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白居易(백거이) 詩
長恨歌(장한가)/ 기나긴 한의 노래
1.
漢皇重色思傾國 한황중색사경국 한황제 색을 즐겨 경국지색 찾았으나
御宇多年求不得 어우다년구부득 오랜 세월 구하여도 얻을 수 없었네
楊家有女初長成 양가유녀초장성 양씨 가문에 갓 성숙한 딸이 있어
養在深閨人未識 양재심규인미식 집안 깊이 길러 누구도 알지 못했네
天生麗質難自棄 천생려질난자기 타고난 아름다움 그대로 묻힐 리 없어
一朝選在君王側 일조선재군왕측 하루아침 뽑혀 황제 곁에 있게 됐네
回眸一笑百媚生 회모일소백미생 한번 눈웃음지면 이는 애교 그지없어
六宮粉黛無顔色 육궁분대무안색 단장한 육궁 미녀들의 얼굴빛을 가렸네
春寒賜浴華淸池 춘한사욕화청지 봄 추위에 화청지 목욕함을 허락하니
溫泉水滑洗凝脂 온천수골세응지 온천물 부드럽게 매끄러운 몸을 씻네
侍兒扶起嬌無力 시아부기교무력 시녀들 부축에도 연약하기만 한 교태
始是新承恩澤時 시시신승은택시 그 때부터 황제 사랑 받기 시작하였네
雲빈花顔金步搖 운빈화안금보요 구름 머리, 꽃 얼굴, 한들리는 금장식
芙蓉帳暖度春宵 부용장난도춘소 부용휘장 안에 따뜻한 봄 밤은 깊어
春宵苦短日高起 춘소고단일고기 짧은 봄밤 한탄하며 해 높아 일어나니
從此君王不早朝 종차군왕부조조 황제는 이로부터 조회를 보지 않았네
承歡侍宴無閑暇 승환시연무한가 총애로 연회에 매이니 한가할 틈 없어
春從春游夜專夜 춘종춘유야전야 봄에는 봄 놀이에 밤에는 밤 잠자리에
後宮佳麗三千人 후궁가려삼천인 빼어난 후궁에 미녀 삼천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 삼천총애재일신 삼천 명에 내릴 사랑 그녀 혼자 받았네
金屋粧成嬌侍夜 금옥장성교시야 황금방에 단장하고 교태로 밤시중 들고
玉樓宴罷醉和春 옥루연파취화춘 옥루 잔치 끝나면 봄기운에 취했네
姉妹弟兄皆列士 자매제형개열사 자매와 형제 모두에게 영지를 내려주니
可憐光彩生門戶 가련광채생문호 이윽고 그들 가문에 광채가 나게 되어
遂令天下父母心 수령천하부모심 이에 따라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不重生男重生女 부중생남중생녀 아들보다 딸 낳기를 중히 여기게 됐네
驪宮高處入靑雲 여궁고처입청운 화청궁 높이 솟아 구름속에 들어 있고
仙樂風飄處處聞 선낙풍표처처문 선악은 바람 타고 어디서나 들려오네
緩歌慢舞凝絲竹 완가만무응사죽 느린 노래 나른한 춤 여운 긴 가락에
盡日君王看不足 진일군왕간부족 황제는 하루 종일 넋 잃고 바라보네
漁陽비鼓動地來 어양비고동지내 돌연 어양 쪽 땅 울리는 전고 소리
驚破霓裳羽衣曲 경파예상우의곡 예상우의곡을 놀라 멎게 하였네
九重城闕煙塵生 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 먼지 솟아 오르고
千乘萬騎西南行 천승만기서남행 수천수만 관군들은 서남으로 달아나네
翠華搖搖行復止 취화요요행복지 천자의 기 흔들리며 가다가 서곤 하며
西出都門百餘里 서출도문백여리 도성문 서쪽 백여리 (마외역에 이르러)
六軍不發無奈何 육군부발무나하 왠일인가 군사들이 나아가질 아니하네 **
宛轉蛾眉馬前死 완전아미마전사 귀비는 몸 뒤틀며 군마 앞에 숨지니,
花鈿委地無人收 화전위지무인수 떨어진 꽃비녀 거두는 사람 없고
翠翹金雀玉搔頭 취교금작옥소두 취교, 금작, 옥소두 여기저기 흩어졌네
君王掩面救不得 군왕엄면구부득 황제는 얼굴 가린 채 구하지 못하고
回看血淚相和流 회간혈루상화류 차마 돌린 두 눈에 피눈물이 흐르네
黃埃散漫風蕭索 황애산만풍소삭 누런 흙먼지 일고 바람 쓸쓸히 부는데
雲棧영紆登劍閣 운잔영우등검각 구름 걸린 굽은 잔도 검각산을 오르네
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하소인항 아미산 아래에는 오가는 이도 드물어
旌旗無光日色薄 정기무광일색박 천자의 깃발 빛을 잃고 햇빛도 희미하네
蜀江水碧蜀山靑 촉강수벽촉산청 촉강 맑게 흐르고 촉산은 푸르건만
