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적의이수(適意二首) - 백거이(白居易)
마음이 편안하여
其一
十年為旅客(십년위려객) : 십년을 떠돈 나그네 신세
常有饑寒愁(상유기한수) : 항상 배고프고 춥고 근심스러웠지요.
三年作諫官(삼년작간관) : 삼년간의 간관 노릇
複多尸素羞(복다시소수) : 놀고먹어 부끄러움이 많았지요.
有酒不暇飲(유주불가음) : 술이 생겨도 마실 여가 없고
有山不得游(유산불득유) : 산이 있어도 놀 수도 없었지요.
豈無平生志(기무평생지) : 어찌 평생에 품은 뜻 없으리오 만
拘牽不自由(구견불자유) : 벼슬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했지요.
一朝歸渭上(일조귀위상) : 하루아침에 위수가로 돌아와
泛如不繫舟(범여불계주) : 매이지 않은 배처럼 떠다녔지요.
置心世事外(치심세사외) : 마음을 세상 밖 일에 두어
無喜亦無憂(무희역무우) : 기쁜 일도 없었고, 슬픈 일도 없었지요.
終日一蔬食(종일일소식) : 종일토록 나물밥 한 가지에
終年一布裘(종년일포구) : 일 년이 끝나도록 베옷만 입었었지요.
寒來彌懶放(한래미라방) : 추위가 오면 더욱 나태해지고
數日一梳頭(수일일소두) : 몇 일만에야 하번 빗질 했었지요.
朝睡足始起(조수족시기) : 아침까지 실컷 자고야 일어나고
夜酌醉即休(야작취즉휴) : 밤에는 취하도록 마셔야 그만 두었지요.
人心不過適(인심불과적) : 사람의 마음은 편한 게 최고인데
適外複何求(적외복하구) : 마음 편한 것 외에 또 무엇을 바라겠어요.
其二
早歲從旅遊(조세종려유) : 젊은 날 여러 곳을 떠돈 까닭에
頗諳時俗意(파암시속의) : 세상인심 적잖이 알게 되었고
中年忝班列(중년첨반렬) : 중년에는 분에 넘게 관리가 되어
備見朝廷事(비견조정사) : 조정의 일 두루두루 볼 수 있었지만
作客誠已難(작객성이난) : 떠돌이 노릇 참으로 하기 어렵고
為臣尤不易(위신우불역) : 신하되기도 그렇다고 쉽지 않았다.
況余方且介(황여방차개) : 하물며 나란 사람 모난데다 꼿꼿해서
舉動多忤累(거동다오루) : 나서는 것마다 어려운 일 많이 당하고
直道速我尤(직도속아우) : 바른말이 곧바로 내 허물이 될 때에도
詭遇非吾志(궤우비오지) : 바르지 않은 부귀 따위 맘에 두지 않았는데
胸中十年內(흉중십년내) : 그런 세월 십년을 보내고 나니
消盡浩然氣(소진호연기) : 내 안에 있던 호연지기 남은 것이 없었다.
自從返田畝(자종반전무) : 그러나 전원으로 돌아온 뒤에
頓覺無憂愧(돈각무우괴) : 근심과 부끄러움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고
蟠木用難施(반목용난시) : 구부러진 나무처럼 쓰일 곳이 없게 되자
浮雲心易遂(부운심역수) : 마음도 뜬구름을 쉽게 따르게 되었다.
悠悠身與世(유유신여세) : 끝없이 아득해라 이 몸과 세상
從此兩相棄(종차량상기) : 이후로는 이 둘 다 모두 버리리.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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