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유태산6수(遊泰山六首)/(天寶元年四月從故禦道上泰山) - 이백(李白)
태산을 노닐다
<어떤 판본에는 제목이 ‘천보원년 4월 옛 어도를 따라 태산에 오르다’(天寶元年四月從故禦道上泰山)로 되어 있다.>
其一
四月上泰山(사월상태산) : 사월에 태산을 오르노라니
石平禦道開(석병어도개) : 평평한 돌길에 어도(御道 임금이 다니는 길)가 열려 있네.
六龍過萬壑(육룡과만학) : 육룡(六龍 황제수레)이 만 개 골짜기를 지날 때
澗谷隨縈回(간곡수영회) : 계곡도 이를 따라 휘돌았네.
馬跡繞碧峰(마적요벽봉) : 말발굽 흔적 푸른 봉우리를 휘감았지만
於今滿青苔(어금만청태) : 지금은 푸른 이끼만 가득하구나.
飛流灑絕巘(비류쇄절헌) : 깎아지른 산봉우리에 폭포가 날리니
水急松聲哀(수급송성애) : 물살이 급해 소나무 소리 애달픈데,
北眺崿嶂奇(북조악장기) : 북쪽을 바라보니 기묘한 봉우리들
傾崖向東摧(경애향동최) : 기울어진 절벽은 동으로 치우쳐있네.
洞門閉石扇(동문폐석선) : 동굴입구는 부채바위로 막혀 있고
地底興雲雷(지저흥운뢰) : 땅 아래에는 구름과 우레 일어나네.
登高望蓬瀛(등고망봉영) : 높이 올라 봉래와 영주를 바라보며
想像金銀臺(상상금은대) : 금은대(金銀臺 신선의 누대)를 상상해본다.
天門一長嘯(천문일장소) : 남천문에서 긴 휘파람 부니
萬里清風來(만리청풍래) : 만 리에 맑은 바람 불어오네.
玉女四五人(옥녀사오인) : 선녀 네댓 명이
飄颻下九垓(표요하구해) : 높은 하늘에서 훨훨 내려와
含笑引素手(함소인소수) : 미소를 머금고 흰 손 내밀어
遺我流霞杯(유아류하배) : 내게 유하(流霞 신선의 음료)잔을 건네주었네.
稽首再拜之(계수재배지) : 머리 조아리고 두 번 절하고 받았지만
自愧非仙才(자기비선재) : 선재(仙才 신선 재목)가 아님에 절로 부끄럽구나.
曠然小宇宙(광연소우주) : 내 마음 넓어지니 우주도 작아지고
棄世何悠哉(기세하유재) : 세상을 버리니 얼마나 한가로운가?
* 제1수에서
“선녀 네댓 명이 높은 하늘에서 훨훨 내려와 미소를 머금고 흰 손 내밀어 내게 유하(流霞 신선의 음료)잔을 건네주었네(玉女四五人,飄搖下九垓. 含笑引素手,遺我流霞杯.)”는 하늘의 신선이 속세로 내려와 잔을 건네며 이백의 근기가 좋고 선연(仙緣)이 있어 제때 수련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시인은 도리어 “머리 조아리고 두 번 절하고 받았지만 선재(仙才)가 아님에 절로 부끄럽구나.”라고 말한다.
* 이백은 태산의 경치를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다가 후반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삽입하여 인간 세상을 떨쳐 버리겠다고 읊고 있다. 이런 수법은 전통적인 산수(山水) 시의 형태다. 이후의 2수부터 6수까지도 1수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 전반부에는 태산의 경치를 묘사하고, 후반부에서는 신선을 등장시키고 있다.
* 南天門 : 泰山정상부근관문.
其二
清曉騎白鹿(청효기백록) : 맑은 새벽 흰 사슴을 타고
直上天門山(직상천문산) : 천문산(天門山 하늘 문이 열리는 산)에 곧장 올랐네.
山際逢羽人(산제봉우인) : 산 속에서 신선을 만나니
方瞳好容顏(방동호용안) : 네모난 눈동자에 용모가 수려하네.
捫蘿欲就語(문라욕취어) : 여라를 붙들고 다가가 말하려는데
卻掩青雲關(각엄청운관) : 되레 청운의 문을 닫아걸고는
遺我鳥跡書(유아조적서) : 새 발자국 같은 글을 주고는
飄然落岩間(표연낙암간) : 표연히 바위 사이로 사라졌다네.
其字乃上古(기자내상고) : 상고시기 글자다보니
讀之了不閑(독지료불한) : 읽어도 도통 알 수가 없어
感此三歎息(감차삼탄식) : 이에 탄식하나니
從師方未還(종사방미환) : 스승을 따라가서 끝내 돌아오지 않으리라.
