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書焦山綸長老壁(서초산윤장로벽) : 소식(蘇軾)
초산 윤장로의 벽에 쓰다.
法師住焦山,而實未嘗住。我來輒問法,法師了無語。
法師非無語,不知所答故。君看頭與足,本自安冠屨。
譬如長鬣人,不以長爲苦。一旦或人問,每睡安所措。
歸來被上下,一夜著無處。展轉遂達晨,意欲盡鑷去。
此言雖鄙淺,故自有深趣。持此問法師,法師一笑許。
法師住焦山 스님은 초산에 머물면서도
而實未嘗住 사실은 초산에 사신 적이 없다네.
我來輒問法 내가 와서 번번이 法을 물어도
法師了無語 스님은 한마디도 말씀이 없었다네.
法師非無語 스님이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不知所答故 웃으며 해준 답을 알아듣지 못했네.
君看頭與足 그대여 머리와 발 함께 보게나
本自安冠屨 모자와 신은 원래 편안한 것이라네.
譬如長鬣人 비유해서 말하자면 수염 기른 사람이
不以長爲苦 긴 수염 불편하지 않게 생각하고 살다가
一旦或人問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사람이 묻기를
每睡安所措 잠잘 때는 어디에 둬야 편안하냐고 해서
歸來被上下 이불 위에 두어보고 이불 밑에 두어봐도
一夜無著處 밤새도록 좋은 자리 찾지 못한 채
展轉遂達晨 이리저리 뒤척이다 새벽을 맞고서는
意欲盡鑷去 수염을 모두 뽑을 생각까지 했다네.
此言雖鄙淺 이 말은 비록 비속하기는 하지만
故自有深趣 음미해보면 그래도 깊은 맛이 있다네.
持此問法師 이 말을 그대로 스님께 여쭈어보니
法師一笑許 스님께서 씩 웃으며 맞다 하였네.
* 焦山(초산) : 산 이름. 쟝수성(江蘇省) 진강시(鎭江市) 동북쪽 장강(長江) 유역에 있으며 금산(金山)을 마주 보고 있다. 전하는 바로는 동한(東漢)의 은사 초선(焦先)이 이곳에 은거한 뒤로 생긴 이름이라고 하는데 정혜사(定慧寺), 화엄사(華嚴祠), 삼조동(三詔洞) 등의 명승지가 있다. 초산(譙山)으로 적기도 하고 부옥산(浮玉山)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 輒(첩) : 문득. 번번이. 언제나.
* 了(요) : 전혀. 조금도.
* 鬣(엽) : 갈기. 목의 털. 여기서는 수염.
* 本自(본자) : 본래. 줄곧. 내내.
* 冠屨(관구) : 모자와 신발(=관리冠履)
* 一旦(일단) : 어느 날 갑자기.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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