聖主朝朝暮暮情 성주조조모모정 황제는 아침저녁 귀비 생각에 잠겨
行宮見月傷心色 항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보는 달에 마음 절로 상하고
夜雨聞鈴腸斷聲 야우문령장단성 밤비 속에 들리는 애끓는 방울 소리
天旋地轉回龍馭 천선지전회룡어 천하 정세 변하여 황제 돌아오는 길에
到此躊躇不能去 도차주저부능거 그곳에 이르니 걸음 뗄 수 없었네
馬嵬坡下泥土中 마외파하니토중 귀비가 쓰러진 마외의 진흙더미 속에는
不見玉顔空死處 부견옥안공사처 고운 얼굴 어디 가고 죽은 자리만 남아
君臣相顧盡沾衣 군신상고진첨의 황제 신하 서로 보며 눈물 옷깃 적시네
東望都門信馬歸 동망도문신마귀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길을 맡겨 가니
歸來池苑皆依舊 귀내지원개의구 돌아와 본 황궁의 정원은 변함 없어
太液芙蓉未央柳 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의 부용도 미양궁의 버들도
芙蓉如面柳如眉 부용여면류여미 부용은 양귀비 얼굴 버들은 눈썹
對此如何不淚垂 대차여하불루수 이들을 대하고 어이 아니 눈물 흘리리
春風桃李花開日 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며 살구꽃이 만발하고
秋雨梧桐葉落時 추우오동엽낙시 가을비에 젖어 오동잎이 떨어지고
西宮南內多秋草 서궁남내다추초 서궁과 남원에 가을 풀 우거지고
落葉滿階紅不掃 낙섭만계홍부소 섬돌을 덮어도 쓸어낼 사람 없네
梨園子弟白發新 이원자제백발신 이원의 자제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椒房阿監靑娥老 초방아감청아노 귀비 시중들던 시녀들도 늙었네
夕殿螢飛思초然 석전형비사초연 반딧불 나는 저녁 궁궐 더욱 처량하여
孤燈挑盡未成眠 고등도진미성면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외로이 잠 못 드니
遲遲鍾鼓初長夜 지지종고초장야 더딘 종과 북소리에 밤이 긺을 알았네
耿耿星河欲曙天 경경성하욕서천 은하수 반짝이며 새벽은 다가오고
鴛鴦瓦冷霜華重 원앙와냉상화중 원앙 같은 기와에 서리꽃이 무거운데
翡翠衾寒誰與共 비취금한수여공 함께 덮을 이 없어 싸늘한 비취금침
悠悠生死別經年 유유생사별경년 생사를 달리한 지 아득하니 몇 년인가
魂魄不曾來入夢 혼백부증내입몽 꿈에서도 혼백마저 만나볼 수 없었네
臨空道士鴻都客 임공도사홍도객 임공의 도사가 도성에서 머무는데
能以精誠致魂魄 능이정성치혼백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하니
爲感君王輾轉思 위감군왕전전사 양귀비 그려 잠 못 드는 황제를 위해
遂敎方士殷勤覓 수교방사은근멱 방사시켜 양귀비의 혼백 찾게 하였네
排空馭氣奔如電 배공어기분여전 허공을 가르고 번개처럼 내달아
升天入地求之遍 승천입지구지편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아
上窮碧落下黃泉 상궁벽낙하황천 위로는 벽락 아래로는 황천까지
兩處茫茫皆不見 양처망망개부견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찾을 길이 없는데
忽聞海上有仙山 홀문해상유선산 홀연 들리는 소문 "바다 위에 선산 있어
山在虛無표묘間 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고,
樓閣玲瓏五雲起 누각영롱오운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 구름이 일어
其中綽約多仙子 기중작약다선자 그 곳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사는데,
中有一人字玉眞 중유일인자옥진 그 중 옥진이라 하는 선녀 하나 있으니
雪膚花貌參差是 설부화모삼차시 흰 살결 고운 얼굴 그인 것 같다"하네
