비틀비틀 걷는 모양, 서성거리는 모양, 천천히 걷는 모양 등을 가리킨다.

* 不煩(불번) : 수고스럽지 않다. 조급해하지 않다. 번잡하지 않다.

* 易安(이안) : 편안하다. 쾌적하다. 안락하다. 조용하고 편안하다. 도잠(陶潛)歸去來辭에서 倚南窗以寄傲, 審容膝之易安(남창에 기대 스스로 흐뭇해하며 / 작은 방 안에서도 편안해하네)이라고 했다.

* 庶幾(서기) : 거의. 행여나. 혹시나. 요행히. 희망이나 추측을 나타낸다.

* 夭閼(요알) : 방해하다. 저지하다. 가로막다.

* 得以(득이) : 믿다. 의지하다.

 

9세기 중엽을 살았던 백거이가 일흔다섯 천수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건강식품이기 때문에 맛이 없어도 참고 먹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의 참된 맛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섭생을 통해 내조(內調)에 바탕한 외적 양생(養生)을 이루는 한편, 경쟁과 축적으로부터 멀어져 정신을 편안케 함으로써 심신의 균형을 이루는, 시문에서 보는 것처럼 그의 삶의 내용이 천수를 누리기에 모자라지 않은 때문이었다. 설사 백거이에게 타고난 건강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믿고 몸과 삶을 함부로 굴렸다면 고래희(古來稀)’로 불렸던 일흔 살의 장수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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