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취음이수(醉吟二首) - 백거이(白居易)
술에 취해 읊다
其一
空王百法學未得(공왕백법학미득) : 부처님 귀한 가르침 아직 얻지 못했고
姹女丹砂燒卽飛(차녀단사소즉비) : 수은을 태우면 흔적 없이 날아가 버렸네.
事事無成身老也(사사무성신로야) : 이뤄놓은 일은 없고 몸은 늙어 가는데
醉鄕不去欲何歸(취향불거욕하귀) : 취하지 않고 어디로 돌아가려 하는가?
其二
兩鬢千莖新似雪(양빈천경신사설) : 귀밑머리 눈 내린 것처럼 하얗게 변해가고
十分一盞欲如泥(십분일잔욕여니) : 가득 채운 한 잔 술에 몸을 가누지 못하지만
酒狂又引詩魔發(주과우인시마발) : 술 마시고 취하면 시 짓는 흥 절로 일어
日午悲吟到日西(일오비음도일서) : 대낮부터 해질 때까지 내 슬픔을 노래하네.
* 空王(공왕) : 부처(佛)가 ‘세상 모든 것에 자성(自性)이 없다(一切皆空)’고 설했기 때문에 붙여진 존칭이다. 성(成)ㆍ주(住)ㆍ괴(壞)ㆍ공(空) 사겁(四劫) 중 네 번째, 세계가 괴멸된 뒤 허무의 기간인 공겁(空劫)의 시기에 출현하는 부처를 가리키기도 한다.
* 百法(백법) : 불교의 유식종(唯識宗)에서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의 일체 현상을 총칭하는 말이다. ‘百法’을 ‘白法’으로 쓰고 ‘청정(淸淨)’한 가르침으로 새긴 자료도 있는데, 이때의 ‘白’은 ‘제2구의 ‘丹’과 대우(對偶)가 된다.
* 姹女(차녀) : 도가(道家)에서 수은(水銀)을 가리키는 말이다. 수은(水銀)과 단사(丹砂)는 불로장생을 위한 선약(仙藥)을 조합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참동계參同契⟫(卷下)에서 ‘河上姹女, 靈而最神, 得火則飛, 不見埃塵(강 위의 미인이 가장 신령스러워 불을 얻으면 그대로 날아가버리는데 티끌이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이라고 했다. ‘丹砂’는 수은과 유황의 화합물로 ‘辰砂’라고도 한다.
* 事事無成(사사무성) : ‘身老也’를 ‘身也老’로 쓴 자료도 있다.
* 醉鄕(취향) : 술을 마시고 취해 정신이 맑지 않은 경계를 가리킨다. 왕적王績이 「醉鄕記」에서 ‘阮嗣宗陶淵明等十數人, 并遊於醉鄕(완사종, 도연명 등 열댓 명이 술에 흥건히 취해서 함께 노닐었다).’이라고 했다. 술에 의한 도취향陶醉鄕을 가리킨다.
* 十分一盞(십분일잔) : 남실남실 넘칠 듯 가득 채운 술잔을 가리킨다. ‘如泥’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취한 상태를 가리킨다. 제1구의 ‘千莖’은 머리카락 수가 많은 것을 가리키는데 ‘千’은 제2구 중 ‘十分一盞’의 ‘一’과 대우對偶가 된다.
* 酒狂(주광) : 흥이나 기운을 돋우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 또는 그렇게 술을 마신 사람을 가리킨다. 백거이는 「閑出覓春戱贈諸郎官」이란 시에서 ‘迎春日日添詩思, 送老時時放酒狂(봄 맞을 땐 하루하루 시 지을 생각만 늘더니 / 늙어서는 시시때때 주사만 늘어가는구나)’이라고 했다. ‘詩魔’는 시정(詩情)을 일으켜 시 짓는 일에 빠지게 하는 불가사의한 힘을 가리킨다. ‘悲吟’은 슬픔에 겨워 울어대듯 시를 짓는 것을 가리킨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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