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증위팔처사(贈衛八處士) - 두보(杜甫)
위팔처사에게
人生不相見(인생부상견) : 사람살이 서로 만나지 못함은
動如參與商(동여삼여상) : 아침저녁에 따로 떠오는 참성과 상성 같구나.
今夕復何夕(금석복하석) : 오늘 밤은 다시 어떤 밤인가
共此燈燭光(공차등촉광) : 이 등잔 이 촛불을 함께 하였구나
少壯能几時(소장능궤시) : 젊고 장성하였을 때는 공부도 같이 하였는데
鬢發各已蒼(빈발각이창) : 벌써 귀밑머리 허옇게 되었구려.
訪舊半爲鬼(방구반위귀) : 옛 친구 찾으면 반이나 죽었고
驚呼熱中腸(경호열중장) : 놀라서 이름 불러보니 간장이 다 찢어지네.
焉知二十載(언지이십재) : 어찌 알았으랴, 이십 년 만에
重上君子堂(중상군자당) : 다시 그대의 집을 찾을 줄을
昔別君未婚(석별군미혼) : 옛날 이별할 때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兒女忽成行(아녀홀성항) : 어느새 자식들이 줄을 이었구나.
怡然敬父執(이연경부집) : 반가워 친구의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고
問我來何方(문아내하방) :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신다.
問答乃未已(문답내미이) : 주고받는 인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驅兒羅酒漿(구아나주장) : 아이 시켜 술과 안주 차려오게 하는구나.
夜雨剪春韭(야우전춘구) : 밤비가 내리는데도 봄 부추 베어오고
新炊間黃粱(신취간황량) : 새로 지은 밥에는 누른 조를 섞었구나.
主稱會面難(주칭회면난) : 주인은 나에게 얼굴 보기 어렵다 하며
一擧累十觴(일거누십상) : 한번 술잔에 수십 잔을 마신다.
十觴亦不醉(십상역부취) : 열 잔을 마셔도 취하 않으니
感子故意長(감자고의장) : 그대의 깊은 옛정 느꼈기 때문일세.
明日隔山岳(명일격산악) : 내일이면 산 넘어 서로 멀리 떨어지리니
世事兩茫茫(세사량망망) : 인간사 우리 두 사람에게는 정말 막막하여라
* 사람이 살면서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은 저녁별과 새벽별이 만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인가. 마침내 그대와 등불 아래 만나게 되었구나. 젊은 시절이 얼마나 될까, 이처럼 자네와 내 머리카락은 이미 백발이 되었다. 늙은 벗들은 태반이나 이미 세상을 떠나 귀신이 되었으니 놀라 괴로웠다.
20년 뒤 자네 집에 다시 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네. 지난 번 헤어질 땐 자네 아직 장가들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자식들이 아주 많구나. 그 아이들이 반갑게 맞이하여 아버지 친구인 나에게 “어디서 오셨어요?” 하고 묻는데, 대답이 미처 끝나기 전에 자넨 아이들더러 술과 안주를 가져오라 하네. 밤이 되자 바깥엔 비 내리는데 그대는 봄 부추 베어 술안주 만들고 새로 한 밥엔 기장을 섞었지. 자네는 “우리들 다시 보기 어려웠지.” 하고 곧 잔을 들어 술 권하며 한 번에 연거푸 열 잔을 마셨지. 계속해서 열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그대가 나를 대해주는 우정이 특별히 깊다는 것만 느끼게 되네. 내일 헤어지면 높은 산에 가로 막혀 서로 소식조차 또 아득해져 알지도 못할 텐데.
* 숙종(肅宗) 건원(乾元) 元年(758), 두보는 방관(房琯)을 구하려고 상소했다가 화주(華州) 사공참군(司工參軍)으로 폄직된다. 이듬해 봄, 낙양에서 화주(華州) 임소(任所)로 가는 길에 위팔처사(衛八處士)를 만났다가 이별하며 그에게 준 시이다.
* 위팔처사(衛八處士)는 은사(隱士)로서 이름과 자(字)는 상고할 수 없는데 위대경(衛大經)의 族子(조카)라는 설도 있다. 청나라 주학령(朱鶴齡)의 《杜詩箋注(두시전주)》에는, “당나라 때 은자(隱者) 위대경(衛大經)은 포주(蒲州)에 살았고, 위팔(衛八) 또한 처사라고 일컬어지는데 혹은 그 친척이기도 하다. 포주에서 華州까지는 겨우 140리이니, 이 시는 乾元 2년 봄, 華州에 있을 때 그의 집에 가서 지은 것인 듯하다.[唐有隱逸衛大經居蒲州 衛八亦稱處士 或其族子 蒲至華 止一百四十里 恐是乾元二年春 在華州時 至其家作]”라고 하였다.
* 이 시는 李白의 〈下終南山(하종남산) 過斛斯山人(과곡사산인) 宿置酒(숙치주)〉와 같이 친구 집을 방문해 지은 시인데, 이백의 시는 담백하면서 고답(高踏)한 정이 있고 두보의 시는 소박하면서 깊고 간절한 정이 있다.
* 衛八處士(위팔처사) : 위팔(衛八)은 姓이 衛氏로 형제 사이의 항렬이 여덟 번째임을 말한다.
* 動(동) : 걸핏하면 혹은 어떤 일이 생기면 그때마다라는 말이다.
* 參與商(참여상) : 參星과 商星은 모두 별자리 이름이다. 하나는 동쪽에 있고 하나는 서쪽에 있어, 각각 황혼녘에 뜨고 새벽녘에 뜬다.
《左傳(좌전)》에 “자산(子産)이 말하기를 ‘옛날 고신씨(高辛氏)가 두 아들을 두어 형을 閼伯(알백)이라 하고 아우를 실침(實沈)이라 하였는데, 광림(曠林)에 살면서 서로 좋게 지내지 못하였다. 상제(上帝)가 알백을 상(商)땅으로 옮겨서 신성(辰星)을 주장하여 상성(商星)이 되게 하고 실침을 대하(大夏)로 옮겨서 참성(參星)을 주장하여 진성(晉星)이 되게 하니, 두 별이 서로 뜻이 맞지 않아 각각 한 지방에 거한다.’ 했다.” 하였으니, 사람이 이별하여 모이고 만나지 못하는 것이 이와 같다.
* 舊(구) : 친구라는 말이다.
* 焉知(언지) :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 成行(성항) : 줄을 이루다. 여기서는 많음을 형용한다.
* 怡然敬父執(이연경부집) : 衛八의 자녀들이 반갑게 맞이하며 아버지 친구인 나의 안부를 묻는다는 말이다. 怡然(이연)은 유쾌한 모양, 父執(부집)은 아버지의 친구를 말한다.
* 乃未已(내미이) : 아직 마치지 못한 것이다.
* 間(간) : 섞는다는 뜻이다.
* 故意(고의) : 오랜 벗의 정을 말한다.
* 茫茫(망망) : 아득해 알지 못하는 것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 詩 *** > 詩聖 杜甫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벽조유백(江碧鳥逾白) (0) | 2020.12.10 |
---|---|
망악(望嶽) (0) | 2020.12.10 |
가인(佳人) (0) | 2020.12.10 |
단청인증조패장군(丹靑引贈曹霸將軍) (0) | 2020.12.10 |
기한간의(寄韓諫議)/기한간의주(寄韓諫議注) (0) | 2020.12.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