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其四 - 백거이(白居易)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四
東家采桑婦(동가채상부) : 동쪽 집 뽕잎 따는 아낙네는
雨來苦愁悲(우래고수비) : 비 오자 시름겨워 슬퍼하고
蔟蠶北堂前(족잠북당전) : 북당 앞 섶에서 잠든 누에는
雨冷不成絲(우랭불성사) : 차거와진 날씨에 실 못 만드네.
書家荷鋤叟(서가하서수) : 서쪽 집 호미 들고 나간 늙은이도
雨來亦怨咨(우래역원자) : 비 오는 것 원망하며 탄식하는데
種豆南山下(종두남산하) : 남산 밑에 콩 심고 보살폈더니
雨多落爲萁(우다락위기) : 비 많이 내려 콩대가 떨어졌다네.
而我獨何行(이아독하행) : 나는 이제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하나
醞酒本無期(온주본무기) : 집에서 빚은 술은 기약이 없었는데
及此多雨日(급차다우일) : 이렇게 비까지 많이 내리는데
正遇新熟時(정우신숙시) : 때마침 술이 새로 익는 때라네.
開甁瀉樽中(개병사준중) : 술병을 열어서 잔에 따랐더니
玉液黃金脂(옥액황금지) : 술 빛깔이 노란 황금색이네.
持玩已可悅(지완이가열) : 술잔을 들고 보니 금세 기쁘고
歡嘗有餘滋(환상유여자) : 즐거이 맛을 보니 그 맛이 오래가네.
一酌發好容(일작발호용) : 한 잔을 마시니 얼굴빛이 좋아지고
再酌開愁眉(재작개수미) : 한 잔 더 마시니 걱정까지 사라지며
連延四五酌(연연사오작) : 연달아 너덧 잔을 마셔댔더니
酣暢入四肢(감창입사지) : 상쾌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지네.
忽然遺我物(홀연유아물) : 문득 세상 만물과 나를 잃어버리니
誰復分是非(수부분시비) : 누가 다시 옳다 그르다 가리겠는가?
是時連夕雨(시시연석우) : 이날은 밤비가 쉬지 않고 내렸으나
酩酊無所知(명정무소지) : 이 몸은 술에 취해 알지 못했고
人心苦顚倒(인심고전도) : 괴로웠던 마음이 뒤집어져 버렸으니
反爲憂者嗤(반위우자치) : 걱정 가진 이들의 웃음거리 되겠네.
* 족잠(蔟蠶) : 누에섶(누에가 올라가 고치를 짓는 곳)
* 원자(怨咨) : 원망의 한탄(怨訾로도 씀)
* 옥액(玉液) : 맛있는 술(=美酒)
* 온주(醞酒) : 발효기술로 술을 빚다.
* 수미(愁眉) : 근심이 생겼을 때 미간에 생기는 주름
* 감창(酣暢) : 술을 마시고 속내를 말하다.
* 명정(酩酊) : 술에 많이 취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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