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사구(思舊) - 백거이白居易
(떠난) 벗들을 생각하다
閑日一思舊(한일일사구) : 한가한 날 옛날 벗들 생각해보니
舊遊如目前(구유여목전) : 그 옛날이 눈앞에 있는 것만 같은데
再思今何在(재사금하재) : 지금 어디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니
零落歸下泉(영락귀하천) : 죽어서 땅에 묻혀 황천 가 있네.
退之服硫黃(퇴지복유황) : 퇴지(한유)는 유황을 먹었지만
一病訖不痊(일병흘부전) : 몸 한 번 아픈 뒤에 낫지 않았고
微之鍊秋石(미지련추석) : 미지(원진)는 추석이란 단약을 먹고
未老身溘然(미로신합연) : 늙기도 전에 갑자기 세상을 떴고
杜子得丹訣(두자득단결) : 목자(두목)는 연단술을 익힌 뒤
終日斷腥膻(종일단성전) : 오래도록 육식을 하지 않았고
崔君誇藥力(최군과약력) : 회숙(최현량)은 약의 힘을 자랑하며
經冬不衣綿(경동불의면) : 겨울에도 솜옷을 입지 않았네.
或疾或暴夭(혹질혹폭요) : 병을 얻기도 하고 갑자기 죽기도 했지만
悉不過中年(실불과중년) : 하나같이 중년을 넘겨 살지 못했는데
唯予不服食(유여불복식) : 단약을 먹지 않은 나만 혼자서
老命反遲延(노명반지연) : 늙어서까지 수명을 이어가고 있네.
况在少壯時(황재소장시) : 기운 한창 좋았던 젊은 날에는
亦爲嗜欲牽(역위기욕견) : 나 역시 몸이 즐거워하는 것들을 쫓아다녔고
但耽葷與血(단탐훈여혈) : 생선과 고기도 어지간히 좋아했지만
不識汞與鉛(불식홍여연) : 수은이나 납 같은 건 알지 못했네.
飢來呑熱物(기래탄열물) : 출출할 때 뜨거운 차를 마시고
渴來飮寒泉(갈래음한천) : 목마를 때 시원한 물을 마시고
詩役五藏神(시역오장신) : 시 짓는 것으로 오장신 역할을 하며
酒汨三丹田(주골삼단전) : 술을 단전 세 곳으로 흘려보냈지.
隨日合破壞(수일합파괴) : 흘러가는 세월 따라 조금씩 부서져서
至今粗完全(지금조완전) : 지금은 여기저기 거칠어져 있지만
齒牙未缺落(치아미결락) : 아직까지 치아를 잃지 않았고
肢體尙輕便(지체상경편) : 사지도 전과 같이 가볍고 편안하네.
已開第七秩(이개제칠질) : 내 나이 어느새 일흔 줄에 들었지만
飽食仍安眠(포식잉안면) : 밥 잘 먹고 잠자리도 편한 편이라
且進杯中物(차진배중물) : 잔에 따른 술 한 잔 마시면 그뿐
其餘皆付天(기여개부천) : 나머지 것들은 하늘한테 맡겨버리네.
* 舊遊(구유) : 지난날 교유했던 벗을 가리킨다.
* 零落(영락) : 죽다. ⟪관자管子ㆍ경중기輕重己⟫에서 ‘宜穫而不穫, 風雨將作, 五穀以削, 士兵零落. 不穫之害也(마땅히 추수를 진행해야 할 때 수확하지 못한 지방은 비바람이 닥치면 오곡의 수확이 줄어들고 병사들도 죽거나 숫자가 줄게 되는데 수확을 하지 못한 피해라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 下泉(하천) : 황천(黃泉)을 가리킨다.
* 硫黃(유황) : 천연 유황광(硫黃鑛)을 가공해서 만든 중약(中藥)을 가리킨다.
* 秋石(추석) : 양생(養生)을 위한 단약(丹藥)의 이름
* 溘然(합연) : 갑자기 세상을 뜨는 것을 가리킨다.
* 丹訣(단결) : 연단술(煉丹術)을 가리킨다. 간보(幹寶)는 ⟪수신기(搜神記)⟫에서 ‘有人入焦山七年, 老君與之木鉆, 使穿一盤石, 石厚五尺曰: 此石穿, 當得道. 積四十年, 石穿, 遂得神仙丹訣
(어떤 사람이 초산에 들어가 칠 년이 되었을 때 태상노군이 그에게 나무송곳을 주고 두께가 다섯 자인 반석을 뚫어보라 하면서 ‘이 바위를 뚫으면 득도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십 년 뒤 바위가 뚫리고 신선이 될 수 있는 연단술을 얻었다).’이라고 했다.
* 終日(종일) : 하루 종일. 오랫동안.
* 腥膻(성전) : 비린내와 노린내를 가리킨다. 육식(肉食)을 가리킨다. ‘腥羶’ 또는 ‘腥羴’으로도 쓴다.
* 五藏神(오장신) : 도교(道敎)에서 오장(五藏), 즉 심(心)ㆍ폐(肺)ㆍ간(肝)ㆍ신(腎)ㆍ비(脾)를 달리 하는 말이다.
* 三丹田(삼단전) : 도교(道敎)에서 정(精)ㆍ기(氣)ㆍ신(神)이 있는 곳, 즉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 세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 輕便(경편) : 날렵하고 편안하다.
* 七秩(칠질) : 나이가 칠십 대에 들어선 것을 가리킨다.
* 進(진) : ‘盡’으로 쓴 자료도 있다.
이 시는 장수할 수 있다는 단약을 먹고도 일찍 병을 얻거나 세상을 뜬 벗들을 생각하며 자신은 젊은 날 술과 고기를 즐겨 마시고 먹기는 했지만 오래 살기 위해 수은이나 납 같은 것으로 만든 단약(丹藥)을 먹지 않았고, 나이 들어 몸이 아프기는 하지만 시와 술과 차를 즐기며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일흔 노후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쓴 회고시다.
제5,7,9,11구의 ‘退之’와 ‘微之’와 ‘杜子’와 ‘崔君’은 각각 한유韓愈(768~824)와 원진元稹(779~831)과 두목杜牧(803~852), 그리고 최현량(崔玄亮 768~833)을 가리키는데 하나같이 일찍부터 단약을 먹은 이들이었다.
‘밥이 보약’이라는 어른들 말씀을 떠올리며 입맛을 타고 나게 해주신 부모님과 손맛 야무진 짝을 보내주신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시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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