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佛日山榮長老方丈五絶(불일산영장노방장오절) : 소식(蘇軾)
불일사 도영(道榮)스님 방에서 지은 절구 다섯 수
陶令思歸久未成,遠公不出但聞名。山中只有蒼髯叟,數里簫簫管送迎。
千株玉槊攙雲立,一穗珠旒落鏡寒。何處霜眉碧眼客,結為三友令相看。
東麓雲根露角牙,細泉幽咽走金沙。不堪土肉埋山骨,未放蒼龍浴渥洼。
食罷茶甌未要深,清風一榻抵千金。腹搖鼻息庭花落,還盡平生未足心。
日射回廊午枕明,水沈銷盡碧煙橫。山人睡覺無人見,只有飛蚊遶鬢鳴。
其一
陶令思歸久未成(도령사귀구미성) : 도연명은 귀향의 꿈 오랫동안 못 이뤘고
遠公不出但聞名(원공불출단문명) : 혜원은 출입을 끊고도 명성 자자하였네
山中只有蒼髥叟(산중지유창염수) : 산중에 사는 수염 희끗희끗한 늙은 사람은
數里簫簫管送迎(수리소소관송영) : 먼 데서 피리 소리로 손님을 맞고 배웅하네
* 도령(陶令): 진(晉) 나라 도연명(陶淵明)을 가리킨다.
* 원공(遠公): 진(晉) 나라 때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 있었던 고승(高僧) 혜원법사(慧遠法師)를 가리키는데, 그가 하루는 당대의 고사인 도잠(陶潛)ㆍ육수정(陸修靜)을 전송할 때 이야기에 팔려 자기도 모르게 호계를 건너가 범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세 사람이 서로 크게 웃었다는 고사가 있다.
其二
千株玉槊攙雲立(천주옥삭참운립) : 솔숲의 소나무들 구름 뚫을 듯 솟아 있고
一穗珠旒落鏡寒(일수주류락경한) : 한 줄기 흰 폭포는 연못 위로 떨어지네.
何處霜眉碧眼客(하처상미벽안객) :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눈썹 희고 눈 푸른 객
結爲三友冷相看(결위삼우랭상간) : 셋이 벗이 되어서 서로 담담히 보고 있네.
其三
東麓雲根露角牙(동록운근로각아) : 동쪽 산기슭에 바위들이 삐죽삐죽 드러나 있고
細泉幽咽走金沙(세천유연주금사) : 가는 물줄기 낮은 소리로 금모래 위를 흘러가네.
不堪士肉埋山骨(불감사육매산골) : 산중의 바위들은 흙 위로 솟아 있고
未放蒼龍浴渥洼(미방창룡욕악와) : 청룡은 푸른 못 속에서 비천의 날을 기다리네.
其四
食罷多甌未要深(식파다구미요심) : 밥 먹은 뒤 싱거운 차를 마시고
淸風一榻抵千金(청풍일탑저천금) : 침상에 누웠더니 천금 같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네.
腹搖鼻息庭花落(복요비식정화락) : 배불리 먹고 코를 골 때 마당의 꽃들이 떨어지니
還盡平生未足心(환진평생미족심) : 평생을 살아도 마음에 차는 날 오지 않으리
其五
日射回廊午枕明(일사회랑오침명) : 마루에 든 햇빛에 낮잠 자다 깨었더니
水沈鎖盡碧烟橫(수침쇄진벽연횡) : 다 타버린 침향의 푸른 향연 얽혀 있네.
山人睡覺無人見(산인수각무인견) : 산중이라 잠잠을 보는 사람 하나 없고
只有飛蚊繞鬢鳴(지유비문요빈명) : 모기 한 마리 귓가에서 앵앵거리네.
* 佛日山(불일산) : 후진(後晉) 천복(天福) 7년(942)에 창건된 불일사(佛日寺)가 항주(杭州)에 있고, 소식을 비롯한 수많은 시인이 그 절을 찾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절이 있는 산을 가리킨 것으로 읽었다.
* 榮長老(영장로) : 운문종(雲門宗) 회련(懷璉)의 제자인 불일사(佛日寺)주지 도영(道榮)을 가리킨다.
* 方丈(방장) : 원래는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나중에 주지 또는 주지의 거처를 가리키는 말로도 확대 사용되었다.
* 陶令(도령) : 팽택령(彭澤令)을 지낸 도잠(陶潛)도연명(365~427)을 가리킨다.
* 思歸(사귀) :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하다.
* 遠公(원공) : 진(晉)나라 때 고승 혜원(慧遠 334~416)을 가리킨다.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서 오랫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맹호연(孟浩然)은 「晩泊潯陽望廬山/晩泊潯陽望香爐峰」이란 시에서 ‘嘗讀遠公傳, 永懷塵外踪(일찍이 혜원의 전기 읽어보고서/오래도록 그의 자취 흠모하였네)’라고 읊었다.
