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답고인(答故人) - 백거이(白居易)
친구에게 답하여
故人對酒歎(고인대주탄) : 내 벗이 술잔 앞에서 탄식하니
歎我在天涯(탄아재천애) : 멀리 쫓겨난 내 처지 탄식 한다네.
見我昔榮遇(견아석영우) : 옛날에 내가 잘 나갈 때를 지켜보았고
念我今蹉跎(념아금차타) : 발 접질린 지금 모습 생각하면서
問我爲司馬(문아위사마) : 사마가 되어보니 어떤지 묻고
官意復如何(관의복여하) : 새로 받은 관직도 어떤지를 물어보니
答云且勿歎(답운차물탄) : 대답을 해줄 테니 탄식하지 말고
聽我爲君歌(청아위군가) : 그대에게 부르는 내 노래 들어 보게나
我本蓬蓽人(아본봉필인) : 나는 본래 집안이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鄙賤劇泥沙(비천극니사) : 비루하고 천하기 말로 할 수 없는데
讀書未百卷(독서미백권) : 읽은 책이 백 권도 채 못 되면서
信口嘲風花(신구조풍화) : 번지르르한 언사로 시문을 짓고
自從筮仕來(자종서사내) : 뒤늦게 운이 좋아 관리가 되어
六命三登科(륙명삼등과) : 과거급제 세 번 뒤 높은 자리 올랐으니
顧慙虛劣姿(고참허렬자) : 돌아보면 허약한 모습 부끄러운데
所得亦已多(소득역이다) : 내가 얻은 것들은 너무 많아서
散員足庇身(산원족비신) : 일 없는 자리라도 몸 지킬만하고
薄俸可資家(박봉가자가) : 박봉이지만 살림살이 보탬이 되니
省分輒自愧(생분첩자괴) : 분수를 살피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데
豈爲不遇耶(개위부우야) : 어떻게 때 못 만났다 할 수 있겠는가?
煩君對杯酒(번군대배주) : 번거롭게 벗에게 술잔 앞에 두고
爲我一咨嗟(위아일자차) : 나를 생각하면서 탄식하게 되었다네.
* 榮遇 : 군주에게 인정을 받아 귀한 자리에 오르는 것을 가리킨다.
* 蹉跎 :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월을 허송하는 것을 가리킨다.
* 司馬: 당조唐朝 때 절도사 밑에 행군사마行軍司馬를 두기는 했지만, 여기서는 주에 설치된 유배형을 받은 사람들에게 주는 일이 없는 관직을 가리킨다.
* 蓬蓽: 봉문필호蓬門蓽戶를 줄인 말로 쑥대나 싸리로 문을 만든 가난하고 누추한 집을 가리킨다.
* 鄙賤: 출신이 보잘것없고 하는 짓도 상스러운 사람을 가리킨다. 겸사謙辭로도 쓰인다.
* 泥沙: 진흙과 모래를 가리킨다. 낮고 보잘것없는 지위를 가리킨다.
* 風花: 바람 속의 꽃을 가리킨다. 화려한 언사로 장식된 시문을 가리킨다.
* 筮仕: 옛사람들이 길흉을 점쳐 출사하던 것을 가리킨다. 처음 관리가 되는 것을 가리킨다.
* 六命: 제왕의 경卿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 虛劣: 허약하다.
* 散員: 고정된 일이 없는 관리를 가리킨다.
* 庇身: 몸을 지키다. 몸을 가리다.
* 咨蹉: 탄식하다. 감탄하다. 구양수歐陽修는 「贈無爲軍李道士」란 시에서 ‘李師琴紋如臥蛇, 一彈使我三自嗟(이도사 금 무늬 사린 뱀과 같은데 / 한 번 켜면 세 번을 감탄하게 하네)’라 했고, 이백(李白)은 「蜀道難」이라는 시에서
‘蜀道之難難, 難於上靑天, 側身西望長咨蹉(촉으로 가는 길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워서 / 몸을 돌려 서쪽을 보며 길게 탄식하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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