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옥호음(玉壺吟)(743年) – 이백(李白)
옥 술 단지의 노래
烈士擊玉壺(렬사격옥호) : 열사(烈士)가 옥 술 단지 두드리며
壯心惜暮年(장심석모년) : 침통한 마음으로 저문 세월 탓하노라.
三杯拂劍舞秋月(삼배불검무추월) : 석 잔 술에 칼을 들고 가을 달빛에 춤추다가
忽然高詠涕泗漣(홀연고영체사련) : 문득 낭랑하게 읊조리곤 눈물을 뿌리노라.
鳳凰初下紫泥詔(봉황초하자니조) : 봉황이 처음으로 자줏빛 조서를 내렸을 적에
謁帝稱觴登御筵(알제칭상등어연) : 군왕 뵙고 잔 받으며 높은 자리에 올랐니라.
揄揚九重萬乘主(유양구중만승주) : 구중궁궐 지체 높으신 임금을 높이 기렸고
謔浪赤墀靑瑣賢(학낭적지청쇄현) : 지체 높은 어진 분들께 허물없는 농담도 하였다.
朝天數換飛龍馬(조천삭환비룡마) : 조회에 나가면서 여러 번 비룡마를 바꾸었고
敕賜珊瑚白玉鞭(칙사산호백옥편) : 임금께선 산호와 백옥 장식의 채찍도 내리셨다.
世人不識東方朔(세인불식동방삭) : 세상사람 동방삭(東方朔)을 못 알아보았다만
大隱金門是謫仙(대은금문시적선) : 금문(金門)에 어엿이 숨은, 귀양 온 신선이었다.
西施宜笑復宜顰(서시의소복의빈) : 서시(西施)야 웃어도 찌푸려도 늘 고왔지만
醜女效之徒累身(추녀효지도누신) : 못난이가 따라 하다 큰 허물이 되었더라.
君王雖愛蛾眉好(군왕수애아미호) : 임금이야 어여쁜 이 사랑하였건만
無奈宮中妒殺人(무나궁중투살인) : 질투에 눈 먼 궁중 사람을 어쩌지는 못하였니라.
* 《세설신어(世說新語)》〈호상(豪爽)〉편에 "왕처중(王處仲; 王敦, 266~324)은 매번 술을 마친 후, '늙은 천리마 구유에 엎드려 있으나 그 뜻은 천리에 있도다. 열사는 나이가 저물었다만 장한 마음 그치지 않도다.[烈士暮年, 壯心不已.]'라 읊으며, 여의(如意)로 타호(唾壺)를 치곤하여 타호 주둥이의 이가 다 빠졌다."라 하였다. 〈옥호음(玉壺吟)〉이라는 제목은 이 고사를 끌어 쓴 것이다.
* 임금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궁중에서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던 지난날을 회고하며, 비방을 받아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현재의 비통한 심경을 토로한 자전적 성격의 작품이다. 그가 지은 〈술을 기다려도 오지 않음(待酒不至)〉 시의 "옥단지에 푸른 줄 매어, 술 받아오기 어이 이리 더딘고.[玉壺系靑絲, 沽酒來何遲.]" 구절 등 여러 용례로 볼 때, 옥호(玉壺)는 술 단지임이 분명하며, 백옥 단지와 절세가인은 본인이 자부해 마지않는 순수한 품성과 타고난 재능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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