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除夜大雪留濰州元日早晴遂行中途雪復作(제야대설유유주원일조청수행중도설복작) : 소식(蘇軾)
제야에 큰 눈이 내려 유주에서 묵고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날이 개어서 부임 길을 가는 중에 다시 눈이 와서 짓다.
除夜雪相留,元日晴相送。東風吹宿酒,瘦馬兀殘夢。
蔥曨曉光開,旋轉余花弄。下馬成野酌,佳哉誰與共。
須臾晩雲合,亂灑無缺空。鵝毛垂馬駿,自怪騎白鳳。
三年東方旱,逃戶連欹棟。老農釋耒嘆,淚入饑腸痛。
春雪雖雲晩,春麥猶可種。敢怨行役勞,助爾歌飯甕。
除夜雪相留 : 제야에는 눈이 내려서 사람을 붙잡더니
元日晴相送 : 설날에는 날이 개어 사람을 보내줬네.
東風吹宿酒 : 동풍은 살랑살랑 불어서 숙취를 깨워주고
瘦馬兀殘夢 : 여윈 말은 가물가물 꾸던 꿈을 마저 꾸었네.
葱曨曉光開 : 사방이 훤하게 새벽빛이 밝아오고
旋轉餘花弄 : 빙글빙글 남은 눈꽃이 까불거릴 제에
下馬成野酌 : 말에서 내려 들판에다 술상을 마련하니
佳哉誰與共 : 참으로 멋졌건만 함께 베풀 사람이 없었네.
須臾晩雲合 : 이윽고 저녁 구름 뭉게뭉게 모여들어서
亂灑無缺空 : 하늘에서 빈틈이 없이 어지러이 뿌려대네.
鵝毛垂馬駿 : 거위 털이 말갈기에 새하얗게 떨어져서
自怪騎白鳳 : 흰 봉황이 탔나 싶어 스스로 의아해하네.
三年東方早 : 삼 년 동안 동방에 가뭄이 들어서
逃戶連攲棟 : 도망자의 기울어진 빈집이 즐비하네.
老農釋耒歎 : 쟁기를 놓고 한숨 짓는 늙은 농부는
淚入飢腸痛 : 눈물이 흘러들어 빈속이 쓰렸다네.
春雪雖云晩 : 봄눈이 내린 것이 늦기는 하다 마는
春麥猶可種 : 봄보리는 그래도 심을 만하네.
敢怨行役勞 : 부임 길이 힘들다고 감히 원망하겠는가?
助爾歌飯甕 : 그대들을 도와서 풍년가를 불러야겠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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