* 聞名(문명) : 명성을 듣다. 이름이 나다. 명성, 명망.
* 蒼髥(창염) : 수염이 희끗희끗한 것을 가리킨다.
* 蕭蕭(소소) : 말의 울음소리, 빗소리, 물소리, 초목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악기 소리 등을 나타내는 의성어이다. 쓸쓸하다. 고요하다. 도잠(陶潛)은 「咏荊軻」에서‘蕭蕭哀風逝, 淡淡寒波生(바람이 솨아솨아 소리 내며 지나가고/물 위에는 잔잔한 파문이 이네)'이라고 읊었다.
* 送迎(송영) : 오가는 손님을 마중하고 배웅하다.
* 玉槊(옥삭) : 대나무 또는 송백(松柏)을 가리킨다.
* 珠旒(주류) : 면류관의 앞뒤로 구슬을 꿰어 만든 것을 가리킨다. 제왕을 가리키기도 하고 구슬로 장식한 면류관과 그 모양이 닮은 것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청대(淸代) 시인 왕문고(王文誥)는 주석에서 ‘珠旒謂瀑布也(‘주류’는 폭포를 말한다).’고 했다.
* 碧眼(벽안) : 푸른 눈. 원래는 호인(胡人)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나중에는 백인(白人)을 가리키는 것으로 확대 사용되었다.
* 三友(삼우) : 이로움을 주는 세 종류의 벗(益者三友)을 가리킨다. 금(琴)ㆍ주(酒)ㆍ시(詩) 세 가지를 가리키기도 하고 송(松)ㆍ죽(竹)ㆍ매(梅) 세 가지를 가리키기도 하고 매(梅)ㆍ죽(竹)ㆍ석(石) 세 가지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대숲과 폭포, 그리고 그것들을 감상하는 눈 푸른 사람 셋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었다.
* 東麓(동록) : 동쪽 산기슭을 가리킨다. 소식은 「送王伯揚守虢」이란 시에서도‘華山東麓秦遺民,當時依山來避秦(화산 동쪽 산기슭에 진나라의 유민들/그 시절 난리 피해 산을 타고 들어왔네)’이라고 읊었다.
* 雲根(운근) : 깊은 산에서 구름이 일어나는 곳을 가리킨다. 산에 있는 바위를 가리킨다. 운수 행각을 하는 수행자들이 힘든 다리를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으로 산중에 있는 사찰 또는 도관을 가리키기도 한다.
* 角牙(각아) : 《시경詩經ㆍ소남召南ㆍ행로行露》에서‘誰謂雀無角,何以穿我屋(…)誰謂鼠無牙,何以穿我墉(누가 참새에게 부리가 없다고 하나요/그렇다면 어떻게 우리 집을 뚫을 수 있겠어요. 누가 쥐에게 이빨이 없다고 하나요/그렇다면 어떻게 우리 집 담을 뚫을 수 있겠어요).’라고 했는데, 이후 ‘角牙’를 다른 사람을 헐뜯거나 모함하는 수단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여기서는 멀리 보이는 산기슭에 뿔이나 이빨처럼 솟은 바위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새겨읽었다.
* 幽咽(유인) : 물소리 또는 울음소리를 가리킨다. 두보(杜甫)는 「석호리(石壕吏)」란 시에서‘夜久語聲絶,如聞泣幽咽(밤이 깊어가도록 말 소리는 안 들리고/소리 죽여 흐느끼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네)’이라고 읊었다.
* 金沙(금사) : 고저산(顧渚山)에 있는 금사천(金沙泉)을 가리킨다.
* 土肉(토육) : 흙
* 山骨(산골) : 산에 있는 암석
* 茶甌(다구) : 가장 전형적인 다구(茶具)의 하나. ‘杯’나‘碗’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송대(宋代)에 이르러서는 음주투차(飮酒鬪茶)의 일종의 표지로서 다구(茶具)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渥洼(악와) : 악와지(渥洼池)를 가리킨다. 서안(西安)에 있으며 전설에서 신마(神馬)가 나온 곳이다. 신마(神馬)를 가리키기도 한다.
* 腹搖鼻息(복요비식) : 배불리 먹고 코를 골며 잠을 자다.
* 午枕(오침) : 낮잠을 잘 때 베고 자는 베개를 가리킨다. 낮잠을 가리키기도 한다.
* 水沉(수침) : 침향목(沈香木) 또는 침향목으로 만든 향(香)을 가리킨다.
* 碧烟(벽연) : 푸른 빛깔의 연무. 향연(香煙)을 가리킨다.
제목에 항주(杭州)에 있는 불일산(佛日山)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소식이 항주통판(杭州通判)으로 가 있던 시기에 지어진 작품으로 보인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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