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중과하씨오수(重過何氏五首) - 두보(杜甫)
하씨네를 거듭 지나다
其一
問訊東橋竹(문신동교죽) : 동교의 대나무에 대해 물었더니
將軍有報書(장군유보서) : 장군의 보고가 있었네.
倒衣還命駕(도의환명가) : 급히 수레 타고 돌아와
高枕乃吾廬(고침내오려) : 베개 높이 베고 누우니 바로 내 집이네
花妥鶯捎蝶(화타앵소접) : 앵무새가 나비를 모니 꽃잎이 떨어지고
溪喧獺趂魚(계훤달진어) : 수달피가 고기를 몰아쳐 개울이 시끄럽네.
重來休浴地(중래휴욕지) : 목욕하던 곳에 다시 와보니
眞作野人居(진작야인거) : 정말 야인이 살던 곳처럼 되어버렸네.
其二
山雨樽仍在(산우준잉재) : 산에 비 내려도 술동이는 그대로 두고
沙沈榻未移(사침탑미이) : 모래가 쌓여도 걸상을 아직 옮기지 않는다.
犬迎曾宿客(견영증숙객) : 개는 전에 묵고 간 손님을 맞고
鴉護落巢兒(아호낙소아) : 까마귀는 둥지에 떨어뜨린 새끼를 돌본다.
雲薄翠微寺(운박취미사) : 구름 엷어진 취미사 절간
天淸皇子陂(천청황자피) : 하늘 맑아진 황자 저수지라
向來幽興極(향내유흥극) : 지금까지 그윽한 흥취 지극하여
步屧向東籬(보섭향동리) : 나막신 신고 걸어서 동쪽 울타리로 향한다.
* 翠微寺(취미사) : 안휘성(安徽省) 황산(黃山) 취미봉(翠微峰)에 있는 사찰.
* 皇子陂(황자피) : 들판에 있는 저지대를 습지라 하고, 그 중 자연스럽게 물이 고여 못이 된 곳을 '피(陂)'라고 하며, 인공으로 조성한 연못을 '지(池)'라고 한다. 황자피는 장안長安(지금의 서안西安)에 있는 진시황의 아들의 묘지라고 알려진 곳 남쪽에 있는 저수지인데, 묘지의 주인공은 아직까지 누구라고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其三
落日平臺上(낙일평대상) : 평대 위로 해는 지고
春風啜茗時(춘풍철명시) : 봄바람에 차 마실 시간
石欄斜點筆(석난사점필) : 돌난간에서 비스듬히 붓 적시어
桐葉坐題詩(동섭좌제시) : 오동잎에다 앉아서 시를 짓는다.
翡翠鳴衣桁(비취명의항) : 물총새는 옷 말리는 나무에서 울고
蜻蜒立釣絲(청연립조사) : 잠자리는 낚싯줄에 서있다.
自今幽興熟(자금유흥숙) : 이제부터 그윽한 흥이 익어가
來往亦無期(내왕역무기) : 왕래함에 정한 때도 없어라.
* 平臺(평대) : 달을 감상하기 위해 평지보다 높게 쌓은 곳
* 翡翠(비취) : 물총새
* 蜻蜓(청정) : 잠자리 =蜻蛉(청령), 靑娘子(청낭자)
其四
頗怪朝參懶(파괴조삼라) : 조정에 나아감을 소홀함이 자못 이상했나니
應耽野趣長(응탐야취장) : 유장한 들판 정취를 탐닉해서이리라.
雨抛金鎖甲(우포금쇄갑) : 비에는 금빛 갑옷이 버려져 있고
苔臥綠沈槍(태와녹침창) : 이끼에 녹슨 채 떨어진 창이 눕혀있다.
手自移蒲柳(수자이포류) : 손수 부들과 버들을 옮겨 심었으니
家纔足稻粱(가재족도량) : 집안형편이야 겨우 양식이 족하였다.
看君用幽意(간군용유의) : 그대를 보아하니 그윽한 마음 써서
白日到羲皇(백일도희황) : 대낮에도 복희황제의 시대에 이르시리라.
* 朝參(조참) : 한 달에 네 번, 모든 조신들이 나아가 정전에 친림한 왕을 뵈는 일(=早參)
* 野趣(야취) : 전야의 아름다움을 맛보는 흥취
* 蒲柳(포류) : 갯버들, 버드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
其五
到此應常宿(도차응상숙) : 이곳에 오면 반드시 늘 묵어야 하고
相留可判年(상류가판년) : 머물러 있으려면 일 년이라도 가능하다.
蹉跎暮容色(차타모용색) : 잘못 뜻을 잃어 저문 얼굴 빛
悵望好林泉(창망호림천) : 슬퍼하며 좋은 숲과 샘을 바라본다.
何日霑微祿(하일점미녹) : 어느 날에야 관리가 되었다가
歸山買薄田(귀산매박전) : 산으로 돌아와 척박한 밭이나 사게 될까.
期遊恐不遂(기유공부수) : 기약한 유람을 이루지 못할까 두려워
把酒意茫然(파주의망연) : 술잔을 잡으니 마음이 아득해지는구나.
* 磋跎(차타) : 일을 이루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감
* 林泉(임천) : 숲과 물 또는 은사(隱士)의 정원
* 悵望(창망) : 시름없이 바라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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