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이농(耳聾) - 두보(杜甫)
귀머거리
生年鶡冠子(생년갈관자) : 평생 살아가며 할관 쓴 사람이었고
歎世鹿皮翁(탄세녹피옹) : 세상을 개탄하는 녹피의 늙은이로다
眼復幾時暗(안복기시암) : 눈은 다시 어느 때 어두워지려나.
耳從今月聾(이종금월농) : 귀는 이번 달부터 안 들리는데
猿鳴秋淚缺(원명추누결) : 원숭이가 울어도 슬픈 눈물 없어지고
雀噪晩愁空(작조만수공) : 참새 떼 시끄러워도 수심으로 비어있다
黃落驚山樹(황낙경산수) : 누런 낙엽 지는 것을 보고 놀라며
呼兒問朔風(호아문삭풍) : 아이 불러 삭풍이 부는가 물어본다.
* 鶡冠(할관) : 할새의 꽁지깃으로 꾸민 관
* 鹖冠子(갈관자) : 갈풀 관을 쓴 은자. 갈(鶡)이라는 산새(山鳥)의 깃털로 만든 관(冠. 모자)을 쓴 은자(隱者).
* 鹿皮翁(록피옹) : 사슴가죽 같은 헌옷 입은 은자
* 淚缺(루결) : 눈물이 결핍
* 愁空(수공) : 수심으로 비우다
일생을 고행 은자로 떠돌던 늙은 몸 귀머거리 되니 낙엽 지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절망도 않고 다만 아이를 불러 삭풍이 부느냐고 묻고 있다. 杜甫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글자 사이로 황량한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다. 고통을 직서한 다른 어떤 시보다 허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원초적인 인간의 괴로움이 아닌가!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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