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與黃師是(여황사시) : 소식(蘇軾)
함께 금강경을 공부하던 친구 황사시에게 보냄
行計屢改。近者幼累舟中皆伏暑,自湣一年在道路矣,不堪復入汴出陸。又聞子由亦窘用,不忍更以三百指諉之,已決意旦夕渡江過毗陵矣。荷憂愛至深,故及之。子由一書,政為報此事,乞早與達之。
塵埃風葉滿室,隨掃隨有,然不可廢掃,以為賢於不掃也。若知本無一物,又何加焉。
有詩錄呈:「簾卷窗穿戶不扃,隙塵風葉任縱橫。幽人睡足誰呼覺,欹枕床前有月明。」一笑!一笑!某再拜。
塵埃楓葉滿室 隨掃隨有
然而不可敗掃 以爲賢於不掃也
티끌 묻은 낙엽이 토굴에 가득한데 쓸어도 쓸어도 자꾸만 쌓입니다.
그러나 자꾸 쓸어냄은 쓸어내지 않음보다 나은 까닭입니다.
若本無一 物又何加焉
有詩錄呈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쓸고말고 따질게 어찌 있겠습니까? 만
그래도 시가 떠올라 적어 보내드립니다.
簾捲穿窓戶不扃 隙塵風葉任縱橫
老僧睡足誰呼覺 倚枕床前有月明
주렴을 뚫어진 창문에 말아두고 사립문 빗장은 채우지 않으니
문틈 먼지와 낙엽이 이리저리 날리네.
하릴없는 사람은 잠에 떨어졌는데 누가 불러 깨우리오.
베개 침상에 기댄 앞에 밝은 달만 있노라
* 함께 금강경을 공부하던 친구 황사시에게 보냄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가 녹균헌의 스님으로부터 금강경을 배우고, 그 느낌이 있어 詩를 적어 친구에게 띄운 편지의 내용. 이 편지는 세종대왕도 만번을 읽었다는 구소서간(歐蘇書簡·구양수와 소동파가 자주 주고받은 편지글들의 모음)에서 발췌했다. 곡식을 여물게 하는 가을바람처럼 금강경의 진공묘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 소동파 (蘇東坡, 1036.12.19 ~ 1101.7.28.)
중국 북송 때의 시인. 메이산[眉山:지금의 四川省] 출생. 자 자첨(子瞻), 호 동파거사(東坡居士), 애칭(愛稱) 파공(坡公) ·파선(坡仙), 이름 식(軾). 소순(蘇洵)의 아들이며 소철(蘇轍)의 형으로 대소(大蘇)라고도 불리었다.
송나라 제1의 시인이며, 문장에 있어서도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다. 그는 폭넓은 재능을 발휘하여 시문서화(詩文書畵) 등에 훌륭한 작품을 남겼으며 좌담(座談)을 잘하고 유머를 좋아하여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었으므로 많은 문인들이 모여들었다.
당시(唐詩)가 서정적인 데 대하여 그의 시는 철학적 요소가 짙었고 새로운 시경(詩境)을 개척하였다. 대표작인 《적벽부(赤壁賦)》는 불후의 명작으로 널리 애창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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