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강촌삼수(羌村三首) - 두보(杜甫)
강촌 삼수
其一
崢嶸赤雲西(쟁영적운서) : 서쪽하늘의 드높은 붉은 구름
明却下平地(명각하평지) : 밝은 햇발은 평지로 쏟아져 내리네.
柴門鳥雀噪(시문조작조) : 싸리문의 참새들이 조잘대고
歸客千里至(귀객천리지) : 돌아온 길손 천리 길을 왔노라
妻孥怪我在(처노괴아재) : 처자식들 나를 보고 머뭇거리더니
驚定還拭淚(경정환식루) : 놀라움 가시자 벅찬 눈물 닦는다.
世亂遭飄蕩(세난조표탕) : 전란 중에 사람들 떠돌게 되고
生還偶然遂(생환우연수) : 살아 돌아옴은 참으로 우연이 아닌가
隣人滿墻頭(인인만장두) : 이웃들 담장 가에 가득 모여서
感歎亦歔欷(감탄역허희) : 감탄하여 함께 흐느껴 우네.
夜闌更秉燭(야란경병촉) : 밤이 깊어 촛불 다시 밝히고
相對如夢寐(상대여몽매) : 잠자리 마주 대하니 꿈인가 싶네.
* 羌村 : 부주의 강촌(두보의 본가마을)
* 崢嶸 : 산이 험함
* 赤雲西 : 서산의 붉은 구름
* 明却 : 구름사이 비처내리는 햇빛
* 下平地 : 평지로 비처내리다
* 柴門 : 싸리문
* 噪 : 재잘댐
* 妻孥 : 처. 자식
* 怪我在 : 내가 살았음이 의아함
* 驚定 : 놀람이 가라앉음
* 還 : 다시
* 拭淚 : 눈물 닦음
* 遭飄蕩 : 유랑하고 떠돌음을 당함
* 偶然遂 : 우연히 이룰 수 있음
* 墻頭 : 담장 앞에
* 歔欷 : 흐느껴 운다.
* 夜闌 : 부부의 밤이 깊어짐
* 秉燭 : 촛불 밝히다
* 夢寐 : 꿈. 잠
좌습유(간언). 두보가 역적에 패한 방관을 관대히 처벌해달라는 간언으로 숙종의 노여움을 사고 사직되어 고향집으로 돌아가 오래간만에 그리운 가족을 만나는 장면이 일기를 보듯 묘사 되여 있다
마지막 구절에서 현실 속에 마주 앉은 두 부부는 밤이 다하도록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염없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만단정회(萬端情懷)를 꿈속처럼 느끼고 있으니 어떠한 설명이 더 필요하랴.
其二
晩歲迫偸生(만세박투생) : 늙은이 쫓기듯 허송세월하고
還家少歡趣(환가소환취) : 집에 와도 즐거움 거의 없네.
嬌兒不離膝(교아불이슬) : 개구장이 무릎에 매달리다가
畏我復却去(외아부각거) : 낮선 애비 두려워 뒷걸음치네.
憶昔好追凉(억석호추량) : 옛날에는 자주 바람 쐬고자
故繞池邊樹(고요지변수) : 연못가 숲 사이를 돌았거늘
蕭蕭北風勁(소소북풍경) : 차가운 북풍이 세차게 불어
撫事煎百慮(무사전백려) : 지난일 생각하니 가슴속 걱정이 타네.
賴知禾黍收(뢰지화서수) : 요행이 곡식 추수 잘 되였으니
已覺糟牀注(이각조상주) : 지개미 체에 술 방울 떨어지리라
如今足斟酌(여금족짐작) : 우선 흡족하게 술 한 잔 마시고
且用慰遲暮(차용위짐모) : 늘그막의 심정 잠시나마 풀어보세.
* 晩歲 : 늙은이(당시 두보 41세)
* 迫 : 나이가 들어감
* 偸生 : 쫓기는 인생(숙종의 노여움으로 파직)
* 嬌兒 : 어린자식
* 膝 : 무릅
* 畏我 : 나를 겁내고
* 却去 : 물러나다
* 憶昔 : 옛 생각
* 好追凉 : 자주 바람을 쐼
* 故繞 : 그리하여 주위를 돌다
* 蕭蕭 : 쓸쓸히
* 勁 : 세차게
* 撫事 : 여러 일을 생각함
* 煎百慮 : 백가지 걱정이 가득 참
* 賴 : 다행이도
* 禾黍 : 벼와 기장
* 已覺 : 지금부터 알 것 같다.
* 糟牀 > 술 거르는 체
* 注 : 술 방울이 떨어짐
* 斟酌 : 국자로 술을 뜸
* 且用 : 그것으로서
* 遲暮 : 늙으막
당. 숙종의 노여움을 사고 집에 돌아온 두보는 지기와의 고독한 싸움을 계속하며 착잡한 심정을 그리고 있다.
撫事煎百慮. 즉 지나간 여러 일을 생각하니 가슴속이 근심으로 들끓는다 라고 쓰고 있다.
其三
群鷄正亂叫(군계정난규) : 닭의 무리들이 한바탕 시끄럽고
客至難鬪爭(객지나투쟁) : 낯선 객 들어오니 닭이 어지러이 싸우네.
驅鷄上樹木(구계상수목) : 닭을 몰아 나무위로 쫓고
始聞叩柴荊(시문고시형) : 싸리문 두드리는 손님을 맞는다.
父老四五人(부노사오인) : 마을의 노인들 사오명이 찾아와
問我久遠行(문아구원행) : 오래 만에 먼 길에 돌아온 나를 위로하네.
手中各有携(수중각유휴) : 손에는 무언가를 하나씩 들고
傾榼濁復淸(경합탁부청) : 탁주와 청주 술통 기울이며
莫辭酒味薄(막사주미박) : 술맛 없더라도 마음 것 드시구려.
黍地無人耕(서지무인경) : 기장 밭에 밭 갈을 젊은 일꾼이 없고
兵革旣未息(병혁기미식) : 전란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
兒童盡東征(아동진동정) : 자식들은 동쪽으로 출정 나갔다오.
諸爲父老歌(제위부로가) : 노인들 위하여 노래를 자청하고
艱難愧深情(간난괴심정) : 고생 중의 깊은 정에 감격하노라
歌罷仰天嘆(가파앙천탄) : 노래 한수 후 하늘보고 탄식하니
四座涕縱橫(사좌체종횡) : 함께한 모든 사람 눈물이 비 오듯 하네.
* 正亂叫 : 시끄럽게 재잘댐
* 驅鷄 : 닭을 몰다
* 叩柴荊 : 싸리문 두드리는 소리
* 父老 : 마을노인
* 問我 : 나를 위문
* 久遠行 : 오랫만에 먼 길 오다
* 各有携 : 저마다 들다
* 傾榼 : 술통을 기울임
* 濁復淸 : 탁주에 청주에
* 莫辭 : 사양 말고
* 酒味薄 : 술맛 없어도
* 黍地 : 기장 밭
* 兵革 : 전란
* 旣未息 : 아직도 가시지 않아
* 盡東征 : 모두 출정 나가다.
* 艱難 : 고생스러움
* 歌罷 : 노래 끝내고
* 涕縱橫 :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흘림
인정과 고마움의 감격은 평범한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무명의 촌로들과 어울려 난세를 한탄하며 눈물 젖는 이 시는 가식 없는 순수 사실주의 적 작품이라 하겠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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