* 제2수에서는
뭇 신선들이 의연히 포기하지 않고 이백을 쫓아가 천서(天書)를 주며 천기를 보여준다. “산 속에서 신선을 만나니 네모난 눈동자에 용모가 수려하네. 여라를 붙들고 다가가 말하려는데 되레 청운의 문을 닫아걸고는 새 발자국 같은 글을 주고는 표연히 바위 사이로 사라졌다네.” 하지만 또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성취할 수 없음을 암시하면서 뭇신들이 또 온갖 방법을 강구해 이백을 수련으로 초대한다.
* 天門山 : 安徽省 當塗縣에 있는 산이나 여기서는 南天門쪽 산 능선을 말한다.
其三
平明登日觀(평명등일관) : 동 틀 무렵 일관봉에 올라
舉手開雲關(거수개운관) : 손들어 구름관문 젖히니
精神四飛揚(정신사비양) : 정신이 사방으로 날아올라
如出天地間(여출천지간) : 마치 천지간을 벗어난 듯하네.
黃河從西來(황하종서래) : 황하는 서쪽에서 와서
窈窕入遠山(요조입원산) : 아득히 먼 산으로 들어가는데
憑崖覽八極(빙애람팔극) : 절벽에 기대 팔극(八極 천하)을 둘러보니
目盡長空閑(목진장공한) : 눈길 다한 곳에 광활한 너른 하늘.
偶然值青童(우연치청동) : 우연히 선동을 만나니
綠髮雙雲鬟(녹발쌍운환) : 검푸른 머리카락 쌍으로 구름같이 올렸네.
笑我晚學仙(소아만학선) : 신선 배움 늦었다고 나를 비웃으며
蹉跎凋朱顏(차타조주안) : 공연히 시간만 허비해 붉던 얼굴 시들었다 하네.
躊躇忽不見(주저홀불견) : 머뭇거리는 새 홀연 뵈지 않으니
浩蕩難追攀(호탕난추반) : 넓고 아득해 좇아가기 어렵구나.
* 제3수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백이 높은 곳에 올라 일출을 본 것을 묘사한다. 가는 곳마다 마치 손을 들면 구름관문을 열 것만 같은데 단번에 정신이 비양되어 마치 신체가 천지 사이에 우뚝 선 것 같다. 갑자기 또 검푸른 머리를 쌍으로 말아 올린 도동(道童)이 나타나더니 웃으면서 그에게 “신선 배움 늦었다고 나를 비웃으며 공연히 시간만 허비해 붉던 얼굴 시들었다 하네.” 이백이 막 머뭇거릴 때 도동이 홀연히 아무런 자취도 없이 사라지더니 넓고 아득한 천지 사이에서 좇을 수도 없었다.
* 泰山의 세 봉우리 동쪽 日觀峰, 서쪽 玉皇峰(秦觀峰, 周觀峰), 月觀峰(越觀峰),
* 八埏(팔연) : 八表=八垠=八極=八紘 : 팔방의 끝, 온 세상
其四
清齋三千日(청재삼천일) : 삼천 일을 깨끗이 재계하고
裂素寫道經(열소사도경) : 흰 비단에 도경(道經)을 썼네.
吟誦有所得(음송유소득) : 읊조리다보면 얻음이 있으니
眾神衛我形(중신위아형) : 뭇신들 내 몸을 보위하시네.
雲行信長風(운행신장풍) : 긴 바람에 맡겨 구름을 타고
颯若羽翼生(삽약우익생) : 날개 돋친 듯 날아가네.
攀崖上日觀(반애상일관) : 벼랑을 붙잡고 일관봉에 올라
伏檻窺東溟(복함규동명) : 난간에 엎드려 동쪽 바다를 바라보니
海色動遠山(해색동원산) : 바다 빛이 먼 산에 일렁이는데
天雞已先鳴(천계이선명) : 하늘 닭은 이미 먼저 울었네.
銀臺出倒景(은대출도경) : 은대(銀臺 서왕모가 산다는 신선의 누대) 그림자 물에 비쳐 드러나고
白浪翻長鯨(백랑번장경) : 흰 파도에 큰 고래 헤엄치는데
安得不死藥(안득불사약) : 어떻게 하면 불사약을 얻어
高飛向蓬瀛(고비향봉영) : 봉래와 영주 향해 높이 날아갈 수 있을까?
