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其六 - 백거이(白居易)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六
天秋無片雲(천추무편운) : 가을이라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
地靜無纖塵(지정무섬진) : 땅 또한 깨끗하여 작은 먼지도 없네
團團新晴月(단단신청월) : 날 개어 산 위로 둥근 달 떠오르자
林外生白輪(임외생백륜) : 숲 밖에 하얀 달무리 생겼네.
憶昨陰霖天(억작음림천) : 어제까지 내린 비 생각해 보니
連連三四旬(연연삼사순) : 쉬지 않고 달을 넘긴 장마였는데
賴逢家醞熟(뇌봉가온숙) : 때마침 집에서 담근 술이 익어서
不覺過朝昏(불각과조혼) : 해 뜨고 지는 것을 알지 못했네.
私言雨霽後(사언우제후) : 속으로는 비가 개인 후에나 마시던 술
可以罷餘樽(가이파여준) : 그만 둘 것을 생각했는데
及對新月色(급대신월색) : 날 개고 새로 뜬 달 마주하고 보니
不醉亦愁人(불치역수인) : 취하지 않으면 역시 근심스럽네.
床頭殘酒榼(상두잔주합) : 침대 가에 마시다 남은 술이 남아 있고
欲盡味彌淳(욕진미미순) : 술 맛에 끝까지 흠뻑 취해보고 싶어서
携置南檐下(휴치남첨하) : 술통 들고 나가서 남쪽 처마 밑에 두고
擧酌自殷勤(거작자은근) : 잔 들고 술 따라 간절하게 마셨네.
淸光入杯勺(청광입배작) : 술잔과 국자에 맑은 달빛 비치고
白露生衣巾(백로생의건) : 옷과 두건에 맑은 이슬 스밀 때
乃知陰與晴(내지음여청) : 비로소 알았네. 비가 오든 날이 개든
安可無此君(안가무차군) : 어떻게 이 술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我有樂府詩(아유악부시) : 내게는 새로 쓴 악부시 한 편 있고
成來人未聞(성래인미문) :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보여준 적 없었지만
今宵醉有興(금소취유흥) : 오늘밤 술에 취해 흥이 올라서
狂詠驚四隣(광영경사인) : 미친 듯 읊어대자 이웃들이 놀라네.
獨賞猶復爾(독상유부이) : 나 홀로 즐기고 거듭 술과 지내니
何況有交親(하황유교친) : 어떻게 이웃과 친해질 수 있겠는가.
* 섬진(纖塵) : 가는 먼지, 작은 먼지
* 단단(團團) : 둥근 모양
* 음림(陰霖) : 궂은비. 장마.
* 연연(連連) : 줄곧. 끊임없이. 계속해서.
* 조혼(朝昏) : 아침 저녁. 날짜. 생활.
* 주합(酒榼) : 고대에 술을 담던 그릇. 술자리.
* 배작(杯勺) : 술잔과 국자. 음주 자체를 이르기도 함.
* 의건(衣巾) : 의복과 두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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