金闕西廂叩玉경 금궐서상고옥경 황금 대궐 서쪽 방의 옥문을 두드리고
轉敎小玉報雙成 전교소옥보쌍성 소옥을 주고 그녀에게 알리도록 말 전하니
聞道漢家天子使 문도한가천자사 한황제의 사자가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里夢魂驚 구화장리몽혼경 꿈에 깨어 놀라는 화려한 장막 안의 혼백
攬衣推枕起徘徊 남의추침기배회 옷을 들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珠箔銀屛이이開 주박은병이이개 구슬발과 은병풍 열리며 모습을 나타냈네
雲빈半偏新睡覺 운빈반편신수각 구름 머리 반 드리우고 방금 잠에 깬 듯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부정하당내 머리장식 안 고친 채 전각으로 내려왔네
風吹仙袂飄飄擧 풍취선메표표거 바람 부는 대로 소맷자락 나부끼니
猶似霓裳羽衣舞 유사예상우의무 예상우의무를 추던 그 모습인 듯
玉容寂寞淚欄干 옥용적막누난간 옥 같은 얼굴 수심 젖어 눈물이 방울지니
梨花一枝春帶雨 이화일지춘대우 활짝 핀 배꽃 한 가지 봄 비에 젖은 듯
含情凝제謝君王 함정응제사군왕 정어린 눈길 돌려 황제에 전할 말을 하니
一別音容兩渺茫 일별음용량묘망 헤어진 뒤 옥음, 용안 듣고 뵙지 못하고
昭陽殿里恩愛絶 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받던 은총도 끊어지고
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서 보낸 세월이 더 오래건만
回頭下望人환處 회두하망인환처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 부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 뿐
唯將舊物表深情 유장구물표심정 오래 지닌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려니
鈿合金釵寄將去 전합금채기장거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가지고 가라하네
釵留一股合一扇 채류일고합일선 비녀는 반 쪽씩 상자는 한 쪽씩
釵擘黃金合分鈿 채벽황금합분전 황금 비녀 토막내고 자개 상자 나눴으니
但敎心似金鈿堅 단교심사금전견 두 마음 이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인간회상견 천상에든 세상에든 다시 보게 되리라네
臨別殷勤重寄詞 임별은근중기사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하는 말이
詞中有誓兩心知 사중유서양심지 두 마음 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일 장생전에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인적 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때가 없으리
** 당 현종이 촉으로 가던 중 마외역에 잠깐 머물렀을때, 배고픔에 지친 병사들이 양귀비를 처단할 것을 요구하며 황제를 위협했다. 처음에 당 현종은 거절했으나 병사들이 움직이지 않자, 결국 신변의 위협을 느껴, 환관 고력사(高力士)에게 명령해 양귀비를 죽이게 한다.
기록에 따르면 고력사는 흰 목면천으로 양귀비의 목을 졸라 죽이고, 병사들에게 그 시체를 보여준뒤 그 자리에 묻었다고 한다. 지금도 장안에서 백여키로 정도 떨어진 마외역에 가면 그녀의 무덤이 있다고 전해진다.
** 또다른 전설에 따르면 황제가 이때 몰래 그녀를 빼돌려 신선이 산다는 봉래산이 있는 동쪽 섬으로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전설의 영향으로 일본에 가면 지금도 양귀비의 무덤이 있다고 주장하는 몇몇 지역이 있다.
長恨歌(장한가)/ 기나긴 한의 노래
2.