*《述異記》曰 : 東南有桃都山.上有大樹.名曰桃都.枝相去三千里.上有天雞.日初出.照此木.天雞即鳴.天下雞皆隨之。
동남쪽에 桃都山이 있는데, 산 위에 큰 나무가 있어, 이름은 桃都라고 하였고, 가지는 서로 삼천리 나가고, 나무위에 天雞(하늘 닭)이 있고, 해가 막 떠, 이 나무를 비추면, 天雞(천계)가 즉시 울어, 천하의 닭이 모두 그 닭을 따랐다.
其五
日觀東北傾(일관동북경) : 일관봉은 북동으로 기울어져
兩崖夾雙石(양안협쌍석) : 양쪽 벼랑으로 두 암석 끼고 있는데
海水落眼前(해수낙안전) : 바닷물이 눈앞에 떨어지니
天光遙空碧(천광용공벽) : 저 멀리 하늘빛이 푸르구나.
千峰爭攢聚(천봉쟁찬취) : 천개 봉우리 다투어 모이고
萬壑絕淩歷(만학절릉력) : 만개 골짜기는 웅장하기 그지없는데
緬彼鶴上仙(면피학상선) : 학을 탄 저 신선을 생각하니
去無雲中跡(거무운중적) : 떠나버려 구름 속 종적도 없네.
長松入雲漢(장송입운한) : 은하수에 닿을 만큼 큰 소나무도
遠望不盈尺(원망불영척) : 멀리서 바라보니 한 자도 되지 않고
山花異人間(산화이인간) : 산꽃은 속세의 것과 달라
五月雪中白(오월설중백) : 한여름 오월에도 눈 속에 희구나.
終當遇安期(종당우안기) : 끝내 안기생을 만나
於此煉玉液(어차련옥액) : 이곳에서 옥액을 단련하리라!
* 《列仙傳》云︰安期生,瑯琊阜鄉亭人也,賣藥海邊。秦始皇請語三夜,賜金數千萬,出於阜鄉亭,皆置去,留書,以赤玉舃一量爲報,曰︰後千歲求我於蓬萊山下」
前漢 劉向(BC77~BC6)의 《列仙傳》에 이르길, 秦나라 때 安期生은, 山東省 玡琅山(아랑산) 阜鄉亭(부향정) 사람으로, 해변에서 약을 팔았다. 秦始皇이 삼일 밤 이야기 하자 청하며, 금수 천만을 내리니, 阜鄉亭에서 나와, 모두 그것을 두고 가버리고, 글을 남겨, 붉은 옥신발 한 켤레로 보답하며 말하길, “천년 후 나를구하러 蓬萊山에서 내려오리라”하였다.
* 玉液 : 단약의 일종
其六
朝飲王母池(조음왕모지) : 아침엔 요지의 물을 마시고
暝投天門關(명투천문관) : 어둑하면 천문관에 머무는데
獨抱綠綺琴(독포녹기금) : 홀로 녹기금(綠綺琴 사마상여의 금) 안고
夜行青山間(야행청산간) : 밤에는 청산 사이를 지나가네.
山明月露白(산명월로백) : 산은 밝고 달빛에 이슬은 흰데
夜靜松風歇(야정송풍헐) : 밤이 조용하니 솔바람도 쉬는구나!
仙人遊碧峰(선인유벽봉) : 신선이 푸른 봉에서 노닐다가
處處笙歌發(처처생가발) : 곳곳에서 생(笙)을 불고 노래하면서
寂靜娛清暉(적정오청휘) : 정적 속에 맑은 달빛 즐기는데
玉真連翠微(옥진련취미) : 산중턱엔 도관이 이어져있네.
想像鸞鳳舞(상상난봉무) : 난새와 봉황이 춤을 추고
飄颻龍虎衣(표요용호의) : 신선의 옷 나부낌을 상상하면서
捫天摘匏瓜(문천적포과) : 하늘을 만져 포과별을 따니
恍惚不憶歸(황홀불억귀) : 황홀하여 돌아갈 생각 잊어버렸네!
舉手弄清淺(거수농청천) : 손을 들어 은하수를 희롱하다가
誤攀織女機(오반직녀기) : 실수로 직녀의 베틀을 잡았는데
明晨坐相失(명신좌상실) : 내일 새벽이면 다 사라지고
但見五雲飛(단견오운비) : 오색구름 나는 것만 보이겠지.
* 天門關 : 南天門
* 綠綺琴(록기금) : 梁王이 司馬相如에게 下賜한 것으로, 아내 卓文君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연주하던 거문고. 李白이나 司馬相如 모두 蜀郡 사람이다.
* 匏瓜星(포과성) : 28宿 중 열 번째 별자리인 女宿에 속하는 별자리. 임금과 수원으로 궁중과 일, 후궁과 음모에 관한 일을 담당.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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