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與述古自有美堂乘月夜歸(여술고자유미당승월야귀) : 소식(蘇軾)
진술고와 유미당에서 밤에 달빛을 타고 돌아가면서
娟娟雲月稍侵軒,瀲瀲星河半隱山。魚鑰未收清夜永,鳳簫猶在翠微間。
淒風瑟縮經絃柱,香霧淒迷著髻鬟。共喜使君能鼓樂,萬人爭看火城還。
娟娟雲月梢侵軒(연연운월초침헌) : 구름에 가린 은은한 달빛이 조금씩 처마를 파고들고
瀲瀲星河半隱山(렴렴성하반은산) : 넘실대는 은하수는 반쯤이나 산에 가렸네.
魚鑰未收淸夜永(어약미수청야영) : 빗장을 아직 걸지 않고 해맑은 밤 길어
鳳簫猶在翠微間(봉소유재취미간) : 퉁소소리는 아직까지 산 중턱에 남아 있네.
凄風瑟縮經絃柱(처풍슬축경현주) : 쌀쌀한 바람은 오싹하게 거문고를 스쳐 가고
香霧凄迷著髻鬟(향무처미저계환) : 향긋한 안개는 스산하게 상투 머리를 스쳐 가네.
共喜使君能鼓樂(공희사군능고락) : 사군이 풍악을 즐길 수 있음을 다 함께 기뻐하고
萬人爭看火城還(만인쟁간화성환) : 화성이 돌아오는 것을 만인이 다투어 구경하네.
* 有美堂(유미당) : 杭州에 있는 吳山 정상에 세워진 건축물로 왼쪽으로 錢塘江을 조망할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西湖를 굽어볼 수 있다.
* 화성(火城) : 밤에 불을 밝힌 고관의 의장(儀仗)행렬을 말한다.
* 진술고(陳述古) 이야기
용육(龍肉)은 용고기로, 소식(蘇軾)이 일찍이 진술고(陳述古)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진술고는 담론하기를 좋아하는 자로 자신의 말은 지극한 것으로 여기고 소식의 말은 비루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자 소식이 진술고에게 말하기를“그대가 하는 말을 음식에 비유해 보면 용고기〔龍肉〕와 같고 내가 하는 말은 돼지고기와 같아서 참으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대가 종일토록 용고기에 대해 말하더라도, 내가 돼지고기를 실제로 먹으면 맛도 있고 배도 부른 것만 못하다.” 하였다. 《東坡全集 卷74 答畢仲擧書》
도적을 잡은 총명한 현관(縣官) 진술고(陳述古)
송(宋)나라 때, 복건(福建)의 건구현(建瓯縣)에 진술고(陳述古)라는 현관이 있었는데, 사람됨이 대단히 정직하고 또한 매우 총명했다.
한 번은 어떤 사람이 도적을 만나 현관에게 보고했는데, 현령은 곧 수사를 시작하여 용의자를 많이 체포해 아문에 가두었지만, 그래도 그들 중에서 누가 진짜 도적인지를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밤새도록 생각하다가, 그는 결국 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는 용의자들과 일반 백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불사(大佛寺)에 있는 종은 대단히 영험해서 누가 물건을 훔친 도적인지 알아낼 수 있다.”
그는 사람을 시켜 절에 가서 그 종을 운반해오게 하여 아문의 막사 안에 놓아두고 매우 경건하게 정성을 다해 제를 지내고 참배했다.
그리고 사람을 불러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남색 천으로 종을 덮을 덮개를 만들고, 또 몰래 사람을 시켜 숯 검댕을 종의 표면에 발라놓은 다음에 덮개로 덮어 놓고, 그는 날짜를 골라서 용의자들 면전에서 선포했다.
“이 종은 대단히 영험하여 물건을 훔친 사람이 그것을 만질 때만 낮게 소리가 나고, 물건을 훔치지 않은 사람은 그것을 만져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또 종을 향해 기도를 드리고, 곧 용의자들에게 한 사람씩 덮개가 있는 곳에 천천히 가서 손을 내밀어 종을 만지라고 명령을 내리고, 시치미를 떼고 세심하게 종의 소리를 듣는 척했다.
기실 그는 몰래 그들의 손을 조사해 보았더니, 손에 모두 흑색이 묻어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 오직 한 사람의 손이 흑색이 묻어 있지 않은 것을 보고, 곧 그를 체포해 심문했다. 상세하고 엄밀하게 심문하자, 그 용의자는 죄를 인정하며 자백했다.
사람들은 기이하게 여기며 현관에게 물었다. “이 종이 어찌하여 그렇게 영험합니까?”
현관이 웃으며 설명했다.
“물건을 훔친 도적은 종을 만지게 되면 소리가 날 것이 두려워서, 감히 만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다만 손에 숯 검댕이 묻지 않은 사람을 보고, 그가 틀림없이 그 도적일 것이라고 판단 한 것뿐입니다.”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현관의 총명함에 찬사를 보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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