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하처난망주칠수(何處難忘酒七首) - 백거이(白居易)
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其一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長安喜氣新(장안희기신) : 장안에서 공기의 신선함을 즐긴다.
初登高第日(초등고제일) : 처음 과거에 오르던 날
乍作好官人(사작호관인) : 잠깐 동안 좋은 관료가 되었다.
省壁明張牓(생벽명장방) : 성벽에는 밝게 방이 붙어있고
朝衣穩稱身(조의온칭신) : 공복이 편하게도 몸에 꼭 맞았다.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爭奈帝城春(쟁나제성춘) : 다투어 서울의 봄을 어찌해야 하나.
其二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天涯話舊情(천애화구정) : 하늘 끝 먼 곳에서 친구의 정 나눈다.
靑雲俱不達(청운구부달) : 청운의 꿈 이루지 못하고
白髮遞相驚(백발체상경) : 백발이 갈아드니 서로가 놀라는구나.
二十年前別(이십년전별) : 이십 년 전에 이별하여
三千里外行(삼천리외항) : 삼천 리 밖을 돌아다니는구나.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何以敍平生(하이서평생) : 무슨 수로 평생의 마음을 풀어보나.
其三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을 잊기 어려워
朱門羨少年(주문선소년) : 귀문귀가 사람들 젊음을 부러워한다.
春分花發後(춘분화발후) : 춘분날 온갖 꽃 활짝 핀 뒤
寒食月明前(한식월명전) : 한식날에 달은 눈앞에 밝기도하다.
小院廻羅綺(소원회나기) : 작은 궁궐에 비단옷 걸친 여인들 다니고
深房理管絃(심방리관현) : 깊은 방 안에서는 음악을 켠다.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爭過艶陽天(쟁과염양천) : 아름답고 따뜻한 날들은 다투어 지나 가라라.
其四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을 잊기 어려워
霜庭老病翁(상정노병옹) : 서리 내린 뜰에 늙고 병든 사람.
闇聲啼蟋蟀(암성제실솔) : 어슴푸레한 소리로 귀뚜라미 우는데
乾葉落梧桐(건섭낙오동) : 마른 잎은 오동나무에서 떨어지는구나.
鬢爲愁先白(빈위수선백) : 귀밑머리털이 수심에 먼저 희어지고
顔因醉暫紅(안인취잠홍) : 얼굴은 취하여 잠시 얼굴 붉어지는구나.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何計奈秋風(하계나추풍) : 무슨 수 있어 가을바람을 어찌해보나.
其五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을 잊기 어려워
軍功第一高(군공제일고) : 군사의 공은 제일 높도다.
還鄕隨露布(환향수노포) : 고향에 돌아가려니 군사들 따르고
半路授旌旄(반노수정모) : 거리는 반이나 깃발로 덮여있구나.
玉柱剝蔥手(옥주박총수) : 거문고 발에 고운 손 다 벗겨지고
金章爛椹袍(금장난심포) : 금빛 문장이 도포보다 찬란하구나.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何以騁雄豪(하이빙웅호) : 무슨 수로 영웅호걸을 불러올까나.
其六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靑門送別多(청문송별다) : 청문에서는 송별의 잔치도 많아라.
斂襟收涕淚(렴금수체누) : 옷깃을 걷으며 눈물을 거두리니
簇馬聽笙歌(족마청생가) : 늘어선 말들은 생황 소래 소리 듣는다.
煙樹灞陵岸(연수파능안) : 패릉 언덕에 안개 낀 나무들
風塵長樂坡(풍진장낙파) : 장락궁 언덕에 풍진이 일어난다.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爭奈去留何(쟁나거류하) : 떠나고 머무는 것을 다투어 어찌하려나.
其七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逐臣歸故園(축신귀고원) : 쫓겨난 신하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赦書逢驛騎(사서봉역기) : 임금의 사면 조서 역마에서 만나니
賀客出都門(하객출도문) : 축하의 나그네 도성 문을 나온다.
半面瘴煙色(반면장연색) : 얼굴 절반에는 흐릿한 병색지고
滿衫鄕淚痕(만삼향누흔) : 옷에 가득한 고향 그린 눈물 자국.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何物可招魂(하물가초혼) : 무엇으로 영혼을 불러올 수 있을까.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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