漁陽비鼓動地來어양비고동지내 돌연 어양 쪽 땅 울리는 전고 소리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예상우의곡을 놀라 멎게 하였네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 먼지 솟아 오르고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행 수천수만 관군들은 서남으로 달아나네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행복지 천자의 기 흔들리며 가다가 서곤 하며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도성문 서쪽 백여리 마외역에 이르러
六軍不發無奈何육군부발무나하 양귀비 처결하라 군사들이 멈춰서니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양귀비는 몸 뒤틀며 군마 앞에 죽었네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땅에 떨군 꽃비녀 거두는 사람 없고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 취교, 금작, 옥소두 땅에 흩어졌네
君王掩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 황제는 얼굴 가린 채 구하지 못하고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루상화류 차마 돌린 두 눈에 피눈물이 흐르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 누런 흙먼지 일고 바람 쓸쓸히 부는데
雲棧영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구름 걸린 굽은 잔도 검각산을 오르네
峨嵋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항 아미산 아래에는 오가는 이도 드물어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천자 깃발 빛을 잃고 햇빛도 희미하네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 촉강 맑게 흐르고 촉산은 푸르건만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황제는 아침저녁 양귀비 생각에 잠겨
行宮見月傷心色항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보는 달에 마음 절로 상하고
夜雨聞鈴腸斷聲야우문령장단성 밤비 속에 들리는 단장의 말방울 소리
天旋地轉回龍馭천선지전회룡어 천하 정세 변하여 황제 돌아오는 길에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부능거 마외역에 이르러는 걸음 뗄 수 없었네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니토중 양귀비 쓰러져 죽은 진흙더미 속에는
不見玉顔空死處부견옥안공사처 고운 얼굴 어디 가고 죽은 자리만 남아
君臣相顧盡沾衣군신상고진첨의 황제 신하 서로 보며 눈물 옷깃 적시네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길을 맡겨 가니
歸來池苑皆依舊귀내지원개의구 돌아와 본 황궁의 정원은 변함 없어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의 부용도 미양궁의 버들도
芙蓉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부용은 양귀비 얼굴 버들은 눈썹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불루수 이들을 대하고 어이 아니 눈물 지리
長恨歌(장한가)/ 기나긴 한의 노래
3.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며 살구꽃이 만발하고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엽낙시 가을비에 젖어 오동잎이 떨어져도
西宮南內多秋草서궁남내다추초 서궁과 남원에 가을 풀 우거지고
落葉滿階紅不掃낙섭만계홍부소 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쓸어낼 사람 없네
梨園子弟白發新이원자제백발신 이원의 자제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椒房阿監靑娥老초방아감청아노 양귀비 시중들던 시녀들도 늙었네
夕殿螢飛思초然석전형비사초연 반딧불 나는 저녁 궁궐 더욱 처량하여
孤燈挑盡未成眠고등도진미성면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외로이 잠 못 드니
遲遲鍾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 더딘 종과 북소리에 밤이 긺을 알았네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은하수 반짝이며 새벽은 다가오고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냉상화중 원앙 같은 기와에 서리꽃이 무거운데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함께 덮을 이 없어 싸늘한 비취금침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생사를 달리한 지 아득하니 몇 년인가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내입몽 꿈에서도 혼백마저 만나볼 수 없었네
臨공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 임공의 도사가 도성에서 머무는데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하니
爲感君王輾轉思위감군왕전전사 양귀비 그려 잠 못 드는 황제를 위해
遂敎方士殷勤覓수교방사은근멱 방사시켜 양귀비 혼백 찾게 하였네
排空馭氣奔如電배공어기분여전 허공을 가르고 번개처럼 내달아
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아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낙하황천 위로는 벽락 아래로는 황천까지
兩處茫茫皆不見양처망망개부견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찾을 길이 없는데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홀연 들리는 소문 "바다 위에 선산 있어
山在虛無표묘間산재허무표묘간 그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고,
樓閣玲瓏五雲起누각영롱오운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 구름이 일어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그 곳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사는데,
中有一人字玉眞중유일인자옥진 그 중 옥진이라 하는 선녀 하나 있으니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삼차시 흰 살결 고운 얼굴 그인 것 같다"하네
金闕西廂叩玉경금궐서상고옥경 황금 대궐 서쪽 방의 옥문을 두드리고
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 소옥시켜 쌍성에게 알리도록 말 전하니
長恨歌(장한가)/ 기나긴 한의 노래
4.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한황제의 사자가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里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 꿈에 깨어 놀라는 화려한 장막 안의 혼백
攬衣推枕起徘徊남의추침기배회 옷을 들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珠箔銀屛이이開주박은병이이개 구슬발과 은병풍 열리며 모습을 나타냈네
雲빈半偏新睡覺운빈반편신수각 구름 머리 반 드리우고 방금 잠에 깬 듯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부정하당내 머리장식 안 고친 채 당에서 내려왔네
風吹仙袂飄飄擧풍취선메표표거 바람 부는 대로 소맷자락 나부끼니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예상우의무를 추던 그 모습인 듯
玉容寂寞淚欄干옥용적막누난간 옥 같은 얼굴 수심 젖어 눈물이 방울지니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 활짝 핀 배꽃 한 가지 봄 비에 젖은 듯
含情凝제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 정어린 눈길 돌려 황제에 전할 말을 하니
一別音容兩渺茫일별음용량묘망 헤어진 뒤 옥음, 용안 듣고 뵙지 못하여
昭陽殿里恩愛絶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받던 은총도 끊어지고
蓬萊宮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 보낸 세월이 오래건만
回頭下望人환處회두하망인환처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부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 뿐
唯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오래 지닌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려니
鈿合金釵寄將去전합금채기장거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가지고 가라하네
釵留一股合一扇채류일고합일선 비녀는 반 쪽씩 상자는 한 쪽씩
釵擘黃金合分鈿채벽황금합분전 황금 비녀 토막내고 자개 상자 나눴으니
但敎心似金鈿堅단교심사금전견 두 마음 이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천상에든 세상에든 다시 보게 되리라네
臨別殷勤重寄詞임별은근중기사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하는 말이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양심지 두 마음 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일 장생전에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인적 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때가 없으리..
