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향로봉하신복산거초당초성우제동벽(香爐峰下新卜山居草堂初成偶題東壁) - 백거이(白居易)
향로봉 아래 점을 쳐서 새 터를 잡아 초당을 짓고 나서 우연히 동쪽 벽에 쓰다
五架三間新草堂(오가삼간신초당) : 다섯 시렁 석 칸 새 초당은
石階桂柱竹編牆(석계계주죽편장) : 돌계단, 계수나무 기둥 대나무로 엮은 울타리
南簷納日冬天暖(남첨납일동천난) : 남쪽 처마는 햇볕 들어 겨울에도 따듯하고
北戶迎風夏月凉(북호영풍하월량) : 북쪽 문은 바람 맞아 여름에는 서늘하니
灑砌飛泉纔有點(쇄체비천재유점) : 샘은 날려 섬돌을 씻으니 겨우 몇 방울이라
拂窓斜竹不成行(불창사죽불성항) : 창문에는 대나무 그림자 어지럽게 흔들이고
來春更葺東廂屋(내춘갱즙동상옥) : 내년 봄에는 다시 동쪽 사랑채 지붕 잇고
紙閣蘆簾著孟光(지각노렴저맹광) : 종이 집 갈대발 드리운 방에 맹광(아내)을 있게 하리.
* 孟光 : 漢의 隱士 梁鴻의 아내 이름.
日高睡足猶慵起(일고수족유용기) : 해 높이 뜨고 충분히 잤는데 오히려 일어나기 귀찮아
小閣重衾不怕寒(소각중금불파한) : 작은 집에서 이불이 두터워 추위도 겁 않나
遺愛寺鐘欹枕聽(유애사종의침청) : 유애사의 종소리는 베개에 의지해 듣고
香爐峰雪撥簾看(향로봉설발렴간) : 향로봉의 눈은 문발을 걷고 본다.
匡盧便是逃名地(광로편시도명지) : 이곳 여산은 이름 피해(은신) 살만한 곳
司馬仍爲送老官(사마잉위송로관) : 사마 벼슬은 늙음을 보내는 관직으로 족하니
心泰身寧是歸處(심태신녕시귀처) : 마음과 몸이 편안하면 이 돌아가 살 곳이거늘
故鄕何獨在長安(고향하독재장안) : 어찌 고향이 장안뿐이리오.
* 香爐峰(향로봉) : 장시성(江西省) 여산(廬山) 북쪽에 있는 유명한 봉우리다. 기묘하게 솟아 있는 봉우리가 향로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산의 명승지 중 한 곳인 향로봉 폭포 부근에 백거이의 초당이 있었다. 이백李白은 「望廬山瀑布」란 시에서 ‘西登香爐峰, 南見瀑布水(서쪽 길로 향로봉 올라왔더니 / 남쪽에 커다란 폭포가 있네)’라고 하였다.
* 오가(五架) : 지붕을 받치는 기둥 위에 올리는 들보 중에 길이가 4보(步)인 오가량(五架樑)을 가리킨다. ‘五架三間’을 초가삼간(草家三間) 정도의 뜻으로 새겨 읽었다.
* 紙閣(지각) : 종이로 창이나 벽을 바른 집을 가리킨다. 청빈한 사람이 거주하는 곳을 가리키기도 한다.
* 孟光(맹광) : 동한東漢의 은사 양홍(梁鴻)의 아내의 이름이다. 자는 덕요(德曜)이다. 부부가 패릉산(覇陵山)에 은거하며 농사짓고 베를 짜며 살았다. 나중에 부부가 오(吳) 땅으로 가서 양홍이 고용살이를 했는데 아내 맹광이 밥상을 들일 때마다 눈썹 높이까지 상을 들어 공경을 표시했다고 한다. 현부(賢婦)의 전형이 되었다.
백거이는 재상 무원형(武元衡)의 암살사건과 관련하여 올린 상소가 문제되어 원화(元和) 10년(815) 8월에 강주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는데, 이듬해 가을, 여산(廬山) 향로봉(香爐峰) 아래 터를 잡아 초당을 짓기 시작해 원화 12년(817) 가을에 낙성식을 가졌다.
따라서 이 시는 이후 강주를 떠나는 원화 14년 봄까지의 사이에 쓴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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