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요연비구니(了然比丘尼) (1646~1711) 오도송(悟道頌)
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 하루종일 봄을 찾았으나 봄은 찾지 못하고
芒鞋踏破籠頭雲(망혜답파농두운) : 이산 저산 헤맨다고 짚신만 다 떨어졌네.
歸來隅過梅花下(귀래우과매화하) : 지쳐 돌아와 뜰 모퉁이 매화나무를 보니
春在枝頭已十方(춘재지두이십방) : 봄은 가지마다 이미 와있네.
五蘊山頭古佛堂(오온산두고불당) : 오온 망상 무더기가 그대로 옛 불당이고
毘盧晝夜放毫光(비로주야방호광) : 비로자나 부처님 주야로 옥호광명 발하시네.
若知此處非同異(약지차처비동이) : 이곳에서 같고 다름 없는 이치를 알아낸다면
卽時華嚴遍十方(즉시화엄편시방) : 곧바로 화엄의 가르침으로 시방 두루 장엄하리.
* 了然比丘尼(요연비구니)는 중국의 승려로서 남자 못지않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깨달음을 얻은 선승이다.
* 毫光(호광) : 옥호광명玉毫光明(= 부처님 미간에 있는 흰털에서 나오는 빛)
* 非同異(비동이) :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님.
《능엄경楞嚴經》에 나오는 구절이다. “阿難, 汝性沉淪, 不悟汝之見聞覺知, 本如來藏. 汝當觀此見聞覺知, 爲生爲滅, 爲同爲異. 爲非生滅, 爲非同異(아난아, 너는 성품이 잠겨 있어서 너의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이 그대로 여래장임을 알아채지 못하는구나. 너는 응당 이 견문각지하는 것이 생인지 멸인지, 같은지 다른지, 생도 멸도 아닌 것인지, 같지도 다르지도 않은 것인지 관찰해야 하리라).”
요연은 출가 후에도 출가 당시의 결의를 잊지 않기 위해 거울 뒷면에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적어두고 거울을 볼 때마다 그 내용을 읽어보았다고 한다.
昔遊宮裡燒蘭麝(석유궁리소난사) : 그 옛날 궁에서는 난초와 사향을 태웠는데
今入禪林燎面皮(금입선림료면피) : 오늘은 선원에 들어가려고 얼굴을 지졌네.
四序流行亦如此(사서유행역여차) : 네 계절 흐르는 건 이곳 또한 같지만
不知誰是個中移(부지수시개중이) : 그 중에 어느 것이 가는지 알지 못하네.
다음은 입멸 전에 지은 涅槃頌이다.
六十六年秋已久(육십육년추이구) : 예순 여섯 해 가을이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漂然月色向人明(표연월색향인명) : 저 높은 하늘의 달 사람들을 비춰주니
莫言那裡工夫事(막언나리공부사) : 거기 대고 공부니 어쩌니 그런 말 말게
耳熟松衫風外聲(이숙송삼풍외성) : 귀에 익은 송삼 소리 바람 밖의 소리일세.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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