♡ 비익조 :날개가 하나인 새로서 암수가 합쳐야만 날 수 있는 신화 속의 새.
♡ 연리지 : 가지가 합쳐 한 줄기가 되는 나무
不出門(문밖에 안나가고)
不出門來又數旬(불출문래우수순) 문 밖에 안나간지 수 십일이 되었는데
將何銷日與誰親(장하소일여수친) 무엇으로 소일하고 누구와 벗했는가
書卷展時逢古人(서권전시봉고인) 책을 펴고 앉으면 옛 사람을 만나고
自靜其心延壽命(자정기심연수명) 마음을 맑게 하면 수명이 길어지고
無求於物長精神(무구어물장정신) 물욕을 버리면 정신 맑고 높아지니
能行便是眞修道(능행편시진수도) 참된 수도란 이리 쉽고 편한 것을
何必降魔調伏身(하필강마조복신) 마귀 이겨 쫓는다 어찌 그리 소란인가
贈內(아내에게)
生爲同室親(생위동실친) 살아서는 한 방에서 사랑하고
死爲同穴塵(사위동혈진) 죽어서는 한 무덤에 흙 되리라
他人尙想勉(타인상상면) 남 또한 노력하여 지키는 것을
而況我與君(이황아여군) 하물며 그대와 나에게 있어서랴
黔婁固窮士(검루고궁사) 검루는 가난한 선비였으나
妻賢忘其貧(처현망기빈) 현명한 처는 가난을 잊었고
기缺一農夫(기결일농부) 기결은 한낱 농부였으나
妻敬儼如賓(처경엄여빈) 처는 그를 귀빈처럼 공경하였고
陶潛不營生(도잠불영생) 도연명은 생계를 못 꾸렸으나
翟氏自찬薪(적씨자찬신) 적씨 부인 스스로 살림 꾸렸고
梁鴻不肯仕(양홍불긍사) 양흥은 벼슬살이 물리쳤으나
孟光甘布裙(맹광감포군) 그의 처 맹광 베옷에 만족했네
君雖不讀書(군수불독서) 그대 비록 책은 읽지 못했어도
此事耳亦聞(차사이역문) 그들 얘기 귀로는 들어 봤으리
至此千載後(지차천재후) 천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傳是何如人(전시하여인) 그들이 어떠했다 전하는가를
人生未死間(인생미사간) 사람이 나서 죽기 전까지
不能忘其身(불능망기신) 자신을 몸을 잊을 수 없고
所須者衣食(소수자의식) 살아서는 먹고 입어야 하니
不過飽與溫(불과포여온) 배부름과 따스함 바라겠지만
蔬食足充饑(소식족충기) 주림은 나물로 때우면 그만이지
何必膏梁珍(하필고량진) 어찌 기름진 음식이 필요하며
繒絮足禦寒(증서족어한) 거친 솜옷 추위만 막으면 되지
何必錦繡文(하필금수문) 어찌 비단에 무늬가 필요하리
君家有貽訓(군가유이훈) 그대 집에 내려오는 가르침에도
淸白遺子孫(청백유자손) 청렴결백 자손에게 전하라 하니
我亦貞苦士(아역정고사) 나 또한 고지식한 선비로서
與君新結婚(여군신결혼) 그대와 새로이 결혼 했으니
庶保貧與素(서보빈여소) 모쪼록 소박함을 지키어 나가
偕老同欣欣(해로동흔흔) 기쁜 마음으로 해로하길 바라네
다듬이 소리
가을옷 다듬이질 뉘 집 아낙일까?
달빛 썰렁 바람 쓸쓸 그 소리 구슬프네
팔구 월 바야흐로 밤은 깊어만 가는데
천 번 만 번 그 소리 그칠 줄 모르네
날이 새면 머리카락 온통 백발 되리니
그 소리 한 번에 흰머리 한 가닥 늘 테니까
** 가을이 되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아낙네들은 멀리 타향에 가 있는 남편의 겨울옷을 마련하기 위하여 밤을 새며 옷감을 짓다가 하룻밤 사이에 아낙네들의 머리카락이 온통 백발이 될 것이라는 추정을 통하여 아낙네들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매우 간절함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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