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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詩聖 杜甫 詩

발진주(發秦州)

by 산산바다 2020. 12. 17.

산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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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진주(發秦州) - 두보(杜甫)

                 진주를 떠나며

 

 

我衰更懶拙(아쇠경나졸) : 늙은데다가 게을러서

生事不自謀(생사부자모) : 생계를 꾸리지도 못한다.

無食問樂土(무식문낙토) : 먹을 것 하나 없어 낙원 찾고

無衣思南州(무의사남주) : 입을 것 하나 없어 남쪽 고을 생각한다.

 

漢源十月交(한원십월교) : 한수의 발원지라 시월이라도

天氣如涼秋(천기여량추) : 날씨는 서늘한 가을이도다.

草木未黃落(초목미황낙) : 초목은 아직 시들어 지지 않은데

況聞山水幽(황문산수유) : 게다가 그윽한 물소리 들려온다.

 

栗亭名更嘉(율정명경가) : 율정이란 이름이 더욱 좋고

下有良田疇(하유량전주) : 아래에는 기름진 밭이 있도다.

充腸多薯蕷(충장다서여) : 배를 채워줄 마가 많고

崖蜜亦易求(애밀역역구) : 벼랑에는 꿀을 구하기도 쉽도다.

 

密竹復冬笋(밀죽복동순) : 빽빽한 대숲에는 다시 겨울 죽순도 있고

淸池可方舟(청지가방주) : 맑은 못에는 배도 띄울 수 있도다.

雖傷旅寓遠(수상려우원) : 비록 더부살이 멀어 마음 상하나

庶遂平生遊(서수평생유) : 한평생 노닐 것은 찾은 셈이로다.

 

此邦俯要衝(차방부요충) : 이 고장 요새를 내려다보니

實恐人事稠(실공인사조) : 실은 인사가 번거로워 두려워진다.

應接非本性(응접비본성) : 응대하는 일 본래 마음에 맞지 않아

登臨未銷憂(등림미소우) : 올라가 바라보아도 근심을 못 삭인다.

 

谿谷無異石(계곡무리석) : 골짜기에는 기이한 바위 하나 없고

塞田始微收(새전시미수) : 변방의 땅이라 수확도 적도다.

豈復慰老夫(개복위노부) : 어찌하여야 늙은 나를 위로하나

惘然難久留(망연난구류) : 망연하여 오래도록 머물지 못하고

 

日色隱孤戍(일색은고수) : 햇빛은 외로운 수자리를 감추어버린다.

烏啼滿城頭(오제만성두) : 우짖는 까마귀 성 머리에 가득하고

中宵驅車去(중소구거거) : 한밤에 수레 몰고 떠나

飮馬寒塘流(음마한당류) : 차가운 못물을 말에게 먹인다.

 

磊落星月高(뇌낙성월고) : 말똥말똥한 별과 달은 높기만 한데

蒼茫雲霧浮(창망운무부) : 창망히 피어난 구름과 안개 떠있다.

大哉乾坤內(대재건곤내) : 크기도 하여라! 하늘과 땅이여

吾道長悠悠(오도장유유) : 나의 도는 언제나 아득하여라

 

 

두보는 화주의 지방 관속인 사공참군의 자리를 1년 남짓 살고는 그만두고 말았다. 그리고는 낙양을 거쳐 장안을 지나 온갖 고까움을 참아가며 감숙성의 요충지인 진주로 떠나오고야 말았다. 누가 오라는 것도 아니고 꼭 가야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고 간다고 뾰족한 수도 없었다. 그것도 처자를 거느린 따분한 걸음 걸이었으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그 나름대로 이유야 있었다. 두보는 재상 방관의 일당으로 몰리었는데, 총수격인 방관이 지방으로 좌천되는 바람에 그 일당 역시 좌천되었다. 그 때 진주에는 당대의 고승인 찬공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실은 그의 알선으로 집까지 마련하려고 들었다. 물론 조카인 두우의 주선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진주에서의 길이 평생을 쑥처럼 떠돌아다니며 사는 속절없는 '농사꾼'이 될 줄은 두보 자신도 몰랐었다. 정말 진주에서의 살림은 말이 아니었다. 겨우 한약을 지어 팔면서 끼니를 잇는 궁상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진주를 떠나 친구들이 많은 성도로 떠나려는 결단을 내리고 진주를 떠나면서 지은 '발진주(發秦